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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기연 Jan 22. 2024

디자인 프로세스에 대한 단상-10

ep 10. 전달하기(Deliver)가 가장 잘 공유되어야 한다.

더블 다이아몬드 프로세스의 마지막 단계는 전달하기(Deliver)이다. 당연히, 앞 단계인 발전하기(Develop) 단계에서 도출된 아이디어에 대해서 최대한 많은 의견을 수렴하여 최종적인 프로토타입으로 정리해서 전달하는 과정...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물론, 옳은 말이다. