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 노트 3

by 전구슬

채움

마음이 힘들 때는 사람들 앞에 서는 것 자체가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눈을 제대로 바라보는 것조차,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나에겐 큰 도전이었던 시기가 있었다.

나 스스로를 지킬만한 무기들은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하지만 너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똑같이 순수한 눈으로 있다.

그 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나를 괴롭히는 잡다한 생각들도 다 하찮은 것들일 뿐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 눈의 우주 속에서는 오로지 너와 나만이 있었다.

힘든 순간들을 버텨 지나게 해 준 너다.

인간 된 도리로 평생 잊지 않아야 할 고마움이다.

누나 이리와! 복잡한 생각하지 말고 하쿠랑 놀자!



생일

밝아서 좋대

멋있대

힘내래

행복하래

성공 하제


생일 때 들은 예쁜 말들.

생일 때 받은 감사한 마음들.

예쁜 옷 맘껏 입고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얘기하고

맛있는 거 먹고 이쁜 장소를 가고.

정말 오랜만에 행복했다.


생일의 나는 티 없는 너를 가장 많이 닮아있을 순간.

오늘 받은 사람들의 사랑은 다 너의 덕이다.

내가 가진 좋은 면이 있다면

그것은 다 순수한 너희들에게 배운 것 일 것이다.

고마워. 오늘 나의 근사한 해피 벌쓰데이는 투 유!

사랑해

생각정리

주정이라고 해도 좋아.

나는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혼맥을 할 때 제일 나랑 깊은 대화를 하니까 그것도 괜찮아.

맛있는 안주를 만들어 놓고,

너를 옆에 재워놓은 채로 생각하기 시작하는 거야.

뭐가 나에게 중요한 것인지

뭐가 쓸데없이 훌훌 털어버릴 일인지.

그 순간엔 너무나 명쾌하게 답이 나오거든?

왜냐. 그 답의 기준이 바로 내 옆에 있으니까.

내가 하는 생각, 기뻤던 일들 다 안주(?)가 되어 떠다니는데

예민했던 나도

실수투성이 오점 투성이었던 나도

용서해버리고,

이리저리

진짜 재미있는 대화를 하는 날

정신 차리고 행복하자. 집중하자.

왜냐면, 내 옆엔 네가 있으니까.

순수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행복한 내 강아지야!

우리의 오늘은 소중한 하루니까

소중하게 지켜나갈 앞날이 기다리니까.

그래서 나는 제일 가벼우면서도 간단명료한 이 순간이 좋아

그래 사실 이건 네가 옆에서 지켜주고 있는 덕분이야.

하쿠 왈, 누나 ~~ 언제 잘 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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