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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Aug 18. 2023

애매한 매력

애매함의 본질

서른 중반을 넘어가면서 여의도가 넘치는 유동성에 흠뻑 취해있던 시절(돌아보니), 알고 지내던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CFO로 영입 제안을 종종 해주셨다. 이때 즈음 가까이 지내던 동료도 스타트업 CFO로 이직을 했다. 그 동료의 선택을 보며 한편 부럽기도 했다. 그래도 그는 커리어를 바꿀 만큼 끌리는 산업이 있었던 것 아닌가. 난 왜 없지? 내가 아직 인사이트가 부족한 건가? 란 생각이 들었었다.  




"그래 다양한 기업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나도 더 배워나자.."


그래서 계속 익숙해온 시장에서 익숙한 도전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는 투자금융시장, 사모펀드에 있다. 하지만 아직도 나를 불태우고 싶은 특정 시장을 찾지는 못한 듯하다. 이쯤 되니 질문 달라졌다.  


"난 사모펀드에 맞는 사람인가?"


예전부터 나는 정규분포의 가운데 있는 사람 같단 생각을 했다. 음식도, 골프도, 걷는 것도, 스쿼트도, 벤치프레스도, 데드리프트도, 와인도, 위스키도, 달리기 등 다 애매하다고 생각했다. 나란 사람이 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최근까지는 MBTI조차도 해보지 않았다. 5사분면 분석 프레임 딱 중간에 위치하는 애매한 사람.


 

하지만 이런 애매함이 좋아지고 있다. 애매하기 때문에 더 많이 귀를 열어 둘 수 있었고, 애매하기 때문에 하나라도 배우려 노력한다. 그리고 애매하기 때문에 나의 열정이 지나쳐 보이지 않는다. 이 애매함의 본질은 수용성 아닐까? 나를 불태울 산업을 못 찾은 것이 아니라, 난 현재 이 업業이 맞는 사람 일 수도 있단 생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내가 가진 많은 면면들 중 이 애매함이 좋아지고 있다.  


*그림은 DALL E로 그려본 에드워드 호퍼 스타일의 따뜻한 농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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