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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Feb 04. 2024

당신의 언어를 우리의 언어로 해석하는 일

점점 더해가는 이해의 깊이

#1.

옳은 회사를 만들기 위한 방침

한국적인 옷과 살림살이로 하늘∙땅∙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듭니다. 


#2.

회사는 2006년 설립한 국내 여성의류 시장에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매출을 시현하는 기업으로, 자연염색 및 전통소재에 특화된 역량을 바탕으로 중∙장년 여성의류 브랜드 I, 컨템포러리 여성의류 브랜드 U,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S를 운영 중임. 




같은 회사의 서로 다른 프레젠테이션 페이지 첫 장의 문구이다. 각 산업에는 저마다의 언어가 있다.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 같은 수송부 정비창 언어, 어느 날 실사를 갔던 공장에서 봤던 '기업은 몸, 사원은 머리, 품질은 혈액이다'라는 멋진 제조업스러운 문구까지. 


PE 일을 하며 매번 겪는 도전 중 하나는 특정 산업의 언어를 금융시장의 언어로의 변환하는 일이다. 이런 서비스를 하는 인공지능이 나왔으면 할 정도다. 돌아보면 재미있는 일도 많았는데, 회사소개서를 요청하니 기술소개서를 준 대표님도 있었고, 21년 S/S 룩북을 주셨던 대표님도 있었다. 여하튼 작업의 시작은 이미 보유하고 있는 회사 정보들을 투자자들이 많이 봐왔던 순서와 문법으로 바꿔 나가는 일인데, 나는 아직도 쉽지 않다. 특히 소비재 브랜드 기업의 감성을 이성의 영역으로 옮겨오는 작업이 그렇다. 하지만 이를 계속 하다 보면 회사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이미지로 가득한 한 패션 브랜드 회사의 소개서를 받았다. 지난 20년 간의 노력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자료다. 5~6년 숙성한 청도에서 감물 염색원단을 찾아내고, 이를 연구개발하여 소재화를 하고, 또 외부검증기관서 향균 테스트까지 받아가며 기능성을 증명하는 일까지. 투자설명서에는 이 과정이 들어간 장표를 걷어내고 '향균소취 기능성 원단 및 이의 제조방법' 이라는 '보유특허' 섹션에 한 줄만 남을 것이다. 하지만 이 특허명 한 줄에 대한 설명의 깊이는 나의 의무가 된다.  



내가 이 회사에 대한 이해도의 경중에 따라, 확신의 정도에 따라 설명의 힘이, 기운이 달라질 것이다. 이 회사의 대표님께 우스개 소리로 프로젝트가 끝나면 내가 이 회사에 대해 대표님 다음으로 잘 아는 사람이 될 거란 말을 했다. 그런데 내 진심은 우스개 소리가 아니었나 보다. 가끔 진짜 멋있다고 생각이 드는 회사∙창업자가 있다. 그리고 프로젝트의 성공을 떠나 내 태도에 따라 인연이 될 것 같은 존재들이 있다. 지금 이 회사가 그렇다. 이런 생각이 들 때 내 업業에 다시 한 번 감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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