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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Jun 30. 2022

초기 브랜드 창업자가 알아야 할 네가지

투자자 생태계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하여 소통까지

의류제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팩토리유니콘과 함께 약 30명의 초기 의류브랜드 (예비)창업자 대상으로 '패션 브랜드의 투자유치 생태계' 란 주제로 Q&A를 기반으로 한 대화를 나눴다. 일부러 강의 형식이 아닌 Q&A를 택한 것도 쌍방향 의사소통을 목적이었고, 무엇보다 초기 의류브랜드 창업자들을 만날 기회가 흔치 않아 실제 그들이 사업을 하는 환경에 대한 이해를 하고 싶었다. 사전 질문지를 바탕으로 1시간 정도 계획한 모임은 토론으로 발전하여 2시간이 훌쩍 넘어서야 끝이 났다.


이번 칼럼은 초기 브랜드 창업자들이 던진 26개의 사전 질문 중 4개를 뽑아 이에 대한 답변과 간략한 의견을 담아보았다. 토론 모임에 참석 못한 다른 브랜드 운영자들과 함께 이날의 지식을 나눠보고자 한다. 



◇ 초기 브랜드도 투자유치를 받을 수 있는가, 전반적인 투자생태계에 대한 설명을 해달라


기업의 생애주기 곡선 모든 구간 마다 참여하는 투자자들이 존재한다. 다만 그들의 성격이 다를 뿐이다. 굳이 초기 브랜드 창업자의 기업을 아래 그래프에 적용해보면 1단계 '초기'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 단계의 투자는 Friend & Family Stage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같은 시드 투자 단계에서는 주로 가족이나 지인들 위주로 투자를 받는 경우가 많다. 꼭 패션이 아니더라도 창업 초기단계에서 금융기관 투자를 받기는 어렵다. 초기기업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조합, 벤처캐피탈이나 엑셀러레이터라고 불리는 스타트업 육성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투자자도 있다. 매쉬업엔젤스나 프라이머 등 시드 단계 기업 투자기관의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어떤 기업들에 투자하는지 모니터링해보자. 단일 패션 브랜드에 대한 투자는 많이 하지 않지만 프라이머의 경우 팩토리유니콘, 투모런스(여성옷 쇼핑대행), 멋들어진(주문 후 의류제작 시스템) 등 패션 카테고리가 군데군데 눈에 띈다. 




디자인 미디어 그룹 디자인하우스의 경우 디자이너 창업가, 디자인 싱킹을 바탕으로 사업을 하고싶은 창업자 육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고 리체(프리미엄 가구 분납서비스)같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하였다. 이렇게 전략적투자자(SI)입장에서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 투자자는 브랜드의 어떤 점을 보고 투자를 하는가

커뮤니티, 팬덤 구축능력, 고객과 의사소통능력이 중요하다. 좀더 명확히 표현하면 브랜드 관리(Management)능력이다. 단일 의류 브랜드로 성장곡선을 타고 있는 플랫폼기업 만큼의 성장률을 보여주기는 힘들 것이다. 매출액의 지속가능성, 예측성이 결국 브랜드력이 아닐까. 수익을 내지 못하는 브랜드의 가치는 0이다. 매출액의 지속가능성, 그리고 브랜드력의 재무적 표현인 가격(P)의 하방경직성은 브랜드 관리능력을 통해 만들어진다. 다른 칼럼에서 종종 언급한 매드해피, ALD의 경우 LVMH투자를 유치했던 매력포인트는 커뮤니티라고 본다. 기존 LVMH의 고객 세그먼트와 다른 카테고리의 커뮤니티를 구축했고, 지속적으로 관리해 나가고 있던 것이다. 여성쇼핑몰 부문 1위 아뜨랑스의 경우 경영진이 직접 고객의 소리를 담당하고 적극적으로 CS에 참여하고, 이런 부정적 사용자 경험을 바탕으로 서비스 개선을 해나간다. 그리고 소비재 브랜드를 인수하는 회사(애그리게이터)를 운영하는 지인은 인수 대상 브랜드의 리셀가격, 상대적으로 온라인 마케터가 접근하기 힘든 디시인사이드, 뽐뿌, 엠팍 같은 커뮤니티에서 언급되는 소비자들의 제품, 서비스 및 브랜드 평가를 분석한다. 그만큼 투자에 있어 고객과 의사소통능력, 브랜드 관리 능력이 중요한 판단요소라는 이야기다.


