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크가 없는 세상을 꿈꾸며
영화를 본다는 것은 아주 신비로운 경험입니다.
어두운 극장에서 화면이 나오고, 그 화면 속에는 현실과는 다른 세상이 펼쳐지지요.
우주를 누비고 지구의 운명을 건 전쟁도 하고, 감미로운 로맨스도 있고, 화끈한 액션도 있습니다.
큰 화면의 TV가 나오고 프로젝터로 집에서도 영화를 보지만, 극장이 주는 느낌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영화를 볼 때 조용히 봅니다. 뭘 먹지도 않으려고 합니다.
가능하면 장면 하나, 대사 하나를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폰을 켜서 보거나 앞자리를 발로 차고,
놀랍도록 큰 목소리로 대화하고 스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관크(觀C)라는 용어로 관객 크리티컬의 약자로 관람을 방해하는 각종 행위를 하는 사람을 지칭합니다. 지금은 극장 간지 오래돼서 기억이 가물하긴 합니다.
코로나가 풀리고, 영화산업이 기지개를 켜면 또다시 스멀스멀 올라올 걱정이긴 합니다.
지금은 개인의 성향을 존중하는 취향 경제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후에라도 영화산업이 활발히
재개될 때를 대비해서, 제가 지난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 커뮤니티 비프에서 운영했던 "쉿, 마이 매너 무비"가 다시 생각납니다. 타인에게 방해받고 싶지 않아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관람 캠페인이었는데요.
현재, 나이로만 구분하던 관객 분류에 더해서, 조용한 관람을 원하는 성향의 사람들에게만 상영관을 대여하자는 서비스였습니다. 이런 집순이, 집돌이 스타일의 사람들이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중요 수요자로 떠올랐습니다. 옆사람과 얘기하지도 않고, 폰도 보지 않으며, 음식도 먹지 않고 영화에만 집중하는 사람들. 지나친 엄숙 주의가 아닙니다. 이제는 매너를 넘어 본인과 타인의 안전(비말)을 위해서라도 이런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물론, 반대로 싱어롱 관람처럼 특정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관람방식도 필요합니다. 서로 각자의 취향은 존중받아야 하고,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경제도 이제는 나와야 하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뿐만 아니라 모든 공연 형식의 문화를 체험하는 것에는 공통적으로 적용될 거라 생각합니다. 동일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만 모은다면 영화 전 광고 등도 맞춤형으로 할 수 있고, 다양한 활용도가 나오지 않을까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