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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YEU Weekly

Opening Bell이 여는 새로운 거래 구조

온체인 주식 유통, 유연한 EXIT 수단 가능성

by 정진

얼마 전 링크드인에서 CoinFund 대표인 Christopher Perkins와 짧은 대화를 나눴다. CoinFund는 글로벌 크립토 및 블록체인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벤처 투자사로, Web3·탈중앙화금융(DeFi) 관련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해오고 있는 하우스다. Perkins는 대화 중 Superstate라는 플랫폼과 그들의 Opening Bell 서비스에 주목해볼 것을 권했다.


이를 계기로 틈틈이 Opening Bell 서비스를 살펴보며, 이들이 어떤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블록체인과 전통 자본시장이라는 두 세계가 어떻게 접점을 찾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왜 지금 이 시점에서 이러한 시도가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 투자자의 관점에서 생각해봤다.




Superstate는 블록체인 기반 자산관리와 자본시장 혁신을 목표로 하는 미국의 핀테크 기업이다. 이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단순한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SEC 등록 주식의 온체인 발행과 거래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시장에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5월 8일 Superstate는 Opening Bell이라는 플랫폼을 출시했다. 이 플랫폼은 SEC에 등록된 주식을 블록체인 상에서 직접 발행하고 거래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이전까지 블록체인 기반의 주식 거래 시도는 대부분 ‘래핑(wrapping)’ 방식을 통해 이루어졌는데, 이는 법적 안정성과 실물 주식과의 일대일 대응 측면에서 한계를 지녔다. 반면 Opening Bell은 SEC 등록 주식을 직접 온체인에서 발행하므로, 법적 준수성과 투명성을 갖춘 구조를 구현하고 있다.


introducing-opening-bell.jpg 출처: Superstate의 X


이 서비스가 시장에 제공하는 가치는 여러 층위에서 드러난다. 우선 거래 시간의 제약을 없앤다는 점이 크다. 기존 증권거래소는 정해진 거래 시간에만 운영되지만, Opening Bell에서는 연중무휴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다. 이는 특히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시간과 국경의 장벽을 허무는 효과를 제공한다.


또한 거래와 결제의 효율성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거래와 결제가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 발생하던 결제 지연이나 청산 리스크를 크게 줄여준다. 투자자들은 거래 후 즉시 소유권이 이전되고 결제가 완료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법적 안정성 또한 이 플랫폼의 중요한 특징이다. SEC 등록을 기반으로 하기에 기존의 규제 체계 내에서 운영되며, KYC(고객확인) 절차와 스마트컨트랙트 기반의 거래 제한 등 기술적·법적 컴플라이언스가 내재화되어 있다. 이는 암호화폐 기반 자산의 거래에서 종종 문제로 지적되던 법적 모호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기능한다.


특히 흥미로웠던 점은 Opening Bell이 신주와 구주 모두의 온체인 유통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기업이 새로운 주식을 발행할 경우 이는 전통적인 유상증자와 동일하게 회계 처리된다. 동시에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온체인에서 거래할 수도 있다. 이로 인해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자본 조달 창구가 열리고, 기존 투자자는 더 넓은 투자자 풀과 유동성 확보의 기회를 얻는다.


또한 기존 증권거래소 상장과 온체인 유통이 배타적이지 않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Opening Bell은 나스닥 등 기존 거래소 상장 종목과 동시에 온체인 유통을 허용하는 듀얼마켓 구조를 지향한다. 실제 첫 사례로는 캐나다 상장사이자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 기업이 Opening Bell을 통해 온체인 상장도 병행한 사례가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Opening Bell은 단순히 거래 편의성 이상의 기회를 제공한다. 넘어야 할 숙제들이 많아 보이지만, 온체인으로 발행된 주식은 DeFi(탈중앙화금융) 생태계와의 직접 연동 가능성을 지닌다. 담보 대출, 유동성 풀, 자동화된 투자전략 등 다양한 Web3 서비스와 연결될 수 있으며, 이는 기존 전통 주식시장에서는 불가능했던 유연한 활용성을 의미한다.


현재까지 Superstate는 시드 투자와 시리즈 A 투자 라운드에서 총 약 1,80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유치했다. 투자자 구성은 ParaFi, CoinFund, Distributed Global, Galaxy, Arrington Capital 등 글로벌 크립토·핀테크 생태계에서 높은 영향력을 가진 벤처 캐피털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Superstate가 단순한 기술 플랫폼을 넘어, 미래 자본시장 인프라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방증한다.


Superstate의 중장기 목표는 명확해 보인다. 자본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주식이 단순 투자자산을 넘어 스마트컨트랙트 기반의 ‘프로그래머블 증권’으로 발전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려 한다. 동시에 전통 금융 시스템과 Web3 생태계를 연결하는 새로운 인프라를 만드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Screenshot 2025-06-14 102957.png Superstate의 창업자 Robert Leshner, 출처: CoinDesk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기술적 실험에 머무르지 않는다고 본다. 전통 자본시장과 블록체인 기술의 융합은 이미 하나의 트렌드를 넘어 구조적 변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 중심에서 Superstate는 Opening Bell이라는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 플랫폼으로 그 변화를 견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전통 자본시장에서 활동해 온 나 역시, 이 플랫폼이 가진 가능성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 특히 VC·PE 관점에서 보면 이는 또 하나의 유연한 Exit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으며, 이러한 온체인 유통 인프라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경우 거래량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나는 개인적으로도 전통 자본시장과 크립토 경제(그것이 블록체인 기반이든, 그 외 새로운 구조이든)의 연결 지점에 관심을 가져왔다. 앞으로 이런 교차지점에서 어떤 새로운 시장 기회가 열릴지, Opening Bell이 보여줄 다음 스텝을 주의 깊게 지켜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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