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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Aug 13. 2023

선함이 시작되는 지점

성공적인 Deal Done을 한 시작점

”저희 고문님이 통상적인 자문 수수료보다 높은 수준 같다고 수수료는 낮춰서 x%가 좋겠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계약을 별도로 체결하는 것도 깊게 보면 배임 이슈가 있을 수 있다고 하십니다. 검토 부탁드립니다. “


Y대표는 우리와 수수료 수준, 그리고 별도 계약체결에 대해 이미 동의를 했었다. 그렇게 계약서 초안을 송부한 상태였다. 이게 지난 금요일 오후 이야기고, 내일인 월요일에는 잠재 투자자와 미팅이 잡혀 있다. 그러니까 미팅 직전에 수수료를 깎아달라는 요청을 한 거다. 계약 체결 전, 그러니까 상호간 조건협의가 안된 상태에서 잠재 투자자를 만나게 해주는 것은 명확치 않은 토대 위해 또 다른 이해관계자를 끌어들이는 일이다. 비슷한 경우가 그 동안 없던 건 아니지만 이 부분에 대한 나만의 정리가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활동 1.

지인의 소개로 시작한 Y대표가 운영하는 C사의 투자유치 프로젝트다. Y대표는 회사의 매각까지 염두해두고 있었고, 자금이 급하게 들어와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나와 다른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친한 PE임원 동료에게 SOS를 구하고 함께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초반에는 별도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우리 하우스(GP)와 다른 PE임원 동료와 함께(Co-GP) 펀드(PEF)를 조성하여 C사를 인수하거나 투자를 해볼 의도였다. 하지만 인수와 투자는 다른 일이다. 잠재 인수인을 찾는 예상 시간은 C사가 자금이 필요한 시기를 훌쩍 넘길 듯해 보였다. C사가 딱 필요한 자금만 투자하 자니 펀드 규모가 작았고, 공수대비 수익 규모가 작았다.


그래서 우리는 투자 유치 자문으로 (Brokerage, Advisor)로 우리의 포지션을 정리했다. 그리고 마케팅 자료를 만들어 빨리 투자를 결정할 수 있고 C사의 사업이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필요하다 판단되는 회사의 오너 또는 2세들을 상대로 투자유치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의 직접적인 네트워크 안에 있는 기업들은 C사의 투자, 인수 매력도는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활동 2.

우리는 난이도가 있는 딜이라는 판단 하에, 대형 회계법인 네트워크를 활용해보기로 결정했다. 파트너급 지인에게 부탁하여 잠재 인수 및 투자자를 수소문했다. 이렇게 되면 회계법인에 투자유치 또는 인수 주선에 대한 수수료를 나눠야 한다. 좋다. Deal Done이 목표인 우리였다.  


회계법인 형님들은 이름에 걸맞게 얼마 지나지 않아 잠재 투자자를 찾아왔다. 미팅 날짜를 잡고 우리에게 먼저 계약서 초안을 보내왔다. 회계법인 형님들이 ‘을1’, 우리가 ‘을2’로 들어간 공동자문계약서였다. 선취수수료(C사 입장에서 초기 지출이 없는) 없이 성공보수 조건, 형님들과 우리 각각 1/2씩 수취하는 것으로 협의가 되었다.  


#판단 1.

우리가 C사를 좀 더 오래 만나왔고, Y대표에 대한 인간적인 친밀도를 감안하여 회계법인과 공동자문 계약 말고 C사와 우리가 별도 자문계약을 맺는 건 어떨까? 그래야 우리가 회계법인 형님들과 잠재 투자자를 대상으로 C사의 입장에 서서 좀더 독립적인 역할을 해보면 어떨까? Y대표는 회계법인 형님들이 제안한 수수료 수준과 우리의 별도 계약 제안에 동의를 했다.  




