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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Jan 28. 2024

당신이 생각하는 투자란 무엇인가

다양한 정의, 다양한 동기부여

누군가 나에게 투자란 무엇이냐라고 물어보면 나는 '투자는 먼저 신뢰를 주는 행위'라 답했다. 모두 저마다 생각은 다르겠지만, 이번 주 금요일 J 대표님과의 대화가 뇌리에 남아 몇 가지 메모를 남겨본다.




20년간 본인의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셨던 J 대표님은 투자를 한 번도 유치해본 경험이 없었고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20년간 형성된 자신의 철학과 라이프스타일이 반영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명확했고, 이제는 연 매출 500억원에 30억원씩 영업이익을 내는 탄탄한 기업이 되었다.


견고한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J 대표님은 몇 가지 신사업을 수년 째 진행하고 있었고, 크게 보면 회사의 맥락 안에서 해석이 가능한 것들이었다. 그 중 하나인, Project U는 영국왕립예술대학 출신 젊은 디자이너를 중심으로 전개하는 브랜드로 런칭 3년차에 해외에서 조금씩 주목받기 시작했다.   


20년 동안 구축한 내수 중심의 모태가 되는 브랜드 보다는 젊은 감성으로 해외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싶은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문제는 생각처럼 조직과 이 프로젝트 팀이 자금걱정 없이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되지 않았다. 예산문제가 컸다.


초도 미팅은 이 프로젝트 팀에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아이디어 단계에서 시작했지만, 점점 성공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를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발전 중에 있다. J 대표님을 제외한 임원들이 투자유치에 회의적이라는 이야기를 전달받았다. 예상한 반응이었고, 언론에 비친 사모펀드의 이미지를 생각하면서 약간 씁쓸한 여운도 느껴졌다.  


4시 반에 만나 9시까지 이어진 허심탄회한 대화의 마무리 즈음 긴장이 풀어졌을 무렵 대표님이 갑자기 이런 말을 하셨다.  


"당연하지만 사람이 제일 중요해요. 거의 모든 것이죠. 내가 영원히 이 브랜드를 운영할 수는 없잖아요. 다음 단계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필요하고 이건 사람을 통해서 이룰 수 있죠. 디자이너가 마음껏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에서부터, 지속가능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좋은 사람들이 합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어요. 투자유치는 그 과정에 있어서 하나의 수단이지, 투자를 목적으로 하지 않아요."



몇 가지 사항을 논의 후 투자유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이 기업에서 준비해야 될 자료들과 절차에 대한 내용을 차주에 메일로 알려주기로 했다. 이렇게 맨데이트를 가지고 일이 시작됐다. 투자를 좋은 인재를 영입할 수 있는 환경조성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대표인 회사. 이 대표님과 인연이 3년 정도 되었나보다. 엊그제 만난 사람이었으면 그냥 지나쳤을 대화였다. 그런데 주말인 지금까지 나는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 정성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 글은 이 마음에 대한 또 한번의 다짐이다.


*그림은 DALL-E로 만들어 본 전통과 한 남자. 이 프로젝트의 컨셉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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