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파티와 사모펀드
지난 화요일, 눈이 채 녹지 않은 오전 10시에 호암미술관을 찾았다. 차갑지만 청명한 공기가 가득한 정원을 거닐며, 복잡했던 머릿속이 차분히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이날의 목적지는 니콜라스 파티의 전시 '더스트(Dust)'였다. 나만의 해석이겠지만 그의 작품들을 마주하며, 유한과 무한, 덧없음과 영원성이 강렬하게 충돌하는 주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
1980년 로잔에서 태어난 니콜라스 파티는 글래스고 예술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뉴욕과 브뤼셀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그의 작업은 풍경화, 정물화, 초상화 등 전통적 장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그러나 파티의 진정한 독창성은 그가 사용하는 매체, 파스텔에서 드러난다.
파스텔은 화장품과 동일한 안료로 만들어진 연약하고 일시적인 재료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쉽게 지워질 수 있는 이 재료는 인간 존재의 덧없음을 상징한다. 하지만 파티는 바로 이 파스텔로 영원히 기억될 작품을 창조한다. 그의 작품 속 일출과 일몰, 사계절의 풍경은 자연의 순환을 포착하며, 유한한 재료로 영원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서 파스텔이라는 매체를 단순히 그림을 위한 도구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파스텔은 그의 메시지를 형상화하는 본질적인 요소다. 쉽게 사라질 수 있는 이 재료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예술의 일시적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영원히 기억될 가치를 탐구하는 데 있다. 그의 작품은 관객으로 하여금 덧없음을 인정하면서도, 그 속에서 지속성을 발견하도록 이끄는 듯하다.
파티는 미술사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작업한다. 그는 선배 예술가들의 작품과 모티프를 차용하지만 단순히 반복하지 않는다. 철저한 고증과 그의 독창적 해석을 통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독보적인 이미지를 창조한다. 이는 단순한 모방이 아닌, 미술사의 지속 가능성을 증명하는 시도다. 이번 전시에서도 그는 고미술과 현대미술을 절묘하게 조합해, 시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서사를 만들어냈다.
나의 업業은 파티의 작업과 묘하게 닮아있다. 나는 보이지 않는 돈이라는 재료로 가치를 만들어내고, 그는 연약한 파스텔로 영원히 기억될 작품을 창조한다. 투자의 성과 역시 단기적 이익을 넘어 지속 가능한 가치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유한 속에서 무한을 찾아가는 그의 예술 세계와 맞닿아 있는 듯하다.
니콜라스 파티의 작품이 지닌 매력은 바로 이 역설에 있다. 쉽게 지워질 수 있는 재료로 영원한 메시지를 전하고, 덧없음을 이야기하면서도 오히려 그 작품은 영원히 남는다. 이는 물질적 성과를 넘어, 인간의 노력과 창조가 어떻게 유한 속에서 무한을 구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사모펀드라는 도구를 통해 지속 가능한 가치를 창출하려는 우리의 철학은 파티의 작업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유한한 세계에서 무한을 꿈꾸는 우리의 노력은 결국 사람들의 기억 속에, 세상의 일부로 남게 될 것이다.
*파티는 실재하는 모델이나 사물을 묘사하지 않듯 특정 산을 그리지 않는다. 파티의 산은 상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산>벽화 앞 고려 10-11세기에 만들어진 <금동 용두보당>이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