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의 희소성이 사라진 시대, 투자업의 본질
과거에는 정보와 분석력이 투자업의 핵심 경쟁력이었다.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더 정교한 분석을 통해 경쟁사보다 우위를 점하는 것이 투자자의 역할이었다. 하지만 AI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이러한 ‘지능’의 희소성이 사라지고 있다. 이제 AI는 기업의 재무 상태와 시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리스크를 평가하며, 최적의 투자 기회를 추천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PE 투자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AI가 기업의 수익성을 분석하고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그 기업을 실제로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인간의 의지와 판단력이다.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조합하여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지만, 창업자가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그리고 그의 리더십이 기업의 지속 성장에 적합한지를 판단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또한, AI가 제공하는 분석 결과가 있더라도 그것이 우리의 철학과 비전에 부합하는지 결정하는 것은 결국 투자자의 역할이다.
PE 투자자의 역할은 이제 우량한 기업을 찾아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개입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기업을 선별하는 것이 핵심이었다면, 앞으로는 그 기업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산업과 시장을 조율하고 기업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투자자의 본질적인 역할이 될 것이다. 투자업이 여전히 분석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그 중심이 점점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으로 이동하고 있다. 나는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와이유파트너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러한 투자 방식과 운영 전략을 ‘PEF 2.0’이라 명명하고자 한다.
PE의 차별적 경쟁력, ‘지능’이 아닌 ‘관계와 비전’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단순한 데이터 분석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신속하게 분석하고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지만, 투자업의 진정한 경쟁력은 신뢰와 네트워크, 그리고 산업을 조율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AI는 특정 기업의 재무적 가치를 평가할 수 있지만, 그 기업이 산업 내에서 어떤 전략적 파트너십을 형성할 수 있는지를 조율하는 것은 AI가 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AI는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지만, 기업이 시장 내에서 적절한 협업 구조 속에 자리 잡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 역시, 결국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다. AI는 이미 투자 기회를 찾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진정한 차별성은 단순히 좋은 투자 대상을 찾는 것이 아니라, 투자의 기회를 직접 만들어내는 것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왜 AI 시대에도 ‘관계’와 ‘비전’이 중요한가?
무엇보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AI가 아무리 정교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을 한다고 해도, 신뢰를 기반으로 한 관계를 구축할 수는 없다. 투자에서 신뢰란 단순한 숫자로 측정할 수 없는 요소다. 한 기업이 위기를 겪을 때 AI는 냉정하게 부정적인 평가를 내릴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는 창업자의 리더십과 조직의 회복력을 평가하고, 장기적인 가능성을 보고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신뢰가 존재하는 관계에서는 단기적인 손실이 있더라도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AI가 기업을 평가하는 방식과 인간이 기업을 바라보는 방식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AI는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정보만을 활용해 기업을 판단하지만, 투자자는 숫자 너머의 이야기를 읽어야 한다. 창업자의 리더십, 조직 문화, 시장 적합성, 기업의 유연성 같은 요소들은 단순한 수치로 환산할 수 없다.
또한, 기업의 성장은 단순한 숫자 게임이 아니다. 시장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지, 어떤 기업과 손을 잡고 어떤 기회를 만들어낼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역할이다. AI는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지만,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고 전략적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은 오직 인간의 비전과 결단력에서 나온다.
앞으로의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점점 더 작은 단위의 프로젝트들이 많아질 것이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과거처럼 거대한 기업이 모든 것을 독점하는 방식으로 성장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중요한 것은 ‘연결’과 ‘맥락을 읽는 능력’이다.
개별 기업 하나의 성장만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투자자는 이제 단순한 자본 공급자가 아니라, 기업과 기업을 연결하고, 산업과 시장이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돕는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PEF 2.0의 시대에는 더 이상 ‘큰 것이 강한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것이 강한 것’이다. 그리고 AI를 활용해 산업을 조율하고 기업이 성장할 무대를 설계하는 것.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PEF 2.0이며, AI 시대의 투자자가 가야 할 길이다. 나는 와이유파트너스를 통해 이러한 방향을 실천하고 있으며, 우리가 연결하고 조율하는 기업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투자자가 만들어가는 이 네트워크가 결국 산업을 변화시키는 힘이 될 것이다.
*호크니는 20세기 후반을 대표하는 화가지만, 기술을 단순한 도구가 아닌 새로운 표현 방식으로 받아들이며 아이패드와 디지털 드로잉을 활용해 회화의 영역을 확장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