결국 사람으로부터, 사람에게로
사모펀드 매니저로서 다양한 산업군의 기업들을 검토하다 보면, 잊고 지내더라도 사업의 본질은 결국 사람에게서 시작하고 사람으로 귀결된다는 사실을 자주 마주한다. 특히 요즘 소비재 IP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기업을 검토하면서는 더욱 그렇다. 제품이나 시장 환경보다도 그 기업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역량과 철학이 가장 중요한 투자 기준이 된다.
최근 검토 중인 한 소비재 기업는 이러한 본질을 더욱 선명히 보여준다. 오랜 경험을 지닌 C 대표와의 대화는 소비재 산업의 본질과 성공 조건을 깊이 통찰하게 해준 자리였다. 그는 명확한 언어로 소비재, 특히 패션업의 성공 공식과 그 핵심에 대해 이야기했다.
"패션업은 매력적인 만큼 어렵습니다. 성공 확률이 3%에 불과하지요. 그러나 그 3%를 만드는 것은 언제나 사람입니다. 리더, 마케터, 기획자, 생산 전문가, 유통 전문가. 이 다섯 명의 핵심 인재가 끓는 물처럼 뜨겁게 일하며 서로의 레벨이 맞아떨어질 때, 비로소 성공의 가능성이 생깁니다."
C 대표는 이 다섯 명이 가진 열정과 능력을 하나로 묶어내는 리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잘되어도 흩어지고, 못되어도 흩어지기 마련입니다. 이를 잡아주는 리더가 없다면 팀은 유지될 수 없습니다." 그는 리더가 단순히 지시를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팀원들의 동기를 부여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며,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중심축임을 강조했다.
패션업의 본질에 대한 그만의 인사이트도 인상적이었다.
"패션은 제조업입니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능력이 없다면 아무리 강력한 마케팅도 무의미하죠." 그는 데상트를 예로 들었다. 과거 실패의 경험을 딛고 연구개발(R&D)과 품질 높은 옷 제작에 다시 집중하면서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을 설명해주셨다. "좋은 옷을 만드는 것, 이것이야말로 패션업의 본질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꾸준함과 태도가 결여된 팀으로는 아무리 좋은 본질이라도 유지될 수 없다. C 대표는 자신의 루틴을 언급하며 제조업의 본질이 사람의 부지런함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저는 새벽 4시 45분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합니다. 아침 7시에 출근하고, 술과 담배를 멀리하며 루틴을 철저히 지키죠. 사업이란 건 결국 자신의 태도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그는 윤리와 신뢰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투자를 받고 나서 사치에 빠지거나, 브랜드 본질을 훼손하는 행동은 패션업에서 가장 큰 실패 원인입니다. 신뢰는 단순히 계약서 위에서만 작동하지 않습니다. 사람의 태도, 말끔한 외모, 진정성 있는 행동에서도 비롯됩니다."
패션업의 시장 환경도 치열하다. 그는 라이센싱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디지털 전환(DT)을 활용해 시장성을 분석하고, 전성기를 준비할 수 있는 브랜드가 경쟁력의 핵심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라이센싱도 결국 좋은 팀이 없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핵심은 사람입니다."
이 대화는 단지 패션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소비재 IP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을 관통하는 핵심은 사람이다. 사모펀드의 투자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숫자 너머에 있는 사람들의 역량과 그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시너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C 대표와 대화는 결국 내가 이끄는 팀과 투자 철학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좋은 투자란 단지 수익률이 아니라, 올바른 사람들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우리가 검토 중인 소비재 IP 기업도 마찬가지다. 그 기업의 브랜드나 제품의 강점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만들어가는 사람들과 리더가 가진 철학과 태도일 것이다. 우리의 역할은 무엇일까?
사모펀드는 숫자 위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가장 인간적인 비즈니스다. 우리는 결국 좋은 사람과 좋은 팀에 투자한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낼 변화와 성장의 가능성을 믿는다. 성공 확률 3%라는 어려운 길도, 사람과 함께라면 충분히 넘을 수 있다. 본질은 사람이다. 그리고 성공은 그 본질에서 시작된다.
*세르지오 로로 피아나와 피에르 루이지 로로 피아나는 Loro Piana를 품질과 사람 중심의 철학으로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성장시킨 주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