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치와 콩나물을 얼추 마스터(?)하고보니 도전정신이 생겼다. 정말 맛을 내기 어렵다는 고사리 볶음까지 정복하고 싶어졌던 것이다. 슬며시 엄마에게 조리법을 여쭈니 단박에 손사래 치는 답변이 돌아왔다. 고사리는 떫거나 비려지기 쉬워서 맛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니 시도하지 말라고. 과연 엄마 말이 옳았다.
똑같이 따라해 봐도 결과물은 천양지차인 요리책을 보고 안내대로 손질하고 삶고 기름에 볶았는데 그 맛은 텁텁하고 비린 것을 넘어 역하기까지 했다. 과장하면 걸레 씹는 맛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어떻게 바다도 아닌 흙에서 자란 식물에서 생선비늘만 모아놓은 것 같은 맛이 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원인을 추적하기로 했다.
내가 꼽은 첫 번째 이유는 고사리 자체였다. 마트에서 구매한 고사리는 이미 물에 삶아져서 통통하게 불어난 것이었다. 필시 붇는 과정에서 맛을 저해했을 거라고 단정 짓고, 마른 고사리를 새로 샀다. 대신 마른 줄기를 물에 담가 놓는 인내가 필요했다.
그사이 이제는 손에 익어 시간을 오래 빼앗지 않게 된 콩나물 무침을 준비했다. 물에 헹궈서 끓이고 건져내 무치고 나니 고사리 녀석이 어느 정도 불어있었다. 이어 조리하려고 깨끗한 물에 고사리를 여러 번 씻으며 여전히 딱딱하게 굳어있는 고사리 몇 가닥을 골라내어 버렸다. 질긴 녀석들이다.
이제 역시나 한동안 물에 끓일 차례였는데 냄비가 마땅치가 않았다. 살림꾼이 아닌 내가 종류별로 냄비를 구비했을 리 없었다. 작은 편수냄비와 이보다는 큰 양수냄비 한 개씩이 전부였고 양수냄비는 콩나물을 데쳐낸 뒤였다. 영락없이 편수냄비를 이용하거나 양수냄비를 비우고 재사용해야했다. 고사리 양으로 보았을 때 편수냄비로는 어림없어서 양수냄비를 사용해야했다. 이상하게 귀찮아졌다. 고작 콩나물만 데치다시피 끓여낸 깨끗한 냄빈데 씻어내고 다시 고사리를 끓여야하는 과정이 번거롭기 그지없었다. 그러다 불현 듯 생각이 스쳤다.
그냥 저 물에 고사리를 넣고 끓이면 어떨까? 이미 한껏 데워진 물이니 렌지 연료소모도 줄일 수 있어 경제적인데? 그런데 맛이 이상해지려나? 비싸게 주고 산 고사린데 그러다 망치면 어째? 아냐, 아냐. 생각해보니 육개장엔 각종 나물이 한데 들어가잖아? 고사리와 함께 숙주나 토란대, 파까지 들어가는데 콩나물이라고 섞이지 말란 법이 있나? 그리고 이건 섞는 것도 아니고 물만 재활용하는 거야. 육수를 사용하듯 콩나물 채수를 사용하는 맥락으로 봐도 되는 거라고.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 물이 더 식기 전에 고사리를 첨벙 담그고 렌지 불을 지폈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고사리가 말랑해질 때까지 끓여내고 찬물에 씻어냈다. 왠지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그다음은 볶음용 식용유와 들기름을 넣고 살짝 볶다가 맛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마지막으로 잘게 썬 파를 넣고 빠르게 볶아냈다.
결과는,,, 질감은 부드럽게 쫄깃하고 비린 맛은 찾을 수 없는 아주 고소한, 내가 했다고는 믿기 어려운 고사리 볶음이 완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