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04. 디자인 3대장
드디어 본론이다. 출발은 디자인프로세스였다. 현재 디자인에서 가장 많이, 흔히 사용되는 더블다이아몬드 프로세스. 그 외 비슷비슷한 저마다의 수많은 디자인방법론이 너무 어렵게 다가왔다. 그리고, 유튜브의 댓글 하나는 스스로도 개념정리를 못하고 있던 나를 움직이게 했다. 지금도 쏟아지는 각종 디자인 방법론의 홍수 속에서 왜 이렇게 비슷비슷한 방법론이 나오는가 하는 원초적 궁금증과 함께 디자인방법론, 디자인 방법, 디자인프로세스를 나름의 기준으로 명확하게 구분하고자 한다.
3대장은 서로 같은가, 다른가?
디자인방법론, 디자인 방법, 디자인프로세스는 서로 같은가? 설마 같을까? 우선 글자 수가 다르다. 방법론 과 방법은 ‘론’의 차이다. 프로세스는 영어다. 물론, 디자인이라는 단어도 영어다. 그래서, 일단 결론은 이렇다. 서로 같지 않고 다르다. 다르긴 한데 그게 의미 있는 정도의 큰 다름이지, 아니면 굳이 구분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작은 다름인지가 중요하지 않은가? 또한, 앞으로 만나게 될 수많은 분야의 디자인 영역을 바라보는 시선을 가지고자 한다.
목적을 부여했으니 우선 생김새를 뜯어보고자 한다.
앞의 두 단어의 차이는 ‘론(論)’이다. ‘말(言)’을 ‘생각(侖)‘으로 정리한다는 의미다. 생각으로 정리된 말은 이론이 된다. 즉, 뜻대로 해석한다면 디자인 방법에 대한 말들을 글로 축약해서 정리한 이론이라는 뜻이다.
앞서 살펴봤듯이 세상에는 수많은 디자인 분야가 있다. 그것들을 큰 틀의 5가지 기준으로 분류했고, 이를 통칭해서 (산업) 디자인이라고 정의한다. 이 때 가장 하위 카테고리인 무수히 많은 각각의 디자인 분야를 수행하는 방법이 개별화된 디자인 방법이다.
예를 들어 구체적으로 다이소 판매용 5,000원짜리 무선마우스를 들 수 있다. 분명히 10,000원짜리 마우스와는 별개의 제품이다. 아마 마우스의 카테고리만 해도 수십 종류, 아니 수백 종류도 있을 수 있다.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할 것이다. 자동차 디자인이라고 해도 일차적으로는 익스테리어 디자인과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구분한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갈수록 수많은 부분의 디자인이 필요하다. 익스테리어의 경우에도 헤드램프, 포그램프,턴시그널램프가 있고 범퍼와 휀더, 아웃사이드 미러, 프론트 그릴.. 이런 식으로 따지면 하나의 자동차 디자인은 수십, 수백 가지 디자인의 집합체다. 이런 수많은 구체적인 대상(자동차, 마우스, 회사 로고, 만두 포장지, 웹사이트, 복지정책 등)들을 디자인하기 위한 것이 ‘디자인 방법’이고, 이런 하위 대상들을 위한 디자인 방법들을 다시 상위개념으로 묶은 것을 ‘디자인방법론’이라고 한다. 카테고리가 특정 제품 하위 분류로 내려갈수록 구체적이고, 반대로 위로 올라갈수록 통합적 개념이 된다. 당연하다.
