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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Jul 29. 2023

좋은 인연을 이어 나가는 것에 대해

유머, 배려, 적당한 거리감에 정성을 추가하니

7월 초 이 시간, 비엔나 알베르티나(Albertina) 미술관 주변서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며 산책을 하고 있었다. 2층 테라스에서 빈 슈타츠오퍼(국립 오페라극장)을 바라보며 여기가 비포선라이즈 찍은 곳이야 하며 몇몇 남자들과 앳된 셀린을 회상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는 모든 일이 좀 더 사랑받기 위한 거 아냐?" - 셀린, 비포선라이즈 


아 셀린이여. 아 내 청춘이여. 귀국 후 바로 다음날 4년간 합을 맞춰온 동료 퇴사의 물리적, 감정적 후유증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하루만에 '아 그래 이 곳은 여의도'라는 현실을 인정했다.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던 와중 능글능글한 표정으로 소주잔을 들고 있는 사진한장이 전송됐다. 이후 '시차적응 완료'이란 짧은 메시지. 비엔나에서 친해진 형의 카톡이었다. 직장암 3기를 이겨내고 화려하게 음주시장으로 복귀한, 미술계의 대부(?)가 되길 내가 진정 바라는 될 성싶은 Y형님.  




'아, 맞다. 나 유럽 다녀왔지' 


이 짧은 메시지 한 줄을 기폭제로 내가 2주 전 누구와 있었고, 무엇을 봤고, 어디를 걸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러다 잊고 있던 약속이 떠올랐다. 비엔나 일정 중 저녁식사 후 술 한잔이 아쉬워 호텔 방에서 삼삼오오 한 잔 더 하게 되었는데 그때 좋은 기억을 함께한 멤버들끼리 취중에 잡은 일정이었다. 한국에 돌아가서 또 만나자란 누군가의 제안에 흐린 기억속의 그대를 붙잡으며 필름 끊기기 전에 날짜를 맞췄다. 


그게 어제였다. 한 대표님의 연남동 오피스로 장소를 정했다. 와 은근히 바쁜 일상 속에서도 이 날이 무척 기다려졌다. 각자 하는 일이 달랐고, 나이도 달랐으며 그나마 여행에서 찾은 공통사는 미술에 대한 관심, 사람에 대한 애정 정도였는데 말이다.  


*실내에 있고 술 한잔 들어가니 여기가 한국인지 비엔나인지


나만의 드레스코드로 유럽 여행 때 입었던 옷 한 벌을 골라 그대로 입었고, 알베르티나에서 산 에곤쉴레 에코백을 들고 갔다. 나름 여행의 느낌을 이어 나가고 싶은 생각에서 였다. 한 멤버가 나의 의도 알아보고 크게 웃었다. 생각도 전염이 되는지 취기가 오를 때 즈음 누군가 그랬다. 이렇게 실내에서 좋은 음악, 좋은 와인, 좋은 음식, 그 때의 좋은 사람들과 있으니 아직도 여행 중인 것 같다고.   



지난 글에서 내가 느꼈던 좋은 인간관계의 구성요소인 '유머', '배려', '적당한 거리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봤다. 우리는 여행의 느낌을 이어 나가고 싶었고, 좋은 기억을 이어 나가고 싶었다. 그래 위 세가지 요소에 '정성'을 추가 해보면 어떨까. 각자의 일상을 살면서도 우리는 7월 27일을 위해 한 사람이 나설 필요도 없이 꽃, 케익, 와인, 선물을 각자 준비해왔다. 좋은 인연을 이어 나가고 싶은 우리의 정성 아니었을까. 귀한 인연이다. 감사한 인연이다. 


*그림은 DALE-E로 그려본 이날의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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