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부모가 된다'를 읽고.
올해 4월, 1학기 중간고사를 앞둔 시기에 브런치에 마지막 글을 발행한 이후로 게으름으로 인해 하루하루 넘치는 소중한 글감들을 놓치고 있는 안타까운 절필 상태였는데, 다시 2학기 중간고사를 앞둔 지금, 드디어 오랜만에 노트북을 열었다. EBS 강사인 정승익 선생님의 신간 '그렇게 부모가 된다'를 읽으며 여러 번 고개를 계속 끄덕였는데, 그 반복되는 끄덕임이 나를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게끔 이끈 것이다.
모든 학교나 모든 학급에 똑같이 적용되지는 않을 테니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어쨌든, 내가 지금 만나는 수능을 앞둔 고3 학생들은 많은 학생들이 생각보다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지 않고 있다. 참 아이러니하다. 지금 이때를 위하여 취학 전부터 그 생난리를 치르고 많은 아이들이 달려왔던 것이 아닌가? 아니 근데 왜?
책에도 설명이 잘 되어있듯이 내신 9등급제에서는 4%까지만 1등급을 받기 때문에 96%의 이이들이 내신 1등급을 받지 못한다. 교사가 되어 시험문제를 출제하게 되면서 상대평가라 많이 속상하고 여전히도 많이 아쉬운 부분이 난 내가 열심히 가르친 수업 내용을 모든 학생들이 이해를 하고 모두가 시험에서 만점을 받았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되면 변별력이 없는 시험 출제자가 되어 최악의 실수를 범하는 교사가 되어버린다는 점이다. 모두가 100점을 맞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수업을 하지만, 시험에서 100점이 너무 많아서 1등급이 안 나올까 봐 매번 조마조마한다. 일부러 정말이지 더럽고 치사한 어려운 문제를 한 두 문제는 내서 학생들이 틀리길 바라고 있다는 현실이 참 슬프다. 시험이 끝나고 가장 먼저 하는 것은 100점이 몇 명인지, 1등급은 잘 갈라졌는지 확인한다. 만점자가 생각보다 적어서 다행이다라는 이야기를 동료 교사들과 나눈다. 참 속상하고 아이러니하다.
이런 현실이니, 원하는 내신을 못 받은 학생이 대부분이다. 고등학교 2학년쯤이 되면 자신은 정시파라며 수업 시간에 딴짓을 하는 아이들이 생겨난다. 난 어차피 정시로 대학을 갈 거니까 내신 따위는 필요 없다는 것이다. 만약에 모의고사 성적이라도 잘 나오는 학생이 그렇게 한다면, 본인의 인생을 위한 그 전략에 반대는 안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원하는 내신이 안 나오니까 도피하는 걸로밖에 안 보이기에 참 답답하다. 자의로 타의로 자칭 정시파가 된 학생들은 교내 행사에 굳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노력하려고 하지 않으며, 당연히 의욕을 가지고 활동에 임하는 학생들이 예쁜 법이기에 점점 선생님들과의 사이도 안 좋아지기 쉽다. 내신 등급 올리기가 노력한다고 쉽게 되는 것은 아니어서, 학기초에는 반짝반짝 빛나던 눈동자가 개학한 지 한 달만인 4월만 돼도 벌써 빛을 잃어가기 시작한다.
정승익 선생님 책을 읽다 보면 스마트폰을 멈춰야 된다는 이야기가 계속 반복된다. 매우 동감하는 바이지만, 스마트폰이 학생들의 공부에는 좋지 않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텐데, 굳이 이 얘기를 책에서 너무 자주 반복하시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만큼 스마트폰의 심각성을 아시고 답답하시니 강조를 하신 거겠지. 학부모들은 생각보다 자녀의 스마트폰의 사용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올해 초 우리 학교에서는 교내에서 스마트폰 수거에 관한 설문조사를 학생, 학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평상시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어있는 학생들을 보며 많이 답답해하던 차에 이러한 움직임은 참으로 반가웠다. 드디어 아이들이 노예에서 해방이 되겠구나 하며 두근거렸다. 설문조사의 결과는 내 예상대로 대부분의 학생들은 반대를 했고 대부분의 교사들은 찬성을 했다. 하지만 우리 학교에서는 여전히 일과중에 스마트폰과 함께하는 학생들이 많다. 교내에서 스마트폰 수거에 대해 학부모들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부모님들의 의견은 아니겠지만 이럴 경우 목소리가 큰 부모님들의 의견이 영향을 끼친다. 반대하는 이유는 학원샘에게 갑작스러운 연락이 올 수 있기에, 우리 자녀가 학교에서 인강을 들어야 하니, 스마트폰 및 전자기기 사용을 허락해 달라는 거였다는 것이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다. 아침 조회를 하러 교실에 들어가면 거의 모든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있다. 당장 집어넣으라고 지적하지만, 다시 몰래 꺼내어 게임을 하고 있는 학생들도 있고, 그나마 집어넣으라고 말했을 때, 민망하다는 듯이 바로 치우면 나은 편이다. 어떤 아이들은 오늘 본인이 계획한 공부를 다 했다고, (난 내 계획대로 하고 있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냐며) 당당하게 엄지손가락의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 아이들도 있다. 하루 이틀 겪는 일이 아니다 보니 그 뻔뻔함에 더 이상 지도할 마음도 사라지는 현실이다. 내가 교실에 있는 이유가 있을 테고, 나도 당당히 내 밥값은 해야겠고, 나름의 사명감도 있고, 다 내 새끼들 잘되라고 잔소리를 해보지만... 이미 중독에 빠진 아이들을 구하기가 참 힘든 현실이다. 물론 어머님이 너무나도 궁금해질 정도로 어쩜 저렇게 예의 바르고 자기 할 일을 다할까, 싶고 심지어 잘 생긴 외모마저 갖춘 학생들이 있다. 확실한 것은 내 아들이었으면 좋겠다 싶은 그런 엄친아들은 목표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자신이 간절히 바라고 원하는 것이 있기에 그 어떤 힘든 과정도 이겨낼 수 있다.
작년 우리 반에는 배우가 꿈이지만 평범한 외모인 어떤 학생이 있었다. 그 학생이 고3이 되더니 살을 쫙쫙 빼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살을 빼니 미남이 되어져 갔다.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이 명확하니 고통을 참아가며 다이어트에 성공한 것이다. 식탐이 있어 먹는 것을 절대 못 참는 나로서는 정말 그 학생이 대견하고 박수를 쳐줄 수밖에 없다. 사랑하는 그 제자가 원하는 것을 얻게 되기를 바라며 간절히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자사고, 특목고가 아닌 일반고에서도 내신 따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모두가 성적 향상을 원하지만, 집중력을 발휘하는 학생들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덜 먹고 운동해야 한다.'만큼 너무나도 당연한 '스마트폰을 안 쓰면서 스스로 목적을 찾아 공부에 집중한다'는 본질을 아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우리는 옆에서 아이들을 도와줘야 할 것이다. 아이를 안고 같이 뛸 수는 없다. 길고 긴 마라톤을 혼자서도 잘 뛸 수 있도록 오늘도 옆에서 잔소리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