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찔려본 놈이 빨리 익는다.
몇년 전 산속에서 작업 중에 멧돼지와 마주친 적이 있다. TV 속에서만 보던 멧돼지를 실제로 보니 그 위용이 어마어마했다. 실제 무게는 얼마나 나가는지 모르겠지만 느낌적으로는 집채 만했고 '컹'하고 울 때 그 울음소리는 마치 천둥이 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그 자리에서 꼼짝달싹도 하지 못하고 숨죽이고 지켜보기만 했다. 다행히 우리 앞을 조용히 지나갔다..... 산길을 내려오는 내내 계속 멧돼지가 숲 어디선가 뛰어나올 것 같아 경계하면서 내려왔다. 내려온 후로도 놀란 가슴이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이후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낱 짐승을 두려워하는 미약한 존재인 인간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삶을 살다 보면 이보다 더 한 일도 많이 일어난다.
그럴 때 우리는 두려움도 느끼고, 고통을 느끼기도 하고, 심지어 삶을 포기하는 경우도 생기기도 한다.
얼마나 인생이 힘이 들면 부처님 조차 삶을 '苦海'라고 말씀했겠는가?
물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는 것처럼 인생이 고통의 연속이면 살아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필연적으로 인생을 살다 보면 시련과 역경이 오게 마련이다. 이런 경우 그것을 의연하게 대처하고 지혜롭고 풀어 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삶을 살아가다 보면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배우고 익히게 된다. 그러면서 인간이 성숙해 가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꼭 그런 경험을 하고 난 후에 배울 수밖에 없을까?
사람이 잘 변하지 않는 이유는 '자기가 알고, 경험한 것이 전부'라고 하는 그릇된 생각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경험하지 못한 것이 더 많고 모르는 것이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알고 경험한 것이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그보다 어리석은 것이 어디 있을까?
그러니, 먼저 우리가 변하기 위해서는 자기주장을 펼치기보다는 먼저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두 번째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한다.
자신의 기준에 비추어 '이것은 되고, 저것은 안돼!'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자신을 지배하게 되면 시도도 해보지 않고 안된다고 한계를 지어 버린다.
그러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게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고구마를 찔 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보기 위해서 젓가락으로 찔러보고 안 익었으면 뚜껑을 닫고 잠시 기다린 후에 다시 뚜껑을 열고 찔러보기를 반복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결국 젓가락에 많이 찔린 놈이 빨리 익는다. 젓가락 구멍 사이로 뜨거운 김이 스며들어 그런 것이다. 세 번째, 어려워 보이는 일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시도하다 보면 이룰 수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