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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Sep 10. 2023

나를 가꾸는 두 가지 관점

깊이와 확장

요즘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참여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3개의 신생 디자이너 브랜드를 대상으로 '브랜딩', '이커머스', '해외진출'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브랜드의 성장을 지원한다. 그렇다면 내 역할은? 경영, 재무관리 그리고 투자유치 확률을 높이기 위한 자문을 요청 받았는데, 조금 광범위한 면이 있어 어떻게 하면 이 브랜드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지금까지 이어 나가고 있다. 나는 스타트업 단계를 훌쩍 넘긴 기업들을 주로 만나기에 창업자의 고민을 가까이서 듣고 함께 해결 해 나갈 수 있고, 일하면서 만나기 힘든 브랜딩, 이커머스 전문가들의 생생한 의견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이 프로젝트의 매력이다.   




얼마 전 코엑스에서 열린 2023 트렌드 페어에 3개의 컨설팅 대상 브랜드가 참여하여 나도 겸사겸사 방문을 했다.  그 중 내가 자주 만나는 한 신발 브랜드 부스에 앉아서 대표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 브랜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명품 핸드백 디자이너분의 의견이 너무 흥미로워 메모해둔 내용 중 일부를 옮겨봤다.  


#확장 전략에 대해

"브랜드 스토리가 좋아요. 특히 왜 이 브랜드를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Why 말이죠. 하지만 이제부터 How와 What이 중요한 시기예요. 앞으로 이 브랜드 스토리를 발산할 상품 기획에 더 신경을 쓰셔야 할거 같아요 - 브랜드 CD(1)-"



#깊이에 대해

"친환경 소재를 쓴다고, 다 친환경 브랜드는 아니죠. 일단 버릴 마음이 안 생기게 잘 만들고 잘 팔아야 친환경 브랜드이죠. 저는 인조가죽을 쓴 에어조단이 더 친환경적이라고 봐요. 많이 안 만들잖아요, 그리고 안 버리잖아요. -브랜드 CD(2)-"  


"이 시그니처 라인(사진)을 깊게 계속 파보세요. 한 번 더 생각해보세요. 브랜드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 잖아요. 저는 오히려 디자인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이 시그니처 디자인 하나만 파도 모자랄 판에 왜 자꾸 새로운 라인을 만드시는 거죠? 이 신발 디자인 하나로도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아요. 시그니처 라인을 더 많이 팔리게 하는 게, 새로운 디자인을 하는 것보다 더 어려워요. 이 부분이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의 고민이자 숙제이기도 하죠.  -명품 핸드백 디자이너(1)-"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브랜드 매뉴얼을 만들어 보시는 건 어때요? 이 Symbol을 어디에 적용하느냐, 어떻게 적용하느냐가 중요해요. 앞으로 그 규칙이 정말 중요해질 거예요. - 명품 핸드백 디자이너(2)-"   




이 신발 한 켤레를 두고 이렇게 깊이 있는 의견을 쏟아내는 전문가들도 대단했지만, 이를 놓치지 않으려 머리카락 끝까지 감각을 열어 두고 흡수하려는 창업자의 표정이 조금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대화를 듣다 보니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은 인생을 사는 것과 비슷한 점이 많단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삶을 톺아보면 스토리가 아닌 것들이 있을까?  시그니처 라인을 한 번 더 깊게 해석하고 일관성 속에서 다양함을 찾는 전략, 자기다움을 확장할 수 있는 다양한 What과 How를 찾아보는 일. 어찌 보면 이들의 대화를 듣고 머리에 남은 잔향은, 나를 가꾸는 두 가지 관점에 대한 고민일 수도 있겠다.


*그림은 DALL-E로 만들어본 복잡한 전시장 속 세 남자의 즐거운 대화, 알렉스 카츠 느낌을 주문하긴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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