예를 들어서, 자동차 디자인 중에서 프론트그릴 디자인을 한다고 하자. 그 방법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1. 조사 분석
- OOO 제조사 OOO 모델 연식 OOO 모델 OOO 모델 시장 분석
(트렌드, 소비자 니즈, 경쟁차종 OOO 모델 디자인 등)
- OOO 모델 연식 OOO 모델 대상 및 경쟁차종(OOO 모델) 분석
(배기량, 브랜드, 포지셔닝 등)
2. 데이터 확보
- OOO 모델 연식 OOO 모델 3D 데이터 스캐닝
(장착 및 조립 부위 확인용 포인트 확보)
- OOO 모델 연식 OOO 모델 소비자 선호도 조사(샘플링) 및
전문가 의견 확보
3. RFP
- OOO 모델 연식 OOO 모델 목표설정
(원가, 품질, 재료, 후가공, 생산방식 등)
- OOO 모델 연식 OOO 모델 그릴 항목별 RFP 설정
(사용성 항목, 스타일링, 품질 등)
4. OOO 모델 연식 OOO 모델에 맞는 스타일링 & 모델링
5. OOO 모델 연식 OOO 모델 목업 제작 및 수정·보완
6. OOO 모델 연식 OOO 모델 금형 개발 및 시사출
7. OOO 모델 연식 OOO 모델 시험 장착 장착 및 (금형) 수정 &
후가공(샘플 제공 및 지그 제작)
8. OOO 모델 연식 OOO 모델 양산용 품질육성
9. OOO 모델 연식 OOO 모델 양산
위 과정은 자동차용 프론트 그릴을 협력업체에서 디자인한다고 했을 때의 디자인 방법이다. 나열은 시간순이다. 물론, 더욱 세부적으로 보면 훨씬 구체적인 단계가 많다. 큰 단계만 구분한 것이다. 이것은 5,000원짜리 다이소 마우스를 개발하는 것과는 당연히 다르다. 이것은 개별적이다. 대상자종에 장착하기 위한 3D데이터는 스캐닝해서 얻는다. 이 과정도 자세히 보면, 장착 방식이 볼트라면 볼트와 너트를 돌리는 횟수에 따라서 장착 포인트의 x, y, z 값이 달라진다. 마우스는 이런 과정이 필요 없다. 지극히 구체적인 단계다. 그리고, 이것은 협력업체의 개발 방식이다. 일반적인 것도 아니다. 서드파티 업체마다 꼭 이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필자가 경험했던 방법을 예시로 든 것이다.
그러나, 이 방식을 ‘자동차 프론트 그릴 디자인 방법론’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자동차 프론트 그릴은 차종마다, 제조 주체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OOO업체의 OOO 자동차 05년식 OOO모델 프런트 그릴 디자인 개발법“이라고 하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어떤가? 이렇게 보면 디자인 방법은 하늘의 별만큼 많다. 디자인 방법의 기준이 되는 것은 크게 보면 다음과 같다.
1. 디자인 주체
2. 디자인 대상(세부 분류까지 포함)
3. 디자인 모델 외
즉, 디자인 방법은 5음절 앞에 수많은 주체와 대상, 모델 등이 생략된 상태다. 생략한다는 것은 구체적이지 않고 통합적인 개념으로 말한다는 것이다. 위의 사례를 통합적으로 줄여보자. 구체적인 모델이나 연식 등 특정한 스펙이 빠진다.
1. 조사 분석
- 시장 분석
- 대상 및 경쟁차종 분석
2. 데이터 확보
- 3D 데이터 스캐닝
- 소비자 선호도 조사(샘플링) 및 전문가 의견 확보
3. RFP
- 목표설정(원가, 품질, 재료, 후가공, 생산방식 등)
- 그릴 항목별 RFP 설정(사용성 항목, 스타일링, 품질 등)
4. 스타일링 & 모델링
5. 목업 제작 및 수정·보완
6. 금형 개발 및 시사출
7. 시험 장착 장착 및 (금형) 수정 & 후가공(샘플 제공 및 지그 제작)
8. 양산용 품질육성
9. 양산
이 분야를 자동차용품 디자인 방법으로 더욱 축소해 보자. 주로 2, 3단계를 디자인 영역이다. 나머지는 개발이다. 이를 붙여서 디자인 개발이라 할 수 있다.
