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진솔 Sep 06. 2022

일상을 오감으로 느끼고서야 살아있음을 깨달았다

체험전 <어둠 속의 대화>를 본 소감

산뜻한 공기가 불어오며 이름 모를 새들이 짹짹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디서 불어오는 바람일까? 어디서 들려오는 소리일까? 눈을 감으면 두려움은 잠깐일 뿐, 곧이어 평온함이 찾아든다.


지난달에 예매했던 <어둠 속의 대화(DIALOGUE IN THE DARK)>라는 전시를 놓치고 한 달 만에 재 예매했다. 완전 어둠이라는 설정 아래 전시를 한다는 게 다소 겁이 나고 두려웠지만, 금세 적응했고 시각 외의 오감으로 100분 내외의 삶을 잠시나마 경험해 보았다(전시 내용은 직접 체험해보길 추천한다).


청각, 촉각, 후각, 미각만으로 이 세상을 알아가야 한다면 얼마나 답답하고 힘든 일인지 새삼 알게 되었다. 평소에 대부분의 사리 판별과 의사 결정을 시각만 의지했던 게 아닌지 돌이켜 보게 되었다. 시각으로 보이는 사물은 직설적이며 저돌적이다. 상대방의 첫인상은 외적인 부분을 가리킨다. 해서 상대방의 표정으로 그때의 기분 변화를 관찰한다. 어떤 성격을 지녔고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관상에서 보이기도 한다.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캐치하고 분석하며 판단한다.


시대가 이토록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도 어쩌면 시각적으로 세상 이치를 바라보며 사고한 덕(?)이지 않을까 싶다. 빠른 시대상에 발맞춰 일상에 허덕이고 세월을 흘려보내고 청춘을 그리워한다.


100분이란 전시가 꽤 길게 느껴질 거로 생각했으나 의외로 빠르게 흘러갔다. 시각 외의 오감으로 세상을 맛보는 순간은 슬로모션처럼 펼쳐졌다. 머릿속에 남은 흐릿한 시적인 기억보다 피부에 닿는 느낌과 힐링의 소리는 긴 세월 내내 추억으로 남을 듯하다.


6년이나 다녔던 직장과 이별한 지 어느새 한 달이나 지났다. 6년, 2,190일, 52,560시간을 함께 했던 직장을 떠나고 보니 손아귀에 남은 건 앨범 속의 사진뿐이었다. 정말 긴 시간이었건만, 시각만으로 기억한 20대 후반의 세월은 아쉬움뿐이다. 눈을 감고 텁텁한 냄새라도 들이켜보고 시시한 소리를 들으며 피부로 만지고 못 잊을 맛을 기억해 두었으면 좋으련만...


일상은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눈을 감아보면 우리 주변이 생기가 넘치는 것들로 가득 차있다는 걸 깨닫게 될 테다. 조금 더 집중해보고 조금 더 느릿하게 나의 인생을 느껴보면 어떨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