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연약함을 강추해요!

by 한약초콜릿

언제부턴가 인터넷 쇼핑몰 여성의류 상품에 반드시 붙는 꾸밈말이 생겼다. ‘여리여리’다. 혹은 ‘하늘하늘’도 꼽을 수 있겠다. 여리여리라는 말뜻은 바람만 불어도 훅 쓰러질 것 같은 연악하고 가는 체격을 가진 여자를 일컫는 말인 것을 몇 개의 상품을 보고 금세 알아차렸다.


여리여리하다고 광고하는 옷들은 하나같이 축 늘어지고 너풀거리는 형태로 만들어졌고 쇄골이 보이도록 넥라인을 깊거나 넓게 팠다. 여리여리 보이려면 뼈가 보여야하는 건가 싶었다. 살갗만이 간신히 뼈를 가린 모습이 여리여리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스타일은 누가 어디서 먼저 제안했는지 참으로 궁금해졌다.


해외 유명 브랜드 패션쇼에서 걸어 나오는 마네킹마냥 빼빼한 모델들이 그 시작이었을까? 아니면 날씬한 것도 모자라 말라 보이는 여성이 예쁘고 자기관리에 여념 없고 스스로를 존중하는 증거라며 부추기는 사회의 시각이 한몫했던 것일까?


그런데 문득 여성은 여리여리해 지고 싶다는 건지 여리여리해 보이고 싶다는 건지 헷갈렸다. 광고 상품들이 ‘~해 보인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선 수많은 여성들의 생각이 후자 쪽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이 여리여리한 여성을 숭배하는 심리가 수익창출에 이용되고 있는 셈이었다.


당장에 몸을 뼈만 남기고 살을 제거하고 싶지만 현실상 어려운 점이 있으니 눈가림용 상품으로 원하는 이미지를 몸에 입히겠다는 생각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정녕 그것이 본인의 판단이고 진정으로 원하는 것인지는 고민해도 될 만한 일이다.


친구들 사이에서 흔히 하는 말이 넌 살만 좀 빼면 예쁘겠다다. 왜 꼭 살을 빼야만 예뻐진다고 단서를 붙인 걸까? 아마 살을 빼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예뻐지지 못한다는 말을 에둘러 말한 걸까? 살 빼는 것, 분명 어려운 일이지만 많은 여성들이 해낸다. 그리고 기대한다. 변화되고 예뻐진 자신의 몸을. 또한 그 몸에 멋지게 차려입을 옷을.


하지만 전보다 살이 빠져 옷 사이즈가 줄어드는 행복과 기쁨은 솔직히 오래가지 못한다. 걱정될 요요현상 때문이 아니라 기대만큼이 아니기 때문이다. 1시간만 어리고 아리따운 여성들이 거리를 누비는 번화가를 걷기만 해도 노력해서 살을 뺀 자신보다 타고나길 저리 타고났나 싶을 만큼 마르고 가느다란 몸체를 가진 진짜 ‘여리여리’한 여성들을 금방 보게 되고 말기 때문이다.


세상엔 정말 마르고 마르고 또 마르고 뼈까지도 마른 것 같은 여성들이 차고 넘친다. 걱정스러울 정도로 말랐지만 그 여성들은 마른 몸을 애써 옷으로 가리지 않는다. 그런 몸을 열망하는 뭇 여성들의 시선을 알아서다. 묘하게도 마른 여성들이 입은 옷에선 스타일리쉬한 기운이 감도는 것도 사실이다. 이것이 ‘여리여리’하다는 말로 표현되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런 이미지를 부여한다는 옷을 구매한 구매자들의 후기들은 한결같이 여리여리해 보인다고 옷을 칭찬하며 고민하지 말고 사라고 부추기기도 한다. 안 샀으면 후회할 뻔했다, 진심 강추한다는 후기들에서 그간 열망했던 희망을 실현할 의도로 결제창까지 가는 손가락을 말릴 의지가 남아있지 않다면 그 옷은 당신의 스타일이 아닐 옷이 될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