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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Mar 06. 2023

LVMH를 매료시킨 ALD의 Teddy Santis

Aimé Leon Dore 창업자 Teddy Santis 스토리

이번 Brand and Finance 매거진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인 Aimé Leon Dore의 이야기를 다뤄봤다. 국내에서는 생소할 수도 있지만 LVMH Ventures의 투자포트폴리오를 살펴보다가 알게된 멋진 브랜드이다. 그리고 창업자에게 초점을 맞춰봤다. 창업자의 '자기다움'에서 ALD가 탄생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년 1월 LVMH Luxury Ventures는 뉴욕 퀸즈 기반의 스트리트웨어 브랜드인 Aimé Leon Dore(이하 ALD)에 지분 투자를 하였다. 거래규모는 비공개이다. 2014년에 설립한 ALD는 90년대 뉴욕의 농구와 힙합문화에 영감을 받은 컬렉션으로 알려져 있다. 2019년 뉴발란스와 협업으로 유명세를 떨쳤고, 2020년 포르쉐 빈티지 모델 복원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뉴욕을 대표하는 스트리트웨어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LVMH Luxury Ventures 포트폴리오로서 이제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글로벌 패션 미디어WWD에 따르면 ALD의 문화적 관점(Cultural relevance), 커뮤니티 구축 노하우, 상품에 대한 품위있는 접근방식, 아티스트 및 뮤지션 등과 함께하는 캠페인 등에 LVMH가 매료된 것으로 분석하였다. LVMH Ventures 투자 이후 22년 6월 ALD는 런던 브로드윅 스트리트에 첫 번째 글로벌 플래그쉽 매장을 오픈하였다.


Source: Vogue.com, ALD London store


매드해피를 비롯하여 LVMH Luxury Ventures, Mirabaud 펀드의 의류브랜드 투자 히스토리를 지켜보면서 새로운 세대를 이해하려는 럭셔리 하우스의 고민들이 느껴지는 듯했다. 마치 밀라노에 있는 구찌가 미국 텍사스에 있는 톰 포드를 찾아 나가는 과정이랄까. 결국 방향성은 브랜드 창업자가 확산하는 콘텐츠와 이를 중심으로 형성한 커뮤니티에 대한 투자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이번 칼럼에서는 ALD 자체 보다는 창업자인 테디 센티스(Teddy Santis)의 삶에 집중해보며, 그가 ALD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Source: New balance


"Nobody wants to wear anything today unless they believe in what it represents."

“오늘날 사람들은 그 옷이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 믿지 않는 한, 구매하지 않을 겁니다.”

- Teddy Santis - 



테디 센티스는 뉴욕에 정착한 그리스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90년대 뉴욕 힙합과 농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데, 어린시절 미국에 정착 후 부모님 식당에서 일하며 퀸즈 길거리에서 농구를 하고 그래피티(Graffiti)를 만들고 그 시절 힙합음악에 빠져 살았다고 한다. 그리스에서 태어나고 그리스 가정에서 자란 그는 자연스럽게 유럽의 문화유산 (European heritage)을 접하는 동시에, 90년대 뉴욕의 힙합문화에 빠져들었다.


그 결과 에어포스1을 숭배하다시피 하고 Nas 와 Mobb Deep(모두 퀸즈 기반의 힙합뮤지션)의 음악을 거의 종교적으로 듣게 되었다. 그리고 90년대 Polo Ralph Lauren에 대한 그의 애정은 ALD가 스트리트웨어로 알려져 있지만, 그 속에 프레피(Preppy) 함이 묻어나오는 이유일 수도 있겠다.  ALD 브랜드 홈페이지에 About us에 '우리는 뉴욕주 퀸즈 출신이다' 라는 짤막한 소개 글 밑에 'More info'를 클릭하면 Nas가 94년 출시한 힙합계 최고의 명반이자 그의 인생명반 IIImatic을 들을 수 있는 애플뮤직으로 연결된다. 참고로 IIImatic 앨범 자켓사진의 배경이 뉴욕의 공공주택단지 Queensbridge이고, 유명한 힙합 뮤지션들의 고향이기도 하다.


