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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Aug 27. 2023

우리는 예술을 하고 있다

Mark Bradford를 통해 바라본 일상

지난 저녁 모임에서 마크 브래드포드(Mark Bradford)라는 작가와 그의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평범한 것 같으면서 특이한 그의 작품을 길에서 만났다면 그냥 지나쳤을 것 같다. 그만큼 들여다보는 정성을 줘야 내게 의미를 주는 무심함이 있었다. 


Mark Bradford, Source: hauser&wirth



 모임에서 그의 여러 작업을 소개해 줬었는데, 그 중 오늘 문득 떠오른 작품이 미트라(Mithra, 2008)이다. 미트라는 2008년 뉴올리언스에서 개최된 미국 비엔날레인 Project.1에서 전시한 21미터(70ft)의 거대한 조형물이다. 노아의 방주를 연상케 하는 이 작품은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강타한 뉴올리언즈의 Lower Ninth Ward에 배치되었다.  


Mithra(2008), Source: hauser&wirth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홍수 이후 3년이 지난 시점이었지만, 당시까지도 복구 단계에 있었다 한다. 뉴올리언즈를 위한 작품이 상징하는 바는 무엇이었을까? 시련 이후의 처절한 극복 과정에 대한 공감, 그리고 희망이 아니었을까 상상해본다.  


photo: CC BY-ND 2.0 by hragv


마크 브래드포드는 상품 홍보를 위해 만든 전단지, 포스터 같은 일상에서 길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물건을 소재로 바꿔 예술 작품으로 만들어버린다. 미트라 역시 겉면을 들여다보면 태풍이 휩쓸어 버린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포스터의 조각을 붙인 듯하다. 



예술가는 누구나 버릴 수 있는 쓰레기 같은 소재를 본인의 세계로 끌고 들어와 상상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낸다. 누군가에겐 특징 없는 일상의 사물, 사소한 사건들을 재해석하고 새로움을 창조하는 일, 마크 브래드포드 같은 미술의 영역을 넘어 수필, 시, 소설, 음악도 마찬가지 아닐까. 예술가의 시각에서 나 같은 업業의 소재들은 진흙 속 진주 같은 산업, 기업, 사람일 수도 있겠다. 다음 한 주는 예술가의 시각으로 여의도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는 각자 삶의 영역에서 이미 인생이라는 예술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림은 DALL-E를 통해 만들어본 오전 7시의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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