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YEU Weekly

동시성을 경험한 순간

'하나의 주제'로 사건과 인연들이 맞물려 일어나고 '연결'되는 것

by 정진

계기는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작년 초 우연히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을 접했다. 깊은 감명을 받아 지금 2번째 읽는 중이다. 이 책은 12주간 동안 창조성 회복을 위한 행동 가이드를 제공하는데, 나는 그 중 한 가지로 매일 아침 일어나자 의식의 흐름대로 3페이지 정도 글을 쓰고 있다. 쓰기 보다는 쏟는 것에 가깝다. 이걸 이 책에서는 모닝페이지라고 하는데, 일종의 명상 개념이라 생각한다.


오늘 아침에 보니 33주하고도 4번째 모닝페이지를 썼다. 매일 쓰지 못할 때, 3쪽을 다 채우지 못할 때(주로 술자리 다음날)도 있지만 꾸준히 놓지 않고 쓰고 있고 평소 생각을 여과없이 쏟아내면서 나름 인생의 원칙과 컨셉이 생기는 느낌이다.


이 책에서 '동시성' 이란 개념이 등장하는데, 저자는 매주 독자에게 '동시성'을 경험하였는가? 라는 질문을 한다. 이게 무슨 뜻인지 잘 와닿지 않다가 이번 주 크게 느낀 바가 있어 이 공간에 기록으로 남긴다. 여기서 말하는 동시성은 '사건들이 우연히 맞물려 일어나는 것'을 뜻한다. 그럼 어떤 사건들이 어떤 맥락에서 일어나느냐가 중요 해진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내 생각을 3페이지에 걸쳐 쓴다고 하면, 절반 이상은 현재 진행 중인 브랜드 'I'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다.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까, 나는 어떤 태도여야 할까, 진정성을 잃지 않기 위한 다짐 등등 하루 대부분 이 프로젝트에 몸과 정신을 쏟다 보니 그런 것 같다.


패션 브랜드 I에 대한 인수를 검토하면서, 우리의 전략적 투자자(Strategic Investor)가 누가 되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하고 있다. 그 중 명품 브랜드 협력사인 S사를 염두해두고 있었는데, 그 S사의 자녀분이 주로 해외 브랜드를 한국에 소개하는, 또 한국의 디자이너를 해외에 소개하는 편집숍 A사를 운영하고 있다. 숫자를 주로 보던 내가 판단할 영역이 못될 수도 있지만 어떤 감도인지 궁금해서 A사를 방문도 했었다.

#동시성 1.

그런데 브랜드 I의 핵심인재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와 미팅을 하면서 편집숍 A사에 대한 언급을 하니 A사의 대표님이 이 CD를 찾아와 미팅을 한 적이 있다는 거다. 오호라 이렇게 연결이 되는구나. 그래서 CD에게 이 프로젝트가 어느정도 무르익을 때 즈음 S사에 자연스럽게 브랜드 I를 소개하기 위한 커피챗 자리 정도 부탁을 해볼 심산이었다.


#동시성 2.

그러다 이번 주 수요일 헤지펀드운용사 L본부장과 점심식사를 하던 도중 정말 '우연히' 편집숍 A사 대표님 이야기가 나왔다. L본부장이 얼마 전에 A사 대표님이 운영하시는 레스토랑에 손님접대 차 갔고 우연히 인사 후 이야기도 나누고 친해졌다고 한다. 그런데 추가 서비스를 너무 잘 해줘서, 신세도 갚을 겸 구정 지나고 식사자리를 한 번 마련해볼 계획이라고 했다. 바로 나는 L본부장에게 브랜드 I 프로젝트에 대한 얘기와 A사 대표님과 브랜드 I의 CD 미팅 내용을 공유를 했다. L본부장의 머리가 팍팍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오히려 혼자 보기 뻘쭘했는데 세명 구도가 잘 어울릴 것 같다며 나와의 식사를 마치고 바로 A사 대표와 미팅 일정을 잡았다. 이런 실행력을 봤나. 앞으로 브랜드 I 프로젝트가 어떻게 진행이 될지 정말 궁금하다. 전략적 투자까지는 못 가더라도 해외진출을 위한 파트너쉽에 대한 논의 까지만 가도 장족의 발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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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본부장과 식사를 마치고 IFC를 걷는데 불현듯 이게 '동시성'이지 않을까란 생각이 스쳤다. '하나의 주제'로 사건과 인연들이 맞물려 일어나고 '연결'되는 것. 내가 의식적으로도 무의식적으로도 얼마 집중하고 있는지에 대한 세상의 화답 같기도 하다. 또 내가 좋아하는 Serendipity의 맛 같기도 하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에 대한 지침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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