다시 이 글의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Y대표는 고문의 의견이라며 수수료를 낮추고 공동자문계약으로 가자는 요청을 해왔다. 공동자문계약으로 가는 것은 어찌 보면 우리의 오지랖이었으니 그럴 수 있다 쳤다. 하지만 수수료부분은 돈을 받을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전에 회계사들의 노무가 들어가는 회계법인 형님들 입장에서는 양보하기 힘들 것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Deal Done’이 목표라면?


사실상 우리가 받는 수수료를 80% 깎으면 회계법인 형님들 입장에서 초반에 협의가 된 1/2 수준으로 일 진행이 가능하다. Y대표 또는 C사의 고문이 이런 부분까지 고려를 했는지 아닌지는 모르는 부분이다. 설령 아니라 하더라도 이런 상황이 되었다. 우리는(이건 정확히 나의 판단으로) 공동자문사 지위를 내려놓았다. C사와 회계법인 간 계약이다. 그리고 수수료의 80%를 포기하고 Deal Done을 위한 내일(월요일) 미팅을 진행키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건 Deal Done이 되더라도 만족감 부분에선 내가 생각한 이상향의 5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것 같다.


이런 씁쓸한 마음으로 금요일 저녁자리에서 만난 건축사무소 대표님께 C사와 Y대표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수준에서 상황을 설명하고 당신도 이런 경우가 종종 있지 않냐는 질문을 했다.


“설계비 가지고 많이 싸우죠. 어쩔 수 없어요 우리 업業이 이런 걸. 3가지 케이스의 고객들이 있어요. 돈이 있건 없건 무조건 건축사무소가 제시한 설계비를 깎으려는 고객. 제시한 설계비를 수용하면 호구가 된다는 생각을 하고 협상에 임하죠. 택시비를 아까워하거나 시장에서 콩나물 가격 깎듯 말이죠. 하지만 우리가 백화점 명품관에서 가격흥정을 잘 하지는 않죠? 이 부분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그 고객의 시각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또 다른 고객은 초기 제시한 설계비를 수용하는 사람. 고맙죠. 그런데 정말 무서운 고객은 저희가 제시한 설계비 보다 10-20% 금액을 더 줘요. 그러고는 좀 더 특별한 서비스를 해달라 요청하죠. 그런데, 이상하게 이런 고객들에게 신경을 더 쓰게 돼요. 그리고 이 고객을 위해서 라기보다 내 커리어를 위한 작업을 하게 되어요.” 


내용을 들은 다른 대표님의 이야기다.  


”필요 이상으로 착한 게 문제가 될 때도 있어요. 문제의 해결방식이 선하고 정의로우면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계약 안에서, 내 사업영역 안에서 선하고 정의로우면 되는 거죠. 모든 프로세스가 선할 필요는 없어요. 회계법인을 끌어들이기 전 당신의 노력들은 무료봉사였던거죠? 그거 선하죠. 좋아요. 훌륭한 일이예요. 하지만 그럴 필요 있었을까요? C사가 고마움을 느낄까요?” 



내가 100% 제리 맥과이어처럼 될 수는 없어도, 적어도 비즈니스에서 인간성은 포기하지 말자는 생각은 내 신념이기도 하다. ‘그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해’ 라고 말할 수 있지만, 신념은 어쩌다 한 번씩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이 아닌 끊이지 않는 생각, 그게 몸에 베일 정도가 되어야 한다는 거다. 여기 한 가지 인사이트를 더 얹는다. 사업의 영역에서는 내가 선함을, 정의로움을 선택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고. 나의 진정성 있는 ‘활동1’이 계약 안에서 이뤄졌다면 훨씬 빛을 봤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이 ‘활동2’가 결실을 맺는다면 ‘활동1’의 의미가 좀 더 달달하게 다가왔을 수도 있겠다. 무조건 적인 선함을 부르 짓는 것보다, 내가 선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는 것을 염두해두자. 앞으로 시작될 많은 프로젝트를 통해 이 인사이트가 내 신념이 되었을 때 Deal Done이 진정한 Win-Win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을 기록한다.


*그림은 DALL E로 그려본 목표, 옅은 미소를 주문했는데 굉장히 나이스 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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