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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Aug 04. 2023

그 때도 맞고 지금도 맞다

팀원을 떠나보내며

”H씨는 우리 팀 입장에서 중요한 사람이예요. “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씩을 앞에 두고 몇마디 인사와 함께 내가 건넨 말이다. 진심이었다.


“네? 제가요?”




새로운 팀원을 맞이했다. 차분함 속에 강인함이 보이는 친구다. 우리 팀은 펀드매니저(운용역이라고 부르는) 세명, 지원업무 한명, 총 네명으로 움직인다. 사실상 이게 임직원 전부이고 팀이 곧 회사다. 내 위로 한명이 있으니 나는 중간에서 알록달록 다채로운 감정선을 가지고 일한다.



“형 제가 가는게 맞는 선택 같아요”


얼마전 4년 동안 합을 맞춰온 펀드매니저 팀원의 이직 소식을 접했다. 오퍼를 받았을 때부터 나와 소식을 공유했기에, 그리고 마음의 준비는 이미 하고있었기에 크게 놀랄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24/7 중 가장 긴 시간을 함께한 동료를 떠나보내는 일은 영원히 적응할 수 없을 것 같다. 이게 내 다채로운 감정선의 한 부분으로 작용한다.


이런 복잡한 마음을 안고 오래전 부터 예정된 유럽으로 2주간의 휴가를 떠났고, 또 타지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복잡해진 생각과 앞으로의 태도를 정리해 나갔다(이런 나의 마음가짐의 정리과정 때문에 지난 여행이 너무 소중하다). 함께 일하는 윗사람은 당장의 프로젝트가 급했는지 휴가 중인 나와 상의 없이 3개월 인턴을 채용했다. 이 소식을 유럽에서 접했다. 3개월 후 정식팀원으로 받을지 함께 결정하는 조건은 나름의 배려 아니었을까 싶다.


<세상은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 잘못된건 없다. 더 나아질 일만 있을 뿐. 조금 더 나 자신을 믿어보자. 당황하지 말자> 여행 기간 동안 작성한 모닝페이지의 마지막 문구다. 아마 뮌헨에서 두바이로 넘어가는 비행기에서 쓴 것 같다.


 첫 출근은 생각보다 무덤덤했다.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고, 우리가 투자한 기업의 Value Chain 과 맥락을 같이하는 비즈니스라 흥미로웠다. 컴퓨터를 키고 원노트를 열고 기계적으로 산업보고서 부터 훑기 시작했다. 이틀 정도 혼자 일하며 새로온 친구와 해야할 일들을 정리해 나갔다. 그렇게 복귀 이틀 후 출근한 새로운 친구에게 내가 건넨 인사가 ’당신은 중요한 사람입니다‘ 였다.


중요했던 사람이 떠났다. 그리고 그 자리를 채워주는 이 친구가 내 입장에서 중요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그것 만으로 귀한 인연이라 생각한다. 들어보니 회계법인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다 그만두고 로스쿨 준비 중에 Private Equity(PE)업무에도 뜻이 있었어서 합류했다고 한다. 3개월 간의 인턴생활 이후 팀원으로 받을 우리의 옵션도 있지만, 그에 응하지 않고 로스쿨로 떠날 이 친구의 옵션도 있는거다. 그렇다고 딱 그 만큼의 인연으로 대할 것인가. 이 친구의 업무적인 목표에, 기대에 응해야 하는 것도 같은 팀에 있는 나의 역할이란 생각도 들었다. 멀어지는 쪽 보다는 다가가는 방향을, 딱 그만큼의 마인드 보다는  좀 더 긴 인연을 기대할 수 있는 태도를 선택했다. 그런 태도가 앞으로 이 친구가 어떤 결정을 하든, 우리가 어떤 결정을 하든 ‘나’ 라는 사람의 잔향으로 남았으면 한다.




대구에서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KTX에서 이 글을 마무리한다.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들 때문일까, 시간이 오늘따라 참 빠르게 느껴진다. 생각해보면 10년 전 함께 있던 팀원들은 뿔뿔히 흝어져 가끔 연락하는 사이로 남았다. 아니 5년 전 증권사 IB 시절 팀원들도 그렇다. 모두 소중한 인연이지만  우린 아직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 서로 바쁘게 사느라 연락도 자주 못한다. 지난 4년은 우리팀 동료들, 프로젝트 워킹그룹, 업계 사람들과 가장 자주 만나고 인간적인 교류를 하며 지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거다. 그래서 이렇게 나의 하루를 채워주는 지금 눈 앞의 사람들, 지금 내 옆의 사람들이 귀하다. 그러다보니 어차피 헤어질 인연의 허무함을 느끼기 보다는 있을 때 정성을 다하자는 태도로 몸과 마음이 움직인다. 그러다 무심코 돌아본 지난 날을 떠올릴 때 그 때도 맞고 지금도 맞다는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건강하고 품위있게 성장하고 싶다.


*그림은 DALL E로 만들어본 우리팀, Precious relation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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