◇ KPI가 없는 초기브랜드는 어떤 식으로 IR 준비를 해야 하는가

지인이 운영하는 의류브랜드 회사소개서를 요청한적이 있었다. 하지만 받아볼 수 있었던 것은 룩북, 브랜드 소개서였다. 멋지긴 했지만 언제 설립했는지, 타겟 고객은 누구인지, 주로 판매되는 채널은 어디인지, 대표의 이력 및 팀원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등 회사에 대한 정보는 따로 요청해야 했고, 수일이 지나서야 받아볼 수 있었다. 지인은 IR자료를 작성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다른 화장품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대표님께 양해를 구하고 투자유치에 성공한 IR자료를 지인에게 제공하였다. 그리고 우선 IR자료의 프레임은 그대로 두고 목차 대로 정보를 채워나가는 것을 제안하였다. 


한국애널리스트회에 따른 IR(Investor Relations)의 정의는 '기업이 투자자 또는 이해관계자(Stakeholder)를 위하여 경영상황과 재무상황, 업적활동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활동' 이다. 단어의 의미대로 IR은 투자자와 이해관계자와의 '의사소통'이다. 그리고 엄격하진 않지만 일정 부분 지켜야 할 언어와 순서가 있다. 그래야 투자자도 익숙한 순서에 따라 기업에 대한 현황을 빠른 시간 내에 파악할 수 있다. 여러분은 이런 나에 대한 소개 자료를 외부 컨설팅 기관에 맡길 것인가? 작성할 시간이 없는가? 설령 외부의 도움을 받을 지언 정 마침표는 본인이 찍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최소한 내가 참여하는 시장의 규모, 밸류체인 (기획-제조-유통 프로세스) 정도는 외워두자. 그리고 투자자(VC/PE 등)의 업무 순서는 '투자-가치제고-EXIT' 이다. 대부분 투자자는 펀드나 조합형태의 만기가 있는 수단으로 투자를 하기 때문에 EXIT을 염두해둘 수밖에 없다. 단일 패션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IPO 가능성이 낮다. 그래도 몇 안되는 사례인 더네이쳐홀딩스의 상장 케이스를 따라가보고, 기존 상장기업인 '대현', '까스텔바작' 등 패션브랜드가 주식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으면서 거래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M&A를 통한 EXIT도 생각해보면서 현재 무신사파트너스, 대명화학, 신세계의 시그나이트파트너스, 이랜드벤처스 등 패션 콘텐츠가 있는 투자기관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서 각 기관이 중점적으로 보는 컨셉과 트렌드를 익혀보자. 



◇ 개인사업자 비율이 많은 패션계에서는 어떤 조건으로 투자유치 프로세스가 운영되는가

법인전환 외에는 방법이 없다. 국내 1위 로펌 김앤장 정도 되어야 개인사업자로 운영 가능하다. (김앤장은 개인사업자 연합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 패션산업은 유통위주의 무게중심에서 브랜드로의 균형이 일정부분 맞춰져야 한다는 의견에는 대부분 공감하였다. 그리고 시장의 발전을 위해 크리에이터가 기업을, 투자를 잘 모르기 때문에 위축되는 환경이 아닌 본인의 정체성을 시장에 마음껏 발산할 수 있게 비즈니스화 해주는 기능, 좀 더 장기적 관점에서 크리에이터를 존중하고, 브랜드 매니지먼트의 중요성을 아는 장기목적형 펀드의 설립 등 관련 인프라 개선도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척박한 환경에서 생각보다 많은 브랜드 창업자들이 있음에 놀랐고, 그들에게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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