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진솔 Sep 13. 2022

외로움 속에서 자유를 느끼며

뮤지컬 <서편제>를 본 소감

'나'란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은 사람마다 각기 다르다. 세상의 이치에 대해 아는 게 없다면 먼 훗날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어느 정도 성장해 나만의 생각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나이가 되었을 때 내가 진정 원하는 길을 택할 수 있을까? 


우연찮게 <서편제>란 뮤지컬을 관람하게 되었다. 작년부터 전시회, 연극, 뮤지컬, 영화로 일상에 예술의 맛을 갈아 넣으려고 틈틈이 이것저것 쑤셔 넣었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봤고 기억에 남는 게 많지만, 최근에 본 꼭 공유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이 작품이다. 

뮤지컬 ‘서편제’는 임권택 감독의 동명 영화로 큰 사랑을 받았던 이청준 작가 소설을 원작으로 12년 전 초연된 창작 뮤지컬이다. 저작권 사용 기간 만료에 따라 올해가 마지막 작품이다. 한이 담긴 소리에 집착하는 소리꾼 아버지 ‘유봉’에 의해 눈이 먼 ‘송화’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무대에 펼쳐진다. ‘송화’ 역은 다섯 시즌을 모두 함께한 이자람과 차지연 외에 새로 합류한 유리아, 홍자, 양지은, 홍지윤까지 6명이 나눠 출연한다. [세계일보 9월 13일 기사에서 발췌]

우리의 전통문화인 '판소리'를 모티브로 가족애, 꿈, 삶을 그린 내용이 공연 내내 눈물과 웃음을 선사해주었고 뮤지컬 배우가 내는 소리에 소름이 돋았다. 심플한 무대 장치는 한지로 장식해 한민족의 소박함이 잘 돋보였고 무대 조명을 이용한 인물의 심리 표현과 스토리 상의 분위기 표현은 적절했다. 무엇보다 절절한 노랫소리에 우리 겨레의 한(恨)이 느껴지고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고달픔에 눈물을 훔쳤다. 삶의 터전을 찾아 떠돌이 인생을 보내며 누군가는 안착하고 싶었고 누군가는 어쩔 수 없는 긴 여정을 끝없이 걸은 게 아니었을까? 


뮤지컬은 어린 송화랑 동호가 소리꾼 아버지 따라 전국 팔도를 유랑하는 내용으로 펼쳐진다. 소리판을 찾아 헤매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 내용을 다 보고 나면 그들이 걸었던 길이 결국 인생길과 마찬가지란 걸 알려 준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정착할 곳을 몰색한다. 삶의 끝자락에 다다르면 진정 목적지에 도달한 걸까? 길바닥에서 죽는 최후를 맞이하든 대저택에서 조용히 눈을 감든 아무런 후회 없이 한평생을 살아왔다고 할 수 있을까? 엄마 뱃속에서도 혼자였고 세상을 떠나는 날도 혼자 눈을 감는다. 우린 외로운 인생을 살면서 수없이 많은 밤을 보내며 소중하고도 하찮은 일들을 겪는다. 중요한 것은 제삼자가 본 나의 겉모습이 아니라 내가 진정 행복하고 자유를 만끽했는지가 아닐까? 


극 중에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지만, 나도 아들이라 그런지 동호라는 인물에 조금 더 동질감을 느꼈다. 부모님이 바라는 안전하고 평범한 직업은 끌리지 않는다. 서양 소리라도 그 속에서 흥분하며 옳은 길이라고 결단 짓는다. 득달같이 떠난다. 겉으로는 송화가 거역할 수 없는 운명(?)에 굴복하고 동호가 나름대로 자유분방한 인생을 살다 재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각자 외로운 시간 속에서 자유롭지 않았을까? 


“유랑하며 소리를 찾는 게 아니라 소리가 있으니 우리가 중심이다.”라는 유봉의 명대사(물론 작품 자체에 소름 돋는 대사와 연기, 노래, 무대 연출이 한둘이 아니다)를 인생 선배의 유언으로 오래 간직하고 싶다. 어딜 가든 어떤 일을 하든 나 자신을 잃지 말자는 격언. 아무리 힘들고 외롭고 앞날이 보이지 않아도 중심을 꿋꿋이 지켜낸다면 결국 온 세상이 나를 구심점으로 돌아가게 된 다는 것.


끝으로 뮤지컬 <서편제> 시놉시스를 소개하며 마무리하겠다. 서편제가 올해까지 판권 만료로 마지막 시즌이라고 하니 문화생활을 즐기고자 작품 컨택의 고민을 하고 계신다면 꼭 한번 관람하길 추천한다(참고로 9월 14일에 마지막 티켓 오픈이라 저는 3차 관람할 예정임). 


어린 송화는 의붓 남동생 동호와 함께 진정한 소리꾼의 길을 쫓는 아버지 유봉을 따라 유랑한다. 소리를 놀이 삼아, 친구 삼아 소리 길을 다니며 서로 마음을 나누는 송화와 동호. 그러나 동호는 아버지 유봉의 소리가 어머니를 죽였다고 생각하고 유봉에게 저항하고, 그를 증오하다 결국 자신의 소리를 찾아 떠난다. 하지만 송화는 아버지 곁에 남아 소리를 완성하고자 한다. 그러나 송화는 소리를 완성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동호 걱정에 소리를 포기하려 하고 그런 그녀의 소리를 위해 유봉은 송화의 두 눈을 멀게 한다. 50년 후, 각자의 소리 인생을 살던 송화와 동호는 다시 만나게 되는데…
                           뮤지컬 <서편제> 시놉시스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을 오감으로 느끼고서야 살아있음을 깨달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