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진료가 강아지 진료만큼 많지만, 고양이는 한 번도 키워보지 않아서 몰랐던 고양이의 귀여움에 대해.
채 3달이 되지 않은 고양이는 일 킬로 남짓한 몸무게를 가지고 있는데, 눈도 잘 못 뜨고 기력이 없던 시절을 지나 제법 고양이의 골격을 닮아가고 있다. 지금은 호기심과 놀이에 대한 의지가 활발한 시기라 키티도 최근 여러 가지 장난감을 구비하게 되었다. 개와 다르게 신기한 점은 젤리가 박힌 포근한 두 손을 요리조리 움직여 사냥감(?)을 능숙하게 다룬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젤리는 만져보면 매우 말랑하고 어쩌다 내 살갗에 닿을 때에는 너무 보드라워서 한번 터치할 때마다 하트가 뿅뿅 터지는 느낌이다. 마치 '좋아요'가 눌리는 것처럼. 고양이는 정말 요물이야...
키티의 스크래쳐. 키티는 스크래쳐에 올라타 풀잎사이로 사냥감(나?)를 지켜보는걸 좋아한다.
그러나 명심할 것은 요 꼬물이는 여전히 작다. 가끔 바닥에 내려놓으면 전속력으로 내 책상 반대편 의자에 올라타고서는, 폴짝하고 다시 나에게로 뛰어드는데 너무 질량이 작아 F=ma가 결국 심쿵하는 정도로밖에 타격감이 없다. 그리고 처음에는 요리조리 구석으로 숨기만 바빴던 키티가 요즘엔 이것저것 관심이 많아지기도 했다. 고양이는 학습능력이 빠르고 강아지만큼이나 가족을 잘 알아본다. 지난번에 계단에 내려주었을 때, 성큼성큼 올라가다가도 내가 키티~ 하고 부르니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나에게로 돌아와 주었을 때 얼마나 감동했는지 모른다.그리고 내 품에 안겨서 골골 송을 부르다가 내가 쓰다듬어주면 만족스럽다는 듯이 나를 지긋이 바라보는데, 행복해~하고 말하는 것이 들리는 것 같다.
나는 숨기 바쁘다옹. 너를 어찌믿고!!하던 키티가 이제는 이동장에 들어가서도 우리 어디가냐옹하고 말걸기 바쁘다.
개냥이.라고 불리는 편이 맞겠다. 사람 손길을 좋아해서 사람 곁에 있으면 골골 송 부르기 바빠 지난번에 집에 잠시 데려갔을 때는 잠이 방해될 정도였다. 코숏은 영리한 편인데 실제로 감정표현에도 능하다.
하쿠와 친해져보게 할 심산으로 휴일 둘의 만남을 주선해 보았으나... 바로 하악질과 할퀴려는 자세를 취하는 키티. 쿠는 키티의 16배의 덩치임에도 겁을 먹고 다시는 키티 쪽은 돌아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숨 막히는 대치상황이 이어졌는데, 한 녀석은 털을 삐쭉 세우고 눈만 마주치면 하악질을 하지, 한 녀석은 바깥쪽만 바라보며 부들부들 떨고 있지 정말 머리가 아팠다. 몇 시간이 지나니 쿠도 키티도 서로를 외면하고 지낼 정도는 되었지만 아직 친해지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부들부들 떨던 하쿠..와 잔뜩 경계한 키티. 강아지와 고양이의 합사는 때로 긴시간이 필요하고 정확한 합사방법이 필요하다.
이제 XS짜리 옷도 얼추 맞는 키티.
이렇게 귀여운 아가 냥이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키티가 추운 날 버려진 그 스티로폼 상자에서 계속 떨고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길고양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내 앞가림하기도 힘든 시기에 이 녀석을 데려온 게 잘한 일일까? 여러 가지 상념에 빠지다가도 중간중간 마주하는 이 친구가 매우 힐링이 된다. 그 작은 몸에서 뿜어 나오는 온기는 매우 소중한 것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