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it을 준비하는 창업자의 선택, 그리고 그 옆의 자문사
올해 초 YEU Partners를 사모펀드로 창업하였지만, 우연찮게 첫 딜을 매각자문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나에게도 매각 자문은 처음이었다. 요즘은 매일이 새로운 수업 같고, 의식적으로 오감을 열고 있으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씩 느껴진다. 표면적으로는 숫자와 리스크, 계약 조건 같은 요소들로 보이지만,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 안에 사람의 이야기, 조직의 서사, 누군가의 의사결정이 녹아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 수많은 FDD, LDD 리스트와 Q&A들을 거치면서 더 창업자의 서사에 가까이 다가가게 되고 회사에 대한 이해도 깊어진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통해 창업 전 PE에 있었을 때 경험이 360도의 시야로 복기되며 재해석되고, 또 새로운 개념으로 발전해가는 것을 느끼고 있다. 난 요즘 정말 가치있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저는 매각을 한다고 해서 사업을 완전히 그만두는 건 아닙니다. 계속해서 이 영역에서 일할 생각이고요. 그래서 이번 딜을 바라보는 시선이 단순한 EXIT으로만 비춰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왜 제가 이 회사를, 이 시점에, 이 매수자에게 넘기려고 하는지 업계에서도 그 맥락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그게 직원들에게도 영향을 줄 것 같거든요. 그들은 제가 이 회사를 손에서 놓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더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저보다 더 체계적으로 키워낼 수 있는 팀에게 맡기는 선택이었습니다.
그걸 잘 전달하지 않으면, 괜한 오해가 생기고, 무엇보다 직원들이 위축될까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한 가지 더..저는 이 매각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능하다면 매수자 분들과도 계속 협업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고 싶어요.
그동안 이 브랜드를 어떻게 운영해왔는지,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는지 그런 것들을 이어갈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연결되면 좋겠습니다. 저는 아직 이 회사를 완전히 놓을 준비가 되지 않았고, 정확히 말하면, 놓고 싶지 않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방식으로 연결되어, 이 브랜드가 더 멀리 나아가는 걸 함께 지켜보고 싶어요.”
이 대표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EXIT을 준비하는 매도자의 마음이 얼마나 복합적인지를 다시 느꼈다. 표면적으로는 밸류를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지만, 그 이면에는 더 깊은 동기가 존재한다. 이번 딜에서 내가 만난 대표는 단순히 회사를 떠나고 싶어서 Exit을 결정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의 브랜드와 회사를 진심으로 아끼기에, 그 다음 단계로 도약시키기 위해선 자신과는 다른 DNA를 가진 경영진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0에서 1을 만든 창업자에게 있어 1에서 10으로 가는 길은 다른 자질과 역량을 요구한다.
새파란 시절 남녀사이에 사랑하기 때문에 이별한다는 말을 전혀 이해 못했는데, 그게 M&A 시장에는 존재할지도 모르겠다. 이 대표는 매각 이후에도 회사와 협업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고 싶어 했고, 업계에서도 자신이 왜 이 회사를 이 시점에 매각했는지를 이해받기를 원했다. 이런 이야기 하나하나가, 매각 그 자체보다 더 강한 진정성과 힘을 지닌다.
이처럼 Exit의 과정에는 단순한 거래 이상의 서사가 흐르고 있다. 그리고 그 서사를 가장 가까이에서 접하게 되는 이가 바로 자문사다. 내가 이번 프로젝트에서 다시금 절감한 것은, 자문사의 성향이 매도인과 얼마나 잘 맞는지가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다. 이 일은 단순히 ‘일’로 치부할 수 없다.
실사를 하다 보면 회사에 대한 너무 많은 정보를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하나의 이야기로 그 회사를 바라보게 된다. 예컨대, 포괄임금제로 일하면서도 주 52시간을 넘기지 않았음에도 직원의 육아수당을 따로 챙겨준 대표의 배려심은 노무 리스크 관점의 분석으로는 해석되지 않는다. 이처럼 숫자로 설명되지 않는 의도와 맥락은 자문사의 눈에 어떻게 보이는가에 따라 시장에 비춰지는 방식도 달라진다.
좋은 자문사는 매도자의 감정과 생각을 최대한 읽어내려 노력한다. 그리고 그것을 매수자에게 효과적으로 번역해낸다. 때로는 창의적인 방식으로, 때로는 정서적으로 공감 가능한 언어로 말이다. 나 역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배운 게 있다면, 숫자에 강한 사람보다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 진짜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생각이 이렇게 정리가 된다. 결국 내가 하는 모든 프로젝트는 나에 대한 투자가 아닐까. YEU Partners를 창업한 것도, 이 매각 자문을 수행하는 것도, 앞으로 하게 될 모든 투자, Value-up과 Exit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어떤 결과를 만들었느냐보다 어떤 태도로 임했느냐가 나를 만든다. 내가 정한 원칙은 지키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해왔다는 말은 허울 좋은 선언이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에 대한 고백 아닐까.
이번 매각 자문 프로젝트를 통해 내가 어떤 투자자가 될 것인지, 어떤 태도로 자본시장에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하고 있다. 나는 여전히 배우고 있고, 오감을 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프로젝트를 단순한 Exit 자문이 아니라, YEU Partners의 태도를 현실로 구현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