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YEU Weekly

Episode 3: 1+1=100을 만드는 법

소규모 조직의 레버리지 전략

by 정진

지난 1년간 와이유파트너스를 운영하며 반복적으로 부딪히는 문제가 있다. 전문성은 확보했지만, 전달이 안 된다.


Episode 2에서 이야기했던 현장 체크리스트, 유통 구조 분석, 조직문화 진단 같은 노하우들. 이것들은 실제로 작동한다. 검증도 됐다. 문제는 이 모든 게 대표 한 명의 머릿속에만 있다는 점이다.


이전 PE 하우스에서 경험을 복기해보면 포트폴리오 기업이 3개를 넘어가면 물리적 한계가 온다. 한 기업에 문제가 생겨도 즉시 대응하기 어렵다. 대구에 있는 H사, 천안에 있는 B사, 서울의 L사를 동시에 깊이 있게 관리하는 건 불가능하다. 결국 분기 보고서를 받아보고 별일 없겠지 하며 넘어가게 된다.




두 가지 문제

전달의 문제가 있다. 우리가 직접 현장에 가지 않으면 포착할 수 없는 신호들이 있다. 공장 분위기, 재고 창고 정리 상태, 매장 직원들의 온도. 이런 것들은 전화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매주 모든 현장을 돌 수는 없다.


적시성의 문제도 있다. 매각자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H사에서 갑자기 문제가 생겼다는 연락이 온다. 그런데 나는 지금 B사의 경영 진단에 집중하고 있다. H사를 보러 가려면 최소 일주일은 걸린다. 그 사이 문제는 커진다. 전문성의 깊이는 있지만, 적용의 속도가 느리다.


작년 말부터 우리가 고민해 온 질문은 이렇다. 우리가 직접 가지 않아도, 우리의 눈이 작동하게 만들 수 없을까?"


답은 기술이었다. 다만 흔히 말하는 업무 자동화와는 결이 다르다. 우리가 만들려는 건 단순히 일을 빨리 하는 도구가 아니라, 전문성을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구조는 3단계로 설계했다.


첫 번째 단계는 데이터 수집이다. 고객사의 매출, 재고, 인건비 같은 정형 데이터는 물론이고, 계약서, 회의록 같은 비정형 자료까지 매일 수집해서 표준화한다. 예전에는 분기마다 엑셀 파일을 받아 상당한 시간을 들여 정리했다. 목표는 시스템이 매일 자동으로 처리하게 하는 것.


두 번째 단계는 기본 리포트 생성이다. 수집된 데이터로 시스템이 월간 매출 현황, 품목별 재고 회전율, 부서별 인건비 추이 같은 기본 보고서를 만든다. 완벽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가끔 틀린 것도 있다. 하지만 제로에서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중요하다.


세 번째 단계가 핵심이다. Episode 2에서 만든 인사이트 테이블을 시스템에 심는다. 공장 방문 체크리스트, 재고 상태 판단 포인트, 유통 채널별 특이사항. 우리가 현장에서 배운 것들을 코드로 옮기는 작업이다.


시스템은 이 기준에 따라 이상 신호를 포착한다. 원자재 매입이 줄었는데 재고가 늘어나면 생산 차질 가능성을 지적한다. 정가 판매 비중이 급격히 낮아지면 유통 구조 이상을 알린다. 우리 현장에 가기 전에, 시스템이 먼저 신호를 잡아낸다.


이것을 우리는 AI IB 에이전트라고 부른다. 거창한 이름이지만, 본질은 단순하다. 우리의 시각을 코드로 복제하는 것이다.


이 시스템이 완성되면 업무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뀐다.


기존 방식은 이랬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기업을 방문한다. 자료를 받아 검토하고, 현장을 둘러보고, 경영진과 미팅한다. 한 기업당 6시간씩 투입한다. 그리고 다음 방문까지 한 달 정도 공백이 생긴다. 그 사이 다른 프로젝트에 매달린다.


새로운 방식은 이렇다. 시스템이 매주 각 기업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인사이트 테이블 기준으로 이상 신호를 검출하면 알림을 보낸다. 우리는 그 신호를 보고 전화를 건다. "이번 주 생산 차질 있었습니까?" "아울렛 재고 소화가 평소보다 느린데, 브랜드 이슈가 있습니까?" 대부분은 전화 한 통으로 해결된다. 정말 필요할 때만 현장에 간다.


숫자로 보면 더 명확하다.


현재 우리는 자문 프로젝트 3개를 관리한다. 각 기업을 한 달에 한 번 방문하고, 문제가 생기면 추가 방문한다. 한 달에 평균 4번 출장을 간다. 보고서 검토 및 작성에 주당 20시간을 쓴다.


