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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YEU Weekly

Make Our Own Luck

KKR 2025 하반기 전망을 통해 되짚어 본 사모펀드의 역할

by 정진
“Luck is what happens when preparation meets opportunity.” — Seneca the Younger


이번 KKR의 2025년 하반기 전망 보고서의 결론에 쓰인 문구다. 행운은 준비된 자에게 온다. 단순한 문장이지만,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메시지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아니, 최소한 어떤 관점으로 하반기, 그리고 다가오는 2026년을 바라봐야 할까.



2025년 상반기, 전 세계 자본시장은 지정학적 긴장, 끈질긴 인플레이션, 무역 마찰,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과 같은 거시적 충격 속에서도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특히 미국 외 지역에서는 위험자산의 수익률이 예상을 상회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이는 단순한 운이 아닌, 구조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KKR은 이번 『2025년 하반기 거시경제전망 보고서(Make Your Own Luck)』에서 기존의 저금리‧저변동성 환경에서 벗어나 고금리, 고불확실성 시대에 맞는 새로운 투자 전략을 제시했다. 이들은 현 시점을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로 정의하며, 투자자들이 더 이상 베타에 의존할 수 없고 운을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환경에 진입했다고 강조한다. 그 운의 결과는 알파를 말하는 듯하다. 아래와 같은 내용들이 강조됐다.


1) 전방위적 안보(Security of Everything): 안보 개념이 군사 영역을 넘어 에너지, 데이터, 결제, 통신, 헬스케어 등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각국 정부는 방산 및 공급망 재편에 집중하고 있다. 2024년 세계 국방비는 2.6조 달러로 전 세계 GDP의 2.4%에 해당한다. 21~22년의 2.2% 대비 상승했다.


2) 고립의 시대와 새로운 소비(Epidemic of Loneliness):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적 단절이 가속되며 반려동물, 디지털 웰니스, 공동주거, 불임 관련 헬스케어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이건 새로운 개념은 아니고 우리가 이미 익숙해지고 있는 테마 같다.


3) 노동력 재훈련과 생산성 향상(Worker Retraining & Productivity):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이민 둔화로 인해 숙련 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되며, 재교육 및 생산성 기술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은 OECD 국가 중 직업 재교육 투자 비율이 거의 최하위권이다.


4) 민간자본의 공공영역 진출(Public to Private): 정부 지출 여력이 줄어드는 가운데, 민간자본이 인프라, 주택, 에너지 전환 등 공공적 영역에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각국 국부펀드들도 점차 프라이빗마켓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5) 자본집약형에서 경량화 모델로(Capital Heavy → Capital Light): 많은 기업들이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거나 사업구조를 경량화하면서 자본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카브아웃(Carve-out) 거래가 늘고 있으며, 자사주 매입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6) 담보기반 현금흐름 투자(Collateral-Based Cash Flows): 인프라, 에너지, 부동산신용과 같은 실물자산 기반 현금흐름은 인플레이션 연동성과 경기방어성을 동시에 제공해 포트폴리오 안정화에 기여한다.


7) 아시아 역내 통합(Intra-Asia Connectivity): 아시아 내 무역 비중은 1990년 46%에서 2021년 58%로 상승했고, 2029년까지 67%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나는 이 부분이 인상깊었는데, 이러한 흐름은 아시아 각국이 기존의 서방 의존적 공급망에서 벗어나, 역내 자립적인 경제권을 구축하고자 하는 정책적 의지와도 맞물려 있다.


각국 정부는 무역 인프라, 통관 절차, 물류 허브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디지털 결제, 위안화 정산, 현지 생산기지 확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투자 관점에서 보면, 이는 단기적인 경기순환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변화(secular trend)다. KKR은 이를 바탕으로 물류, 소비, 제조, 디지털 인프라 분야에서 강한 투자 기회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테마 아래 KKR은 기존의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적인 분산비율 60/40 포트폴리오(주식/채권 혼합)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대신, Private Equity와 Real Asset 중심의 대체투자 자산군을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며, 이들이 수익률 제고와 변동성 완화 모두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보고서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Private Equity의 역할이 단순한 레버리지 수익에서 벗어나 '운영 개선을 통한 수익 창출(Operational Alpha)'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KKR은 기존처럼 금리가 낮고 신용이 풍부한 환경에서는 단순히 레버리지를 활용한 수익 창출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직접적인 경영 관여와 구조적인 개선 없이는 지속 가능한 수익을 만들 수 없는 국면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전략 요소들이 부각된다.


