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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YEU Weekly

결단의 순간들

애매한 상황 속, 우리가 지켜야 할 태도에 대하여

by 정진

명절에 본가에서 매형을 만났다. 찬찬히 살펴보면 매형은 꽤 특별한 사람이다. 바쁜 사업 일정 속에서도 꾸준히 운동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수더분한 인상 속에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었다. 여러 운동을 거쳐 주짓수에 정착했던 매형이 부상으로 운동을 쉬고 있다는 걸 대화 중에 알게 됐다.




나는 웨이트를 주로 하지만, 부상으로 운동을 멈춰야 했던 그 답답함을 잘 알기에 자연스레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렇게 이어진 대화 속에서 매형이 들려준 이야기는 의외로 깊은 울림을 주었고, 지금까지도 내 생각 속에 남아있다.


내가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매일같이 마주하는 건 애매함과의 싸움이다. 완벽한 투자처도, 절대적인 투자 조건도 없다. 모든 건 찾고,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서는 내 앞에 놓인 수많은 애매함을 끊임없이 들여다보고 고민해야 한다. 매형의 주짓수 이야기가 이런 내 상황과 묘하게 겹쳐지며 더 깊은 의미로 다가온다.


“지난날을 돌아보니, 내가 주짓수에서 겪었던 부상의 대부분은 의외의 곳에서 왔어. 상대방을 배려하려는 선의가 오히려 독이 된 순간들이었지. 기술을 걸 수 있는 순간에도 상대방이 아플까 봐 망설였고, "많이 아파요?"라고 물으며 락을 느슨하게 걸었어. 그 결과는? 상대가 탈출하는 과정에서 내 관절이 꺾이는 일이 반복됐지. 주짓수는 명확함이 필요한 운동인 것 같아. 기술을 걸 때는 제대로 걸고, 풀어줄 때는 확실히 풀어주는 게 서로를 위하는 길이지. 중간이란 없어. 그 애매한 순간들이 오히려 더 위험했으니까. 아이러니하게도 이 깨달음을 얻기까지 여러 부상이 필요했고. 딱 블랙 벨트까지 하고 그만두려고.”


조현화랑 전시에 선보일 새로운 ‘붓질’ 작품 앞에서, 이배. 출처: GQ

매형의 말이 내 귓가에 맴돈다. '주짓수에서 중간은 없다.' 그의 말처럼 사업에서도 애매함 속에서 명확함을 찾는 게 중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미래는 언제나 불확실하고, 모든 판단에는 리스크가 따르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그 불확실성이 내 태도마저 불확실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상황이 아무리 애매하더라도, 그 속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만큼은 명확해야 한다는 것을.


*이배는 그 불확실한 흐름 속에서도 선명한 색감과 단호한 붓질로 자신만의 확고한 의지를 표현해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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