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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Dec 17. 2022

 사모펀드(PEF)는 어떻게 돈을 벌까?

SSG닷컴의 더블유컨셉 인수 사례를 통해 사모펀드 생태계를 들여다보자

얼마전 투자동아리 대학생들 대상으로 직무소개를 할 기회가 있었다. 내가 활동하는 사모펀드(PEF, Private Equity Fund)에 대한 직무를 단숨에 정의하기란 어려웠다. 이론서에나 볼 듯한 업무집행사원, 유한책임사원 등의 용어를 사용하기 보다 학생들이 접근하기 쉬운 사례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더니 이해도가 높아지는 느낌이었다. 이번 글을 통해 사모펀드에 대해 딱 알아 두면 좋을 정도로 알아보자.


작년 패션업계 M&A 중 가장 주목받았던 뉴스 중 하나는 SSG 닷컴의 더블유컨셉코리아 인수였다. IMM PE 가 약 1,000억원의 가치로 인수한 더블유컨셉이 4년이 안되는 투자기간 동안 약 2,700억원까지 상승할 수 있었기 때문이고, 이번 거래로 IMM PE는 내부수익률(IRR) 약 30%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뉴스인용) SSG닷컴은 IMM프라이빗에쿼티와 아이에스이커머스가 각각 보유한 W컨셉의 지분 전량을 양수하는 주식매매 본계약(SPA)을 체결했다고 1일 밝혔다. (중략)

SSG닷컴은 W컨셉 인수대금을 앞선 2019년 3월 유상증자를 통해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블루런벤처스(BRV) 등 재무적투자자로부터 유지한 6998억원으로 지급할 전망이다. 

SSG닷컴은 인수 후 W컨셉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기존 전문인력을 승계할 예정이며 현재와 같이 플랫폼을 이원화하는 방식으로 W컨셉을 운영해갈 방침이다. SSG닷컴은 W컨셉이 취급하는 상품을 스타필드 등에 선보이는 한편 자체 풀필먼트 역량을 통해 W컨셉의 배송 효율성을 높이는 등 그룹사 간 시너지 확보에도 주력할 것  https://paxnetnews.com/articles/72610



SSG닷컴과 더블유컨셉은 알겠는데, 생소한 이름들이 보인다. IMM PE, 어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블루런벤처스 같은 곳은 어떤 회사들일까? 사모펀드(PEF)다. PEF는 사모(現 49인 이하)의 방식으로 자금을 모집하여 투자를 하는 집합투자기구(펀드)를 통칭한다. 펀드는 주로 비상장지분(Private Equity)에 투자를 하고 무한책임사원 (GP: General Partner) 과 유한책임사원 (LP: Limited Partner) 이 출자하여 만든 상법상 합자회사 (Limited Partnership) 형태를 띈다. 조금 복잡해 보이는 내용은 여기까지다.


무한책임사원은 펀드 운용에 대한 무한한 책임을 부담하지만, 유한책임사원은 투자액에 대해서만 책임을 부담한다. 즉, 무한책임사원은 펀드운용사이고, 유한책임사원은 펀드 투자자다. 그러니까 위에 언급한 IMM PE, 어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블루런벤처스는 펀드운용사다. 그리고 사모펀드 투자자는 우리가 잘 아는 국민연금, 정부, 금융기관, 그리고 고액 자산가까지 굉장히 다양하다. 공모가 아닌 사모이기 때문에 투자자는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SSG닷컴과 IMM PE의 거래구조도를 살펴보자. 



□ 생각보다 많은 이해관계자들, 우리도 간접적으로 이 딜에 관련이 있다.

가운데 회색 박스 안에서만 보면 SSG닷컴의 단순한 지분매입 같지만, IMM PE는 2017년 더블유컨셉을 인수할 때 로즈골드3호라는 펀드의 자금을 사용하였다. 로즈골드3호의 출자자는 우정사업본부, 국민연금, 교직원공제회 및 해외투자자들이다. 


SSG닷컴의 경우 홍콩계 사모펀드인 어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블루런벤처스로부터 투자받은 자금을 더블유컨셉 인수에 사용했다. 이처럼 PEF의 출자자들까지 확장해보면 한 거래에 많은 시장참여자들이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거래가 성사됨으로써 IMM PE의 회수 수익을 국민연금도 향유할 수 있다는 말이다. 국민연금의 실적은 우리 같은 납부자들의 연금수령액으로 돌아온다.


□ 사모펀드 운용사이클, Value-up 전략이 핵심

그럼 IMM PE는 1,000억원 가치의 회사를 어떻게 약 2,700억원까지 회사로 인정받게 만들었을까? 사모펀드의 운용사이클을 통해 알아보자. 단순하지만 매우 중요한 프레임이다.



투자 검토 초기에 투자 근거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빠르게 실사, 인터뷰 등을 통해 빠르게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다. 예를 들어서 ‘남성의류 취급 시 매출이 기존 대비 20% 이상 증가할 것이다’ 초기 가설이 실사 과정에서 충분히 받아들일 만하다고 판단을 하면, 실행계획을 세우고 핵심 모니터링 지표를 만들어 지속적인 관리를 하게 된다. 그리고 경영진이 회사 운영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최대한 조성한다. 일반적으로 투자 의사결절 시점에 이렇게 가치제고(Value-up)전략을 세우고, 회수(Exit) 전략을 설립한다.


IMM PE 같은 경우는 더블유컨셉의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하고 쇼핑 편리성을 강화하는 정책을 펼쳐 나갔다. 그리고 이를 전문경영진을 도입하여 실행했다. 그 결과 상품카테고리를 남성의류, 생활용품, 화장품, PB까지 확장하였고, 입점브랜드수를 3,000개에서 6,000개로 증가시켰다. 그 결과 거래액이 2017년 900억원에서 2020년 2,350억원까지 증가하였다. 하지만 해당 전략이 SSG닷컴으로 매각 당시 의미 있는 수익으로 연결되진 않았었다. 


Source: 전자공시



SSG닷컴의 경우는 더블유컨셉을 신세계 그룹 물류 시스템을 통해 배송효율성을 증가시키고 보유 중인 오프라인 판매채널을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 이런 전략적 판단은 더블유컨셉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면서 SSG닷컴의 투자자인 어퍼니티파트너스와 블루런벤처스의 공감대를 기반으로 수립되었을 것으로 추론할 수 있겠다. 일단 인수 첫 해인 2021년 매출액, 영업이익을 보면 시작이 좋다.


당연한 이야기 같이 들려도, ‘투자 -  가치제고 – 회수’ 프레임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PEF 기사를 볼 때 사모펀드 운용사가 어떤 가치제고 전략을 수립하는지, 그리고 어떤 방법을 통해 회수하는지 뉴스 플로우를 따라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패션·소비재 카테고리에서 F&F, 무신사, 대명화학의 왕성한 투자활동도, 본업 또는 투자를 통해 축적된 남다른 가치제고 전략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요즘은 직접투자에서 기업형벤처캐피탈(CVC, Corporate Venture Capital) 형태로 발전하는 형태가 많이 보인다. 


자 이제 처음으로 돌아가 인용한 뉴스를 다시 한번 읽어보자. 처음보다 많은 내용들이, 많은 의미들이 와닿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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