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와 성장, 그리고 적절한 선택
창업을 하면서 뜻밖의 선물을 많이 받았다. 화분이었다. 다양한 식물이 사무실 한쪽을 채웠고, 나는 매일 아침 이 친구들을 돌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문제는, 내가 그동안 식물을 제대로 키워본 적이 없다는 점이었다. 늘 바쁘다는 이유로 관심을 덜 주었고, 예전에는 몇 번이나 식물을 죽게 만든 기억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게 해보고 싶었다. 내 공간에 들어온 생명들을 책임지고, 잘 관리하며 함께 성장하고 싶었다.
그런데 금전수 두 녀석이 말썽이었다. 잎이 점점 힘없이 처지더니, 어느 순간 노랗게 변하기 시작했다. 혹시 병이 든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안 좋은 잎들을 제거하고 관리를 해봤지만, 어제 아침 화분 속에서 힘없이 뽑힌 줄기 하나를 발견했다. 뿌리가 드러난 채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니 당황스러웠다.
이제라도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생각에, 화분을 들고 1층 화원을 찾았다. 화원 사장님은 내 금전수를 유심히 살펴보더니 말했다.
"금전수는 추위에 약해요. 퇴근할 때 난방을 끄고 가거나, 꺼야만 하면 창가쪽은 반드시 피해주세요. 물은 당분간 왠만하면 주지 마세요. 그리고 뿌리채 뽑힌 건 어쩔 수 없어요. 이건 죽은 거예요. 지금 노랗게 변한 잎도 회복이 안될 거예요. 뿌리는 두고 잘라주어야 하는데, 흙 밑으로 잘라주세요. 봄이 오면 새순이 돋을 거예요."
인상적인 말이었다. 줄기를 잘라도, 다시 돋아날 수 있다니. 중요한 건 뿌리가 건강한가였다. 그리고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사모펀드를 운영하며 겪는 일들과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보았다.
우리는 수많은 가능성을 만난다. 하지만 모든 가능성을 프로젝트화할 수는 없다. 때로는 과감히 쳐내야 하는 순간도 온다. 어떤 딜은 지금 잘라내야 하지만, 다음 사이클에서 더 좋은 모습으로 돌아올 수도 있고, 어떤 가능성은 시간을 더 두고 기다릴 가치가 있으며, 어떤 프로젝트는 지금 당장 진행해야 하는 타이밍이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모든 걸 없애는 것이 아니라, 뿌리는 남겨둬야 한다.
금전수의 줄기처럼, 투자에서도 다시 살아날 가능성을 가진 것들은 남겨두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지금은 힘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언젠가 시장의 봄이 오면 새롭게 돋아날 기회를 맞이할 것이다. 모든 것이 다 자라지는 않지만, 잘 자랄 것들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 아닐까. 그리고 때로는, 줄기를 잘라도 다시 돋아난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