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시작은 대표다

그리고 인프라

by 정진

앞선 세 편의 칼럼에서 우리는 산업과 브랜드의 구조를 차례로 살폈다. 첫 번째 글에서는 K-패션이 왜 IPO 시장에서 저평가받는지를 다뤘고, 두 번째 글에서는 K-뷰티가 어떻게 글로벌 경쟁력을 구축했는지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세 번째 글에서는 P×Q–C, 즉 가격(Price), 성장(Quantity), 비용(Cost)이라는 브랜드 경영의 구조를 통해, 대표의 철학이 어떻게 수치로 전환되는가를 이야기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 모든 논의를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시켜야 한다.




모든 것의 시작은 대표다.

가격은 시장이 아니라, 대표의 선택에서 시작된다 많은 브랜드가 시장 가격에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표가 우리 제품이 고객에게 얼마의 가치가 있는가를 먼저 결정한다.


같은 원가 2만 원짜리 티셔츠도, 어떤 브랜드는 5만 원에 팔고, 어떤 브랜드는 15만 원에 판다. 이 차이는 원가가 아니라 대표가 고객에게 무엇을 약속하느냐에서 나온다. 빠른 트렌드 반영인가, 지속 가능한 소재인가, 아티스트 협업인가. 그 약속이 명확할수록 가격은 흔들리지 않는다.


단순한 감성적 스토리만으로는 부족하다. 대표의 약속이 고객만족도, 재구매율 같은 자본시장에서 이해가능한 숫자로 증명될 때, 그 가격은 정당성을 얻는다. 결국 대표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가가 브랜드의 가격을 만든다.


대표의 시야가 Quantity를 결정한다

브랜드의 성장은 단순히 올해 매출이 작년보다 늘었다가 아니다. 대표가 지금 서 있는 시장 너머를 얼마나 빨리 보느냐가 성장의 속도를 결정한다.


Quantity는 브랜드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의 크기이자 확장의 속도다. K-뷰티를 다시 떠올려보자. K-뷰티의 글로벌 확장은 단순한 수출이 아니었다. OEM·ODM 인프라라는 기반 위에서, 브랜드들은 신속히 제품을 테스트하고 카테고리를 확장했다. APR의 메디큐브·널디처럼 디지털 팬덤을 구축하며 빠르게 시장을 넓힌 것도 그 결과였다.


SOM(현재 시장)에서 TAM(전체 시장)으로 나아가는 그 속도가 곧 브랜드의 성장력이다. 성장은 욕심의 문제가 아니다. 대표가 얼마나 멀리, 빠르게 기회를 포착하느냐의 문제다.


대표의 이해가 Cost를 최적화한다

많은 창업자들이 브랜드를 감각으로 시작한다. 좋은 디자인, 좋은 소재, 좋은 스토리. 그런데 어느 순간 회사는 적자를 낸다. 왜일까? 산업의 밸류체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대표가 디자이너 출신이라면, 제품 기획은 탁월하지만 원단 조달 가격이나 봉제 공장의 최소 생산 단위(MOQ)는 잘 모를 수 있다. 그 결과 소량 생산을 하려다 단가가 너무 높아지거나, 재고가 과다하게 쌓인다.


반대로 MD 출신 대표는 상품 구성은 잘하지만, 물류 창고 운영비나 세무 구조는 놓칠 수 있다. 매출은 늘었는데 현금은 없는 상황이 생긴다.


비용을 줄이는 것은 단순히 '아끼는 것'이 아니다. 산업의 각 단계인 원자재, 생산, 물류, 마케팅, 판매의 흐름 속에서 적정 비용에 대한 감각을 키워가는 것이다. 대표가 자기 전문 영역 밖의 밸류체인까지 이해하거나, 그걸 아는 경영진을 곁에 둘 때, 비로소 비용은 통제 가능해진다.


철학·시야·이해, 세 축의 교집합

이 세 가지—철학(Price), 시야(Quantity), 이해(Cost)—는 별개의 것이 아니다. 모두 대표라는 한 점에서 출발한다. 대표가 고객에게 주려는 가치가 Price를 만들고, 대표가 세계를 바라보는 시야가 Quantity를 결정하며, 대표가 산업 구조를 이해하는 깊이가 Cost를 최적화한다.


즉, P×Q–C의 식은 대표의 철학 구조를 수식화한 것에 불과하다. 이 세 축이 맞물릴 때, 브랜드는 비로소 지속 가능한 Profit을 만들어낸다.


브랜드를 넘어 산업으로

하지만 대표 혼자서는 한계가 있다. 산업 인프라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K-뷰티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코스맥스, 한국콜마 같은 제조 인프라와, 제품–마케팅–유통이 긴밀히 분업화된 산업 생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K-패션이 글로벌에서 평가받지 못한 이유는 단지 디자인의 문제가 아니다. OEM, 원단, 물류, 디지털 전환, IP 관리 등에서 아직까지 구조적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브랜드의 철학이 산업의 인프라와 만나야 한다. 대표의 철학이 생태계 속에서 증폭될 때, 비로소 개별 브랜드가 산업 전체의 Value-up으로 이어진다.


Pietro-Beccari-appointed-as-new-CEO-of-LV-min.jpg 피에트로 베카리(Pietro Beccari), 디올을 부활시킨 CEO이자 현재는 루이비통의 회장 겸 CEO, 출처: apparelresources.com


브랜드의 가격은 대표의 약속에서 나오고,
브랜드의 성장은 대표의 시야에서 나오며,

브랜드의 효율은 대표의 이해에서 나온다.

그 모든 출발점은 언제나 대표다.


하지만 대표의 철학이 혼자 힘으로 완성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 철학이 제조, 물류, 금융, 유통, 디지털 생태계 같은 산업의 인프라와 만날 때, 비로소 하나의 브랜드는 산업 전체를 움직이는 힘이 된다. K-뷰티가 그랬고, 이제 K-패션도 그 길을 걸어야 한다.


*Pietro Beccari, 루이비통 회장 겸 CEO. 그는 ‘디올을 부활시킨 CEO’로 불리며, 전통과 혁신을 조화시킨 럭셔리 경영의 상징이다. 디올의 30 몽테뉴 본점을 박물관·레스토랑·호텔로 통합하며 브랜드 경험의 경계를 새롭게 정의했고, 루이비통에서는 예술과 음악을 결합해 브랜드의 문화적 위상을 확장했다. 그의 리더십은 예술과 경영, 철학과 실행이 어떻게 하나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브랜드 경영의 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