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동고동락한 스타일.

by 한약초콜릿

$$$의 패션스타일은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었다. 야근도 서슴지 않는 워커홀릭인데 퇴근길은 아닐 테고 주말마다 쇼핑을 다니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 그도 아니면 전용 스타일리스트를 고용해서 유행하거나 이미 한물 유행이 지났어도 새 옷으로 새 가방으로 새 구두로 변화하는 스타일을 선보이는지 싶었다.


다채롭다는 말의 실체를 $$$은 보여줬다. 과감한 지브라 프린트가 금박으로 들어간 몸에 들러붙는 원피스를 입고 나타난 날은 눈을 떼기 힘들었다. 아름다워서라기보다는 궁금해졌던 것이다. 왜 이 옷을 사서 회사에 입고 나타났는지가, 화려한 스타일을 좋아한다 해도 장소와 목적에 걸맞지 않는 옷차림엔 가려진 목적이 있지 않을까가.


그 이유를 알려준 이는 전직 스타일리스트 선배였다.


“$$$이 예전 내가 알던 기획사 아이돌 연습생이었거든. 그때는 지금보다 체구가 훨씬 작았는데.”


선배는 작다는 말을 하면서 씁쓸한 얼굴을 보였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그 세상에 뛰어들어보면 정녕 나와 같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끼와 재능이 특출 난 이들이 즐비해. 연습이 도움이 되는 건 맞지만 연예인이 갖는 아우라는 연습만으로는 안 되는 거거든. $$$은 보통 지망생쯤의 노래와 춤 실력이었는데 그래도 집에서 후원해준 덕에 연습생 신분까진 올랐어.

그런데 속사정이야 나도 모르지만 한동안 잘 버티더니 스트레스가 심했는지 폭식증으로 살이 부푸는 풍선처럼 오르더라고. 기획사에선 수차례 경고하고 달랬던 것 같은데 결국은 양쪽 모두 포기하더라. 그렇게 중도 포기하는 애들이 하도 많아서 나도 언젠가 부터는 귓등으로 흘려듣고 말았는데 $$$은 왠지 아쉬웠어. 내가 볼 땐 무대의상이 기막히게 어울릴 비율을 가졌었거든. 특히 잘록한 허리는 세계 어디 내놔도 뒤지지 않을 것 같았어.

그 몸을 유지하느라 굶는 게 일상이 되다보니 신경이 곤두섰을 거고. 그리고 연습생 시절을 5년 가까이 했다고 생각해봐. 지루하고 초조하고 낙담했겠지. 나이는 먹어 가는데 자신보다 어린 친구들은 데뷔해서 조명을 양껏 받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한 마음도 오죽했겠다 싶었어.

기획사에서 나간 뒤론 나도 잊고 지내다 그 생활 정리하고 안정적인 직장 얻겠다고 이 회사 입사했는데 글쎄 $$$이 상사로 딱 버티고 있지 뭐야. 정말 당황하고 놀랐는데 나만 그랬어. $$$은 아주 평온하고 침착한 태도로 시종일관 날 대했어.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나보다는 나이는 어리지만 상사로 $$$을 보게 됐고. 너와도 나이 차가 그리 많이 나진 않을 거야.

그런데 가슴에 담아 놓은 꿈을 버리지 못했는지 저렇게 입고 다니더라. 평범한 사람들은 엄두도 못 낼 과감한 옷들로만. 가격도 아주 과감하지. 어떨 땐 측은하다가도 한편으론 나름대로 인생에서 균형을 잡고 사는 모습이 대견하다는 생각도 들어. 연예계에 발 들인 사람이 완전히 등 돌리는 걸 쉽게 보진 못했거든 난. 혹여나 하는 기대로 언저리서 기웃거리다 또 실망하는 수많은 이들보단 $$$처럼 현실에서 이상을 표출할 방법을 찾는 삶도 알찬 것 같아. 누구나 만인의 스타가 될 수 없듯이 스스로를 자신만의 스타로 만드는 사람도 드문 거니까.”


그날 퇴근길엔 간만에 다른 생각에 빠졌던 것을 기억한다. 나는 남들에게 손가락질 당해도 내 스타일이라고 내세우고 지킬 만한 소신이 있는지 내 마음과 머릿속 구석구석을 뒤졌었다. 뭐 하나 쓸 만한 것을 건지진 못했지만 스타일이라는 게 마냥 예쁜 옷으로만 치장한다고 되는 것만은 아님은 알았다. 삶의 열의와 고통도 함께 녹아드는 게 스타일의 한 면이기도 했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