시스템이 완성되면 이렇게 바뀐다. 자문 프로젝트 5개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다. 각 기업의 데이터를 주간 단위로 모니터링하고, 이상 신호가 있을 때만 집중한다. 한 달에 2번만 출장을 가되, 더 타겟팅된 방문을 한다. 보고서 작성 시간은 제로가 되고, 검토 시간만 주당 5시간 쓴다.


그리고 이것이 중요하다. 펀드가 만들어지고 직접 투자를 집행하게 되면, 이 시스템이 그대로 포트폴리오 관리에 적용된다. 지금 자문 프로젝트로 검증하고 있는 이 시스템이, 향후 투자사로서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


절약한 시간을 어디에 쓸까? 현장 인터뷰, 전략 설계, 네트워크 관리. Episode 1과 2에서 강조했던 것들, 즉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에 집중한다.


1+1이 10이 되고, 언젠가 100이 될 것이다.


이 시스템은 단순히 YEU Partners의 업무 효율화 도구가 아니다. 자문을 받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컨설턴트가 항상 곁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구조를 목표로 한다.


예전에는 한 달에 한 번 방문해서 두 시간 미팅하고 갔다. 이제는? 문제가 생기기 전에 전화가 온다. "이번 주 재고 회전율이 떨어지고 있는데, 무슨 계획이 있으십니까?" "대리점 폐점이 평소보다 많은데, 파트너 관리에 이슈가 있습니까?"


고객사 입장에서는 자문사가 실시간으로 자신들을 보고 있다고 느낀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다. 시스템이 매주 데이터를 수집하고, 인사이트 테이블 기준으로 판단하고, 이상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건, 이 시스템을 고객사도 쓴다는 점이다. 매각자문을 진행 중인 H사는 이제 매달 손으로 실적 보고서를 만들지 않는다. 시스템이 자동으로 생성해준다. 경영 진단을 받는 L사는 재고 이상 신호를 실시간으로 받는다. B사는 월별 성과 리포트를 자동으로 경영진에게 제공받는다.


우리와 일하는 기업은, 우리의 전문성과 시스템을 함께 받는다.


그리고 향후 펀드가 만들어져 투자를 집행하게 되면, 이 시스템은 그대로 포트폴리오 관리 시스템이 된다. 단순히 돈만 주고 분기 보고를 받는 게 아니라, 매주 현장을 보는 것처럼 작동하는 시스템을 제공하는 Operational Partner가 되는 것이다.


이 변화는 주니어 애널리스트에게도 영향을 준다. 전통적인 방식에서 주니어는 데이터 정리, 모델 만들기, 보고서 작성에 상당한 시간을 쓴다. 시스템이 도입되면 그 시간이 대폭 줄어든다.


대신 주니어는 시스템이 잡아낸 이상 신호를 보고, 그게 진짜 문제인지 현장에 확인하고, 대응 전략을 대표와 함께 짠다.


쉽지 않다. "재고가 늘었다"는 데이터를 보고 왜 그게 문제인지 설명하려면 현장 이해가 있어야 한다. 원자재 매입 감소와 완제품 재고 증가가 동시에 일어날 때 그게 의미하는 바를 파악하려면 경험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게 진짜 성장이다. 주니어는 전화 한 통으로 공장 상황을 파악하고, 재무 숫자 뒤의 현장 스토리를 읽고, 핵심 문제 3줄을 정확히 짚어낸다.


Web_ Installation view of Bridget Riley, Movement in Squares, 1961 at Hayward Gallery 2019 © Bridget Riley 2019 Photo Stephen White & Co..jpg Bridget Riley, Movement in Square (1961) 출처: artscouncilcollection.org.uk


이 프로젝트는 아직 데모 단계다. 작년 말부터 설계를 시작했고, 재무데이터를 자동화하는 단계까지의 데모만 개발한 상황이다. 비정형 데이터까지 결합한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현재 진행 중인 자문 프로젝트들과 파일럿을 돌리고, 검증하고, 개선하는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실패할 수도 있다. 시스템이 엉뚱한 신호를 잡을 수도 있고, 중요한 걸 놓칠 수도 있다. 현장의 미묘한 뉘앙스를 코드로 옮기는 게 생각보다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방향은 확신한다. 전문성은 있다. 문제는 전달과 확장이다. 그리고 기술은 그 문제를 푸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여기까지가 우리 이야기였다. 부티크 투자사가 어떻게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려 하는지. 다음 주에는 이것이 기업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본격적으로 이야기하려 한다.


*브리짓 라일리(Bridget Riley, 1931-)는 영국 옵아트(Op Art)의 선구자로, 정교한 기하학적 패턴을 통해 시각적 착시와 움직임의 환상을 창조한다. Movement in Squares(1961)는 흑백의 단순한 사각형 반복만으로 강렬한 역동성과 확장의 감각을 만들어내는 초기 대표작이다. 정적인 평면 위에 그려진 규칙적 패턴이 관람자의 눈 안에서 물결치고 진동하며 무한히 확장되는 듯한 착시를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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