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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Feb 16. 2023

벤처 생태계와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2)

왼손은 거들 뿐

자 오늘은 벤처 생태계와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 2편으로, RCPS에 대해 상세히 알아보자. 전환상환우선주는 창업을 하고 Series A 정도 투자 유치를 고민하게 되었을 때 아마 가장 많이 듣는 투자수단이 될 것이다. 


단순한 예를 들어보겠다. 기업의 자금 조달 수단은 크게 부채와 자본이다. 자본금 5천만원을 들여 회사를 만들고, 대출 5천만원을 받아 동대문에서 의류 1억원을 사입하여 모두 다 팔고 5천만원을 순수익으로 남겼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다음 해 자본금은 기존 자본 5천만원에 순수익 5천만원을 더해 1억원이 된다. 상환전환우선주(이하 RCPS)는 위에 언급한 자본과 부채 사이에 있는 자금조달 수단이다. 회사를 청산하게 된다면 채권자보다는 후순위, 보통주 보다는 먼저 회사의 잔여재산에 대한 분배를 받는다. 이런 특징 때문에 보통 메자닌(Mezzanine)으로 부른다.


RCPS는 보통주식에 채권처럼 만기 때 투자금 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상환권,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 그리고 배당이나 회사의 청산 시 잔여 재산분배에 보통주보다 우선권을 가진 주식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유리한 조건이 많은 이런 주식을 왜 발행할까? 반대로 생각해보자. 투자 받는 기업 입장에서 투자유치가 보통주 대비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RCPS는 주로 성장성 있는 초기 벤처기업이나 자금사정이 일시적으로 좋지 않은 기업이 주로 발행한다. 벤처캐피탈협회 통계에 따르면 2020년 VC는 전체 투자금액의 67%를 우선주에 투자하였다.


자, 그럼 상환전환우선주를 '상환 - 전환 - 우선주'로 구분하여 개념을 살펴보자. 


상환권 (Redeemable) 

말 그대로 특정시기부터 투자금을 상환 요청할 수 있는 권리이다. 그러나 이 상환권을 투자자가 가질 수도, 발행기업이 가질 수도 있다. 보통 상환 시 원금에 이자를 더해 상환을 하게 된다. 상환권을 투자자가 가지는 경우 RCPS를 인수한 후 회사 전망이 밝고 원금+상환이자 대비 큰 수익이 기대가 된다면 계속 주식으로 보유하고, 상환권을 발행회사가 가지는 경우 이런 상황이라면 당연히 상환결정을 하게 될 것이다. 


투자계약 시 상환청구권이 발생하는 조건에 대한 협의를 하기도 한다. 빈번한 예로 투자금의 유용과 투자자 사전동의 항목이 있는데, 특정 목적으로 사용키로 한 자금을 투자자 동의 사전 동의없이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경우다. 투자 유치 시 회사 경영에 차질이 없을 수준의 사전동의 범위를 고민해야 한다. 


다만, 상환은 반드시 배당가능 이익으로 할 수 있다. 위에 언급한 동대문 의류를 팔아서 남은 순수익 5천만원이 RCPS 상환 재원이다. 이게 부채와 가장 큰 차이이다. 즉, 배당가능이익이 없으면 투자자의 상환청구가 있더라도 회사는 상환 요청을 거절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사전에 상환 기간 연장에 대한 조건을 정해 놓는다.


실무적으로 초기 벤처기업의 경우 상환권이 실행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상환권을 가진 투자자도 해당 권리를 견제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전환권 (Convertible) 및 우선주 (Preferred stock)

전환권은 우선주에서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우선주의 경우 보통주 보다 이익배당을 우선적으로 받고, 회사 청산 시 잔여재산에 대한 보통주보다 우선하는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통주 대비 높은 배당을 받다가, 회사의 상장 시 보통주로 전환하는 EXIT 전략을 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보통 회사에서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높은 배당을 주는 대신 의결권이 없는 주식으로 발행하는 경우가 많다. 


전환권에는 Refixing 조항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쉽게 설명하면 우선주를 주당 5,000원에 투자했다면, 보통주도 주당 5,000원으로 교환한다. 이 때 전환가격은 5,000원이 된다. 하지만, 상장 후 주가가 전환가격인 5,000원보다 현저히 낮아질 경우, 또는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기존 대비 낮은 기업가치로 투자유치를 해야 하는 경우 전환가격을 5,000원보다 낮게 갱신할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우선주 1주를 보통주 1주 이상으로 전환하게 된다.


RCPS의 회계처리

대부분 비상장주식에 적용되는 일반기업회계기준 (K-GAAP)에서 RCPS는 자본으로 분류가 되지만, 상장기업들에 적용되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에서는 위에 언급한 상환권의 소유자가 투자자일 경우, 전환권에 Refixing 조항이 있을 경우 부채로 분류해야 한다. 아래 표를 참고하자.


실무적으로 투자 대상기업이 상장하는 경우 회계기준이 ‘K-GAAP → K-IFRS’으로 변경 시 보통주로 전환함으로써 부채비율 부담을 덜어주기도 한다.


RCPS 투자는 나쁜 것인가?

RCPS는 투자도구 중 하나이다. 투자 받는 회사 입장에서 상환권을 경영권 방어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투자자 입장에서 투자회사가 어려워져 Refixing 행사를 해야 하거나 후속 투자자의 요청으로 보통주로 전환을 고려해야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RCPS는 자금 조달이 어려운 초기기업과 이에 대한 리스크를 수용할 의사가 있는 투자자 사이에 존재하는 일종의 합의영역 이기도 하다. 즉 투자 대상 기업 입장에서 투자 확장성을 확보하는 측면이 있고, 투자자 입장에서 갖는 RCPS 가 주는 보호장치를 감안하여 보통주 투자 대비 기업가치를 좀 더 높게 책정하기도 한다.


'투자자-투자대상기업' 간 생긴 과거 수많은 갈등 및 사고의 흔적들이 당시 계약서에 녹아 들어갔고, 이게 당시 당사자들이 합의한 최선이었을 것이다. 현재 그 계약으로 인한 갈등이 생긴다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가 아닌,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다는 시각에서 문제해결에 집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가끔 들려오는 VC의 RCPS 투자문제로 언급된 케이스들은 대부분 투자대상기업 자체의 문제, 또는 서로간 소통 문제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다고 판단한다. 


이 경우 VC의 입장을 자본가로서 부정적인 프레임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업관계에서 착함과 나쁨이 있을까? 이전 글에서 언급한 벤처투자 생태계를 들여다보면 VC는 자본 그 자체이기 보다는, 모태펀드를 포함한 자본의 대리인 역할이 크다.



우리나라 벤처 생태계가 활성화된 것은 97년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제정된 이후로 역사가 길지 않다. 불과 10-15년 전만 하더라도 연대보증이 일반적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대표자가 신용도가 좋지 않으면, 가족들까지 보증인으로 입보되는 경우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며 이런 관행의 문제점이 드러났고, 현재는 포괄연대보증 같은 것은 거의 없어진 상태다. 2023년 현재 우리의 벤처투자 생태계는 단순 투자에서 육성으로의 문화형성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림은 DALL-E를 통해 만들어본 뱅크시 스타일의 Trust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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