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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구슬 Nov 09. 2020

내 강아지가 아플 때

오늘은 하쿠와 병원에 함께 출근했다.

주말 동안 들어 올리거나 스스로 일어설 때마다 비명을 질렀기 때문.

아침 일찍부터 선생님들이 잘 봐주신 덕에 알아낸 것은, 당장의 큰 문제는  아니었고 척추 쪽 문제라 진통제를 먹고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다.


사실, 영상을 찍을 때는 병원이 떠나가라 시바 스크림을 질러서 걱정도 되고 부끄럽기도 했다.

엄살쟁이 시바견 하쿠와 극성 보호자인 나는 병원으로선 환장의 조합일 것 같다.


오늘은 내과 환자들 만으로도 버거운 날이었어서, 하쿠를 ICU에 넣어두고 바쁘게 뛰어다녔는데, 자꾸자꾸 쿠에 눈길이 가는 건 멈출 수 없었다.


자주 들여다보진 못해도 얌전히 착하게 잘 있는 너를 보니 마음이 참... 이런 건 뭐라 해야 되나...

매일 보는 ICU이지만 그 속에 내 강아지도 들어있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병원은 마냥 행복할 수가 절대 없는 곳인데, 속상하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다른 애기들도 다 똑같이 이렇게 소중한 강아지, 고양이들이겠지? 조금이라도 아프면 걱정되고, 자신보다 더더욱 신경이 쓰이고, 일찍 알지 못해 미안하고, 새삼스레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사랑스러운 아기들.


날씨가 꽤 추워져서, 코트에 목도리에 중무장을 하고선 너와 단둘이 퇴근을 했는데, 공원을 지나면서 힘든 일들이 다 사라지고, 고요한 밤공기를 벗 삼아 마음이 따뜻해졌다.

낙엽이 바스락 거리는 것도 좋았고.


따뜻한 집으로 돌아온 너는 병원에서와는 정말 다른 강아지처럼 느껴질 정도로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뛰어다녔다.

아프지 말자.

그리고 아직도 남아있을 병원의 모두들도 잘 나아서,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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