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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준영 Jun May 28. 2019

평범하지만 평범하지만은 않은 나의 고군분투기

ep1. 나의 첫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2년간 내가 계획했던 모든 게 끝났다. 현재 나는 새로운 시작을 향한 날갯짓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어렸지만 꿈 많았던 열아홉 막바지.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저 대한민국 사회가 강요하는 틀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사회는 언제나 노력 즉 과정뿐만 아니라 결과까지 좋아야만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 냉혹한 현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때야 뼈저리게 깨달았다.



 우리 사회가 성공이라고 부르는 가치에 나를 구겨 넣기 위해서 1년이라는 시간을 버렸다. 첫 수능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고, 그 후 나는 재수를 선택했다. 그냥 재수가 아니라 독학재수. 혼자만의 시간과 매일 싸우며 누구보다 독하고 치열하게 1년을 보냈다. 그 속에서 희망을 보기도 했지만 동시에 좌절도 끝없이 맛보았다. 절대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고통스러운 엉겁의 시간은 항상 그랬듯 지나갔고 두 번째 수능을 치렀다.



 두 번째 도전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왔다면, 한 번뿐인 실패에 나는 인생을 조금 쉽게 생각했을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그랬듯 매서웠고 나는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삼수도 하고 싶지 않았지만 한 번 더 도전한다고 그 결과가 좋을 거라는 확신 또한 없었다. 그리고 태어나서 모든 걸 쏟아붓는다는 느낌을 받으면서까지 간절히 바라며 노력했던 적이 없었기에 처음으로 충분하다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대학교에 들어갔다.



 대학교 입학 전 정시를 지원했던 나에게는 결과 발표와 입학식까지 3개월이라는 시간이 있었다. 사실 수능 3개월 전 수능 결과와 대학교 합격 여부와 상관없이 노력한 나에게 주는 보상으로 유럽행 비행기 표를 구매했었다.  누군가는 미쳤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당시 나는 정말 미쳐있었고 꼭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다. 만약 비행기 표라는 미래의 실현 가능한 꿈이 없었다면 끝까지 못 버티고 포기해버렸을 수도 있다. 지금도 그때의 무모함과 도전 정신을 생각하면 대단했다는 생각을 한다.



 초중고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불우하지는 않았지만 아버지의 연이은 사업 실패로 어린 나의 마음속에는 항상 돈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물론 단 한 번도 부모님에게 표현했던 적도 없고, 부모님 또한 나의 교육을 위해서는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어떻에 해서든지 지원을 해주셨다. 아마도 이런 가정환경의 영향으로 나는 다른 친구들보다 더 빨리 성숙해졌고 돈에 대한 개념 또한 생겼었던 거 같다. 항상 무언가를 하고 싶거나 갖고 싶어도 입 밖으로 꺼내기 전까지 수십 번을 고민하고 말 못 했던 적이 많았다. 주변에서 손쉽게 간다는 일본조차 초중고가 끝날 때까지 가볼 기회가 없었다. 불만은 없었지만 마음속에는 항상 아쉬움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성인이 된다면 반드시 이 아쉬움을 해소하고 싶었고, 재수 기간 동안 더욱 심화되어서 그런 무모한 행동을 했었던 거 같다.



 첫 번째 수능을 망치고 재수를 시작할 때만 해도 집의 경제 상황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부산에 살고 있는 나에게 서울에 위치하고 있는 유명한 기숙 재수학원에 간다거나 서울의 유명한 강사님들 아래에서 수업을 듣기 위해서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한데 부모님에게 그렇게까지 손을 벌리고 싶지 않았다. 사실 내가 독학 재수를 선택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물론, 혼자서 인터넷 강의를 보면서 해낼 수 있다는 믿음과 의지 또한 있었다. 다행히 내가 두 번째 수능을 준비하는 동안 아버지의 사업은 번창했고 나는 더 이상 돈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내가 유럽행 비행기 표를 과감하게 살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해외여행. 그 자체만으로도 설렜고 남은 수험 기간을 버티게 해주는 큰 힘이었다. 동시에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우리와 전혀 다른 머리와 눈 색깔 그리고 언어를 사용하는 외국인과 조우한다는 사실이 두려웠었다. 심지어 나는 자유여행을 선택했었다. 여행하는 기간 또한 짧지 않았다. 도저히 혼자 가기에는 그 당시 어린 나에게 너무 버거웠기에 고등학교 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랑 같이 여행을 계획했다.



그렇게 나의 첫 여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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