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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YEU Weekly

3G 캐피탈의 방식, 그리고 우리가 얻어야 할 인사이트

3G의 철학과 PE의 미래, 그리고 우리의 전략적 해석

by 정진

2025년 5월, 글로벌 스포츠 및 라이프스타일 신발 브랜드 스케쳐스(Skechers)가 브라질계 투자사 3G 캐피탈에 약 94억 달러(주당 63달러)에 인수되며, 비상장사로 전환된다. 이는 신발 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 사례로, 단순한 재무적 이벤트가 아니라 PE업계에 의미 있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이번 거래는 3G 캐피탈의 철저한 운영 중심 투자 전략이 기존 식음료에서 패션·라이프스타일 산업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케쳐스는 2024년 기준 매출 약 90억 달러를 기록한 건실한 소비재 기업이다. 이번 거래는 창업자인 로버트 그린버그와 마이클 그린버그가 경영을 유지한 채, 3G는 LBO 방식으로 지분 100%를 인수하는 형태다. 이들은 스케쳐스 본사를 캘리포니아에 남긴 채, 향후 운영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제고하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 강렬한 행보의 주인공 3G 캐피탈은 조르지 파울루 레만, 마르셀 텔레스, 베토 시쿠피라, 이 세 명의 브라질 출신 기업가들이 세운 사모펀드다. 오랜 시간 Banco Garantia에서 함께 일하며 브라마(AmBev), 인베브, 버거킹, 하인즈, 크래프트 등 굵직한 인수합병을 통해 세계적인 투자운용사를 만들어냈다. 이들은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닌 오퍼레이터로서 기업의 체질을 바꾸는 방식으로 성과를 내왔다.


이들의 투자 방식은 분명하다. 첫째, 철저한 선택과 집중. 다수의 소규모 투자가 아닌, 몇 개의 핵심 기업에 집중 투자하여 오너십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운영에 참여한다. 버거킹 인수를 시작으로 3G는 팀호튼즈, 파파이스, 파이어하우스섭까지 연달아 인수하며 이들을 통합한 Restaurant Brands International(RBI)를 출범시켰다. 이 지주회사는 전 세계 100개국 이상에 진출한 글로벌 외식 브랜드 플랫폼으로, 3G의 오퍼레이팅 능력과 스케일 전략이 결합된 대표 사례다. 2023년 기준 자산운용규모(AUM)는 약 140억 달러로 알려져 있으며, 버거킹 투자를 통해 약 200억 달러 규모의 이익을 실현했다고 Forbes가 보도했다. RBI의 경우 2010년 버거킹 인수 이후 현재까지 약 21배의 총주주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몇 건의 투자만으로 큰 수익을 올린 점이 3G의 대표성과라 할 수 있다.


둘째, 성과주의와 ZBB(Zero-Based Budgeting)를 결합한 비용구조의 재설계다. 3G는 매년 모든 비용을 0에서 재설계하며 낭비를 제거하고, 임직원의 상위 20%에게는 파격적인 보상을, 하위 10%는 과감히 정리하는 20-70-10 모델을 적용한다. 특히 Kraft Heinz 인수 이후 ZBB 도입으로 공장 폐쇄·감원·마케팅 삭감 등이 반복되며 무자비한 운영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셋째, PSD(Poor, Smart, Deep desire to get rich) 인재 철학에 기반한 빠른 인재 발탁과 철저한 성과 연동 보상 체계다. “가난하고(Poor), 똑똑하며(Smart), 부자가 되려는 강한 열망(Deep desire to get rich)”이란 기준은 노골적이긴 하지만 뭔가 직관적이다.


<Dream Big>은 이 모든 여정을 서사화한 책이다. 단순한 성공 신화가 아니라, 경영의 본질과 투자의 철학을 어떻게 합쳐 실질적 성과로 연결시켰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3G의 창업자들은 본인을 투자자라기보다는 경영자, 문화 설계자라고 여겼고, 이는 모든 인수한 기업에서 실행되었다.


그러나 이 모델이 정답만은 아닐 수 있다. ZBB는 초기에는 극적인 비용절감 효과를 보이지만, 때때로 브랜드 투자나 혁신 여력을 제한시켜 성장 정체를 유발하기도 한다. 인재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방식 또한, 지속 가능한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즉, 3G의 방식은 극단적으로 효율화된 모델인 만큼, 그에 따른 장단이 명확한 것 같다.


Screenshot 2025-05-10 102259.png 3G Capital’s Founding Partners, 출처: Financial Times

그렇다면 이 모든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인사이트는 뭘까? 작은 펀드일수록 선택과 집중이 답이란 생각이 다시 한번 든다. 한두 개의 전략적 기업에 깊이 관여하며 경영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 둘째, 초기 경영진과의 alignment는 수익률보다 중요하다. 오너십을 공유하며, 인센티브를 설계하고, 오퍼레이터 마인드를 함께 나눠야 진짜 성과가 생긴다. 셋째, 우리는 3G처럼 운영 기반의 가치 창출을 목표로 하되, ZBB와 같은 극단적 효율화가 아닌, 데이터 기반 최적화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함께 설계할 필요가 있다.


3G는 하나의 방법론을 넘어선 철학이다. 그 철학이 스케쳐스를 통해 또 한 번 실험대에 오른 지금, 우리 같은 신생 운용사들은 그 방식에서 인사이트를 얻되, 맹목적 모방이 아닌 자신만의 원칙으로 재해석해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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