테디 센티스는 패션 관련 학위도 대학 졸업장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시절 접했던 90년대 힙합의 미학을 포착하여 세련된 방식으로 패션을 통해 표현해냈다. 그가 디자인 분야에 입문하게 된 것은 창업하기 4년 전인 2010년 맨하탄에 친구와 안경점을 냈을 때부터다. 그 때도 부모님이 운영하는 커피숍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였다. 테디 센티스는 Café Leon Dore 라는 그리스식 커피와 페이스트리 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카페를 뉴욕에서 운영 중이기도 하다. 이는 테디 센티스 부모님 고향에 대한 경의의 표시라고 한다. 이 카페는 ALD와 같은 원칙을 기반으로 운영하며, 세심함(Meticulous Craft)과 맛을 통해 진정성 있는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Aimé Leon Dore 브랜드 이름의 비하인드가 있는데, 처음에는 Aimé(프랑스어 사랑의 합성어)으로 상표권 등록을 하였다가 거절당하였다고 한다. 그 후 아버지의 별명인 사자를 뜻하는 Leon, 본인 이름 Theodore의 마지막 음절인 Dore를 결합하여 지금의 Aimé Leon Dore을 만들었다고 한다.


테디 샌티스는 2019년부터 ALD 자사몰과 소호 매장을 통해 출시되는 한정판 컬렉션을 포함해 뉴발란스와 성공적인 콜라보레이션 상품을 디자인해왔다. ALD가 참여한 뉴발란스 모델은 중고시장에서 소매점보다 훨씬 더 많이 팔린다고 한다. ALD 뉴발란스는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StockX에서 30~80만원에 거래가 되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테디센디스는 21년 4월부터 뉴발란스의 Made in US 프리미엄 라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담당하고 있다. 이 당시 인터뷰에 따르면 뉴발란스가 과장된 광고 보다는 진실함과 진정성 (integrity and authenticity) 같은 가치에 기반을 둔 비즈니스를 구축해 놓은 점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ALD는 그 밖에 울리치(Woolrich), 드레익스(Drake's), 뉴에라(New Era)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레퍼런스를 쌓아왔고, 2020년은 포르쉐와 1990년 911 카레라 4 964 모델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는데, 이 멋진 빈티지카의 복원에 쓰인 가죽자켓 브랜드 쇼트(Schott)의 해바라기 가죽, 로로 피아나(Loro Piana)의 격자무늬 (houndstooth)는 ALD의 2020년 F/W 컬렉션의 메인 소재이기도 하다. 테디 센티스는 이 프로젝트 전에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빈티지 포르쉐 사진을 꾸준히 올리며 포르쉐에 대한 애정을 표현해왔다. ALD는 언론과 접촉이 많지 않은 편이었으며, 광고 또한 제한적으로 하는 브랜드이다. 테디 센티스는 고객 브랜드 경험의 모든 측면을 긴밀히 통제하며, 자사몰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D2C) 방식을 고수 중이다.  


Source: Metcha, 작업실에서 Teddy


테디 센티스는 나와 비슷한 시대를 살아왔을 듯하다. 나도 90년대에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세대로서 93년 시카고 불스의 NBA파이널 우승에 열광했으며, 마이클 조던의 현역시절을 직접 지켜봤다. 그리고 94년에 발매한 NAS의 N.Y.State of Mind을 지금도 듣는다. 가끔 그 시절을 추억하고 싶으면 압구정동에 있는 롸카두들에 가서 매장 안의 90년대 NBA스타들의 사진들에 둘러싸여 90년대 힙합음악과 함께 햄버거를 먹는다. 그러나 테디 센티스는 이 추억들을 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패션으로 끌어냈다.


오늘 배송온 ALD 23 SS hoodie!


이 사례를 통해 패션의 미래를 고민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해 보자. 일단 첫 걸음으로 우리나라의 테디 센티스 같은 디자이너나 기획자가 본인의 정체성을 패션으로 끌어낼 수 있도록 타케팅하는 브랜드 교육과정을 만들고,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제조, 유통 및 마케팅 인프라를 가진 기업들의 후원 또는 투자로 이어진다면 어떨까. 현재 3만불을 넘어선 한국의 1 인당 GDP, 서울의 매력도, 그 동안 투자활동을 하며 만나온 훌륭한 한국의 인적 인프라를 종합해봤을 때 충분히 가능한 일이고 대한민국 패션의 미래 또한 밝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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