1. 차종 선정
2. 스타일링
3. 설계
4. 금형
5. 양산
위 단계를 벗어나는 자동차용품 디자인은 있을 수 없다. 이를 디자인 일반으로 확대한다면 이렇게 더욱 줄일 수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더블 다이아몬드는 사고방식인 확장(Divergent Thinking)과 수렴(Convergent Thinking)을 도식으로 나타낸 것이다.
디자인 방법론(Methodology)
디자인하기 위한 수많은 개별 방법을 통합한 개념이다. 디자인 방법론은 그 성격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구성론적 디자인 방법론(Compositional Design Methodology)과 절차론 점 방법론(Procedural Design Methodology)이 그것이다.
구성 관점 디자인방법론은 디자인을 구성하는 요인을 보는 관점이다. 심미성, 독창성, 합목적성과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디자인이 성립되기 위한 조건을 보는 것으로, 필자의 경우에는 심미성, 시각화, 실체화로 규정한다.
절차론 적 방법론은 개별적인 수많은 분야의 디자인 방법을 통합하여 직선적 시간순으로 정리한 것이다. 특징은 통합적이면서 보편적이어야 한다. 특정 디자인 분야의 디자인 방법론이 존재할 수 있으나 통합적 성격에서 규정되지 않으면 ‘온(論)’을 붙일 수 없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나, 실제 현업에서는 지나친 세분화로 인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디자인 방법(Method) = 디자인 프로세스(Process)
디자인하는 무수히 많은 개별 방법이다. 이것 역시 구성론적 관점과 절차론 적 관점이 모두 가능하다. 앞서 말한 디자인방법론처럼 디자인 방법의 지나친 세분화 역시 많은 사람의 혼란을 가중한다. 그리고, 실제로 특정 디자인 영역에 있어 공통 요소를 도출한다고 해도 결국 높은 상위개념으로 수렴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보자.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자동차를 디자인하는 모든 ‘자동차 디자인 방법’을 집대성해서 ‘자동차 디자인론’을 만든다고 하자. 무릇 자동차는 이런 공통된 방식을 따를 것이라는 전체를 해도 얼마 가지 않아 기술의 발전으로 해서 그 공통되고 통합적인 방식은 특정한 방식이 되고 만다. 전기로 구동하는 차가 나오면서 공통적이고 통합적이라고 생각하던 원동기 엔진과 관련 부품이 없는 차가 나오기 시작했다. 외형뿐만 아니라 실내 구성이나 운전 방식이나 소프트웨어도 차이가 나면서 통합적 디자인방법론이 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운행 방식뿐만 아니라, 더욱 다양한 부류가 생성될 수 있다. 다른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수많은 개별적 디자인 방법은 결국 통합적인 디자인방법론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은 아무리 디자인방법론이라는 말을 하더라도 곧 개별적인 예외 상황이 발생하면서 논리적으로 성립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불변하는 디자인방법론은 보편적이고 통합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친숙한 더블다이아몬드는 디자인방법론일까, 디자인 방법(디자인 프로세스)일까? 이것은 두 개의 성격을 모두 내포하고 있다. 더블다이아몬드를 방법론의 관점에서 본다면 사고를 하는 방식인 확장(Divergent Thinking)과 수렴(Convergent Thinking)으로 보기에 디자인방법론이 될 수 있다. 반면, 이를 시간의 흐름에 따른 단계별 관점에서 본다면 발견하기(Discover), 정의하기(Define), 발전하기(Develop), 전달하기(Deliver)의 순서로 볼 수 있기에 디자인 방법이나 디자인프로세스도 된다.
정리해 보자. 개념의 크기순으로 보면 “디자인방법론 > 디자인 방법(프로세스)”이다. 디자인 방법론과 디자인프로세스는 디자인 방법을 시간순으로 나타낸 것이어서 거의 유사한 개념이다. 방법은 시간적 개념을 내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