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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YEU Weekly

Veritas Capital, 우리가 배운 것들

분산보다 집중, 레버리지보다 본질에 집중

by 정진

지난 6월 26일, 서울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2025 Veritas Capital 북미 PE 인사이트 포럼"에 참석했다. Veritas Capital은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사모펀드 운용사지만, 북미에서는 정부 및 공공 기반 산업과의 깊은 연계를 통해 독특한 투자 전략을 구축해온 하우스로 평가받는다. 이번 포럼에서는 Brendan Dillon 파트너를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직접 참여해, Veritas의 철학, 전략, 그리고 실질적인 투자 성과에 대해 공유했다.




Veritas Capital은 1992년 설립된 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로, 초창기에는 큰 특색이 없는 제너럴 펀드로 시작했으나 이후 국방, 정부, 기술 기반 산업에 특화된 섹터 전문 운용사로 전환하였다. 2025년 기준 운용자산(AUM)은 약 500억 달러 수준이며, 미국 연방정부와의 긴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한 투자 전략을 구축하고 있는 점이 특징적이다. 특히 미국 정부의 예산 흐름과 규제 구조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이를 기업 인수 및 성장 전략에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데 뛰어난 역량을 보이고 있다.


Veritas는 실제로 미국 국방부, 보건복지부(HHS), 교육부 등 주요 정부 기관의 예산이 직간접적으로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의 기업에 주로 투자하고 있으며, 막대한 정부의 R&D 지출이 곧 포트폴리오 기업의 캐시플로우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타 사모펀드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구조적 기반을 갖춘 운용사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헬스케어, 교육, 국가안보, 에너지 및 지속가능성, 금융기술 등 사회적으로 필수적인 영역에서 오랜 기간 투자를 해왔다.


이러한 전략 아래, Veritas는 디케이드(Medicaid) 프로그램의 최적화 및 청구(Claims) 정확성 향상을 지원하는 헬스케어 IT 기업(Gainwell, Cotiviti), 수천 개 교육기관에 학습 및 학사관리 시스템을 제공하는 에듀테크 기업(Anthology, Cambium), 그리고 위성통신과 사이버보안, 국방 인프라를 운용하는 안보기술 기업(Peraton, Frontgrade) 등에 투자하고 있다. 또한 에너지 데이터 분석 분야의 글로벌 리더인 Wood Mackenzie 인수를 통해 에너지 전환과 ESG 흐름을 반영한 투자로 확장했고, Candescent를 통해 금융 인프라의 디지털화를 지원하는 핀테크 분야에도 진출했다. Veritas는 단순히 높은 수익성을 가진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의 핵심기능을 기술로 대체하며 민관의 경계를 새롭게 정의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한다.


Veritas의 포트폴리오 전략은 산업군별로 단순 분류되는 것을 넘어서 각 기업이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사회적 임팩트를 창출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Gainwell은 미국 40개 주에서 1억 명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메디케이드 시스템을 운영하며, 정부의 예산 절감과 의료 효율화를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 Anthology는 전 세계 3,000개가 넘는 교육기관에 학습관리 시스템과 학사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며, 약 2,800만 명의 학생과 교직원이 사용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Peraton은 국가 안보 분야에서 사이버 보안, 위성 통신, 데이터 보호 등 전략기술을 제공하며 연간 100억 달러 이상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포트폴리오 구성은 Veritas가 단순히 특정 산업군 내 우량 기업을 선별하는 수준을 넘어, 정부가 민간 부문에 외주화하는 핵심 기능들을 민간 기술로 전환하고 그 시스템을 장악하는 데 전략의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Veritas는 단기적인 성과보다 사회 구조적 변화의 맥락 속에서 기업의 역할과 포지셔닝을 설계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구조적 알파를 창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수익의 원천: MOIC Breakdown으로 본 Veritas의 Value-up 공식

Veritas가 제시한 Net MOIC(투자자본수익배수)의 구성을 보면, 전체 수익 중 약 33%는 매출 성장을 통해, 26%는 마진 개선을 통해, 그리고 31%는 멀티플 상승을 통해 창출되었으며, 단 10%만이 레버리지 축소에서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론 적일 수 있지만 이 데이터는 Veritas가 금융구조보다 기업 자체의 본질적인 가치 상승 과정에 훨씬 더 많은 집중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들은 인수 이후 기업의 오퍼레이션을 정밀하게 점검하고, 사업 구조 재편이나 전략적 리포지셔닝, 브랜드 재설정, R&D 투자 강화 등을 통해 실질적 개선을 이끌어낸다. 또한 이러한 변화의 결과로 시장의 재평가를 유도해 멀티플 상승을 의도하고 있으며, 재무 레버리지를 최소화하면서도 구조적으로 견고한 수익 기반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Veritas의 이러한 Value-up 전략은 우리가 지향하는 행동주의 파트너쉽 모델과 어느정도 접점이 있는 것 같다.


이번 포럼에서 가장 강하게 와닿았던 메시지는 Veritas의 철학 중 하나인 970개의 투자검토 기회는 배움의 기회라는 관점이었다. 발표자료에 나와있지도 않았고, 중간에 발표자였던 Brendan 이 했던 이야기다.


Veritas는 매년 약 1,000개 기업을 투자검토 하지만 실제 인수로 이어지는 건 단 1~2건이고 약 20개 정도는 크레딧펀드에서 소화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은 그 나머지 970건을 단순히 거절된 대상이 아닌, 하나의 학습 자산으로 본다. 밸류에이션을 시도하고, 산업을 조사하고, 경영진과 대화하면서 쌓이는 경험 하나하나가 다음 기회를 더 정교하게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말한다.


이러한 철학은 우리가 자연스럽게 체화해온 태도이기도 하다. 꼭 성사되지 않았더라도, 우리가 검토했던 수많은 기업과의 인연은 우리의 안목을 키우고, 논리를 다듬으며, 성장의 기준을 더욱 높여주었다. 또한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돌아보았을 때, 과거에 미처 보지 못했던 기회를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우리는 묶어 놓았던 인연의 리본을 다시 풀고 이어 나가며, 진짜 알파로 전환시키는 것을 소중한 전략으로 여긴다.


Veritas Capital 창업자 Ramzi Musallam, 출처: The Forbes


Veritas는 또한 분산투자보다는 집중투자에 더 많은 가치를 둔다. 실제로 파트너 1인이 평균적으로 관리하는 기업 수는 1.5개 수준이며, 85% 이상의 지분을 인수한 경우 CEO 교체까지도 검토할 정도로 참여의 깊이가 크다. 현장에서 직접 뛰며 R&D 예산까지 고려하는 방식은 단순한 자본의 제공이 아니라, 투자 이후의 성과를 실질적으로 설계하는 관여형 전략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강조해온 '공진화(Coevolution)'라는 키워드와도 일맥상통한다.


Veritas Capital은 규모보다 구조에서 차별화된 사모펀드다. 미션 크리티컬 산업의 본질을 이해하고, 정부와 산업의 접점에서 기술을 통해 시스템을 재설계하며, 단기적 수익이 아닌 구조적 가치 창출을 통해 장기적 알파를 실현하고 있다. YEU는 이번 경험을 통해 우리 또한 수많은 기회 속에서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고, 더욱 집중력 있는 전략을 설계하며, 관계를 이어가는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다시금 확신했다. 앞으로도 배우고, 되돌아보고, 다시 연결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만의 길을 단단히 다져나갈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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