1. 운영 개선(Operational Improvement)

투자의 성과는 구조조정, 비용 효율화, 수익 다각화 등 현장 개선을 통해 만들어져야 한다. 단순한 재무적 구조화보다는 경영진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기업 체질 개선이 핵심이라는 메시지다.


2. 임직원들의 지분 참여(Employee Ownership)

성과 창출은 이해관계자의 정렬에서 비롯된다는 관점에서, 임직원 지분 참여 모델을 강조한다. 이는 특히 컨트롤 지분을 확보한 Buyout 딜에서 직원 몰입도 및 실행력 제고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3. 카브아웃 기회(Carve-Out Opportunities)

대기업의 비핵심 자산 분할 매각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러한 딜은 비교적 낮은 진입가와 명확한 밸류업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현재 시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소싱 채널로 간주된다. KKR은 일본,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전체 거래의 1/3 이상이 카브아웃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딜 소싱하기는 정말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긴하다.


4. 자본 효율성(Capital Discipline)

미국 기업들은 2025년 한 해에만 1조 달러 이상의 자사주 매입을 집행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비핵심 사업의 매각 등을 통해 실현된 현금흐름을 재배치하는 전략이다. 자본의 생산성을 중시하는 기업이 향후 PE의 주요 투자대상이 될 수 있다.


결국 이 모든 논리는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성공정인 PE는 오랜 시간 동안 기업의 곁에 머물며, 무엇을 함께 해나가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KKR 역시 이번 보고서에서 “타이밍(timing)이 아니라 시장에 머무는 시간(time in the market)”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즉, 그 기간 동안 기업과 어떤 대화를 나누고, 어떤 변화의 길을 함께 걷느냐가 핵심이다.


이건 결국 PE가 행동주의 펀드와는 다른 방식으로 행동주의 파트너쉽 형태가 되어야 한다는 오래된 내 믿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그게 지금 같은 고금리, 고불확실성 시대에 더 빛을 발하는 방식이다.


캡처.JPG Henry H. McVeyPartner*, Head of Global Macro and Asset Allocation, 출처: CNBC


현재 매각 자문 중인 A사와는 올해 초 경영 자문 프로젝트부터 시작했다. 프로젝트의 초점은 회계 보고 체계를 정비하고, 비용통제 구조를 정립하며, 월별 실적 마감 개념을 심는 운영 시스템의 기반을 다지는 작업이었다. 초기에는 우리가 직접 바이아웃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판단 아래 검토를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잠재적 전략적 투자자가 자체 자금으로 회사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했고, 나는 딜 구조를 매각 자문으로 전환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내가 이 회사를 인수하려 했던 만큼 이미 많은 고민과 분석을 했다는 점이 신뢰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 신뢰 덕분에 실사가 진행됐고, 나는 단순한 정보전달자의 역할을 넘어서, 기업의 운영구조와 수익성 레버리지 방식까지 깊이 교감하며 딜을 이끌 수 있었다. 결국 이 딜은, 단순한 시기의 문제나 운으로 된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이게 KKR이 말한 '운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Make Your Own Luck)'는 메세지와 어느정도 맞물리는 부분 아닐까 싶다.


이번 KKR의 보고서는 단지 시장 전망을 제공하는 문서가 아니다. 이건 변화한 시대에 PE가 어떤 태도와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나침반과도 같다.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시장의 파동을 맞추는 게 아니라, 기업과 현장에 얼마나 깊숙이 들어가서 구조를 바꾸고 리스크를 통제할 수 있는가다. 이번 딜은 그 태도를 실천한 하나의 사례였고, 앞으로의 많은 기회는 이런 태도와 실행이 만나는 곳에서 만들어질 것이다.


*Henry H. McVey는 KKR의 글로벌 매크로 및 자산배분(GMAA) 팀을 이끄는 파트너이자, 이 레포트의 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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