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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뷰 MoBeau Nov 25. 2020

T의 일기장 - 1

1. 서론 - 언택트와 함께 하는 심리테스트의 시대

필자의 16 personality 결과 - https://www.16personalities.com/ko/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 시대가 도래하며 스마트폰, 컴퓨터를 이용한 활동들이나 경험들이 사람들에게 더없이 익숙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많은 생활양식에 변화가 있었지만 그중 한 가지 흥미로운 지점은 심리테스트들이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리는 등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이다. 심심할 때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보다 보면 정말 다양한 테스트에 대한 자신의 결과를 공유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자기 자신을 평가하는 테스트가 여태까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단적인 예로 자기계발검사나 적성 검사를 학창 시절에 한 번쯤은 다들 받아보셨으리라. 그런 류의 테스트들이 갖는 특징은 일단 길고,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점이다. 조금이나마 정확한 결과를 내기 위해 같은 내용을 말투만 바꾸어 놓은 문제도 많고, 특정 성향을 분석하고자 하는 비슷한 유형의 문제는 더더욱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지루한 테스트를 마치고 결과가 나오면 두런두런 모여 너는 어떻니 나는 어떻니 하며 이야기를 나누던 친구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과정이 피곤했을지언정 어떤 방식으로든 나를 평가한 자료는 꽤나 흥미로운 소재가 되기 때문이다.


  다만 그런 테스트가 유행이 되지 못했던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이 너무 귀찮고, 복잡하고, 지루했기 때문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테스트 하나를 제대로 하려면 분 단위를 넘어 시간 단위로 할애해야 했었다. 그렇기에 특별한 이유가 없이 재미로 하기는 조금 버겁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이를 주관하는 단체들에 돈을 내야 한다거나 아니면 직접 종이에 적어 테스트를 한다는 점, 그리고 결과가 바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상당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 등의 부수적 문제들도 있었고 말이다.




  그러던 와중에 MBTI가 등장했다. 개념 자체는 정말 오래전에 나왔지만 지금과 같은 열풍이 불었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언택트 시대가 도래하며 사람들은 전자기기를 이용하여 간단하게 시간을 보내거나 이야깃거리 삼을 수 있는 재미들을 찾아 나섰고, 그 레이더 망에 걸린 것이 MBTI였으리라. 


  올해 정말 다양한 종류의 MBTI 관련 심리테스트들이 인터넷에 등장했다. 기본적인 16가지의 결과가 나오는 MBTI부터 시작해서 Forest가 내놓은 식물 심리테스트, 최근 LU42의 꽃 심리테스트까지 일일이 손으로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은 종류의 테스트들이 있었다.


  그러한 테스트 중 대부분은 MBTI가 규정한 특징들로 세분화하여 결과들을 보여주는 경향성이 있다. 아무래도 MBTI 테스트는 우리가 느끼기에 가장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특성들로 사람들의 성향을 구분하고, 따라서 꽤나 직관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MBTI는 4가지 영역을 2가지 분류로 나누어 총 16가지의 유형으로 결과를 구성하고, 각각에 대한 해석을 내놓는다.


출처 : 조선비즈


  모든 척도가 사람들의 삶의 방향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사람들이 많이 관심을 가지는 특징이 바로 판단 기능, T와 F의 관계 이리라 생각한다. 보통 외향성, 내향성은 함께 생활하며 쉽게 체감할 수 있는 요소기에 상대적으로 흥미가 덜 하지 않나 싶다. 또한 인식 기능이나 생활양식은 같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친구 관계에서 알아보기는 쉽지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유일하게 판단 기능은 다른 3가지 척도와는 다르게 판단의 근간을 이성과 감성 중 어느 곳에 두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대화 양식,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에 고스란히 투영되고는 한다.




  흔히 밈처럼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문답이 있다. 


친구 : 나 오늘 너무 피곤해서 드라이 샴푸만 하고 나왔어 ㅠㅠ

T : 드라이 샴푸 좋아? 쓸만해? 비교 좀

F : 뭐야 무슨 일 있었어? 왜 피곤해? 괜찮아?


  실로 극단적인 차이 아닌가. 정말 간단하고 짧은 저 문장 속에서 캐치해내는 주요 포인트가 극명하게 갈린다. 분명 친구의 말에 관심을 가지고 답변을 건네는 두 사람의 모습이지만 맥락이 아예 다른 모습이다. 실제로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T 유형의 사람들과 F 유형의 사람들은 서로의 답변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몇 개 되지 않는 간단한 테스트에서 갈라놓은 두 유형의 사람들이 극명히 다른 반응을 보이는 현상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리고 필자는 두 부류 중 극단적 T 성향에 가깝다. 테스트를 여러 개 해봐도 E와 T라는 알파벳은 바뀐 적이 없다. 나머지 두 요소는 테스트의 질문에 따라서 간혹 변화하긴 하지만 두 요소는 굳건하다.


  그래서인지 그런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 너는 왜 항상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하는 거야? 그냥 가만히 듣고 공감해주면 어디가 덧나니? 


  아니 그게 머릿속에 떠올라야 말이지. 공감 능력이 부족한가 싶어 고민했던 시간도 꽤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나와 비슷한 사람도 만만치 않게 많으며 이성적인 삶을 사는 게 나쁜 것처럼 느껴지는 상황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의 입장에서 F들에게 T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설명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간단한 시리즈물을 구상했고 이렇게 첫 삽을 뜬다.


  별거 아닌 난잡한 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나름 글을 쓰는 작업 자체가 나 자신을 돌아보는 흥미로운 작업이 될 것 같아 벌써부터 즐겁다. 그리고 이왕 열심히 쓴 글인데 많은 분들이 읽어보시고 즐거워하신다면 더할 나위가 없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P.S. 애당초 T가 자신의 이야기나 생각을 분석해서 글로 옮기려는 것도 T스러운 일이긴 하다. 이게 뭐라고 분석을 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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