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경영의 구조

P×Q–C, 철학이 숫자가 되는 순간

by 정진

이 칼럼은 앞선 두 편의 글—‘왜 K-패션은 IPO시장에서 저평가받는가’, 그리고 ‘한국 뷰티 산업의 성장에 대해’—을 잇는 이야기다. 앞선 두 글이 산업 구조의 차이를 다뤘다면, 이번 글은 브랜드 경영의 구조적 언어, 즉 P×Q–C = Profit이라는 공식을 통해 대표의 철학이 어떻게 숫자로 전환되는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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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ce: 철학이 가격 방어력을 만든다

좋은 브랜드는 제품이 아니라 관계를 판다. 그 관계의 출발점은 “고객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이 브랜드의 철학이자 가격의 근원이 된다.


철학이 추상적 문장으로만 머물면 브랜드는 흔들린다. 하지만 그것이 수치화될 때 가격은 방어력을 갖는다. 대표의 철학은 결국 ‘재구매율’, ‘리뷰 작성률’, ‘회원 코호트 LTV’ 같은 지표로 전환되어야 한다. 고객이 제품 그 이상을 느껴 다시 돌아오고, 브랜드의 맥락에 참여할수록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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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브랜드 대표의 말처럼 제품은 닳아 없어지지만, 감정은 남는다. 그 감정이 바로 프리미엄을 만든다. 가격의 하방경직성은 시장이 아니라, 철학에서 시작된다. 그 철학이 고객 경험 속에서 수치로 측정될 때, 브랜드는 비로소 가치를 방어할 힘을 가진다.


Quantity: 성장의 속도, 팬덤의 외연

성장은 단순히 매출의 증가가 아니다. Quantity, 즉 수량의 확장은 두 가지 방향으로 일어난다. 첫째는 시장의 외연이 넓어지는 것(SOM → SAM → TAM), 둘째는 브랜드의 카테고리가 확장되는 것이다. 시장 확대는 단순히 국가를 넓히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새로운 문화와 고객군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무신사 스탠더드 성수점의 외국인 구매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단순한 매출 증가가 아니라 브랜드의 인지도가 ‘로컬 감도에서 글로벌 정체성’으로 이동하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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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락피쉬처럼 IP 인수를 통해 레인부츠에서 메리제인·스니커즈로 확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브랜드의 Q 확장은 단순한 제품군의 확장이 아니라, 정체성의 확장 속도(Growth Velocity) 그 자체다.


결국 성장의 본질은 속도다. SOM(현재 수익시장)에서 TAM(전체 시장)으로 이동하는 그 속도를 얼마나 빠르고 건강하게 만들어내느냐, 그것이 곧 브랜드의 Quantity를 결정한다.


Cost: 밸류체인을 이해하는 것이 비용을 줄인다

많은 창업자들은 브랜드를 ‘감각’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경영은 감각이 아니라 구조다. 비용 최적화는 밸류체인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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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이든 뷰티든, 브랜드는 산업의 일부다. 따라서 대표나 경영진이 산업 밸류체인의 어느 지점에서 출발했는지, 그리고 나머지 사슬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가 비용 구조를 좌우한다. 예를 들어 기획 출신 대표는 제조와 물류를, 디자이너 출신 대표는 유통과 자금흐름을 배워야 한다. 이해의 폭이 넓어질수록 불필요한 리스크와 마진 손실은 줄어든다.


브랜드 경영은 단순히 ‘비용을 줄이는 일’이 아니라, 밸류체인을 최적화하는 일이다. 가치를 만드는 지점을 알고, 그 이외의 영역에서는 효율을 극대화하는 일. 그것이 곧 C의 관리이며, 지속 가능한 이익의 출발점이다.


400091_30155_5325.jpg 2025년 ‘LG 구겐하임 어워드’ 최초의 한국인 수상자로 선정된 김아영 작가. 출처 : 포브스코리아


결국, P×Q–C는 브랜드의 철학 구조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공식을 재무식으로만 해석한다. 하지만 이 식은 숫자의 방정식이 아니라 브랜드 경영의 방정식이라 생각한다. 대표의 철학이 Price를 만들고, 팬덤이 Quantity로 확장되며, 밸류체인에 대한 이해가 Cost 최적화로 이어질 때, 비로소 브랜드는 지속 가능한 Profit을 만든다.


이 공식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단순하다. 브랜드의 성장은 경영진의 세계관에서 출발한다. 제품이 아니라 철학이, 마케팅이 아니라 구조가, 단기적 매출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이익이 브랜드를 오래 가게 만든다.


K-패션이 저평가를 벗어나기 위해, K-뷰티가 보여준 인프라와 속도를 모방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브랜드 자체가 어떻게 철학을 수치화하고, 팬덤을 성장시키며, 밸류체인을 이해하느냐의 문제다. 브랜드의 가치는 결국 대표의 철학이 얼마나 구조화되었는가에 달려 있다.


그 철학이 숫자로 증명되는 순간, P×Q–C는 더 이상 수식이 아니라, 브랜드 경영의 언어가 된다


*전통 기법과 혁신 기술을 융합하며, 철학을 구조로 바꾸는 김아영 작가. 그녀의 작업은 예술가가 어떻게 사유를 구조화하고, 감각을 시스템으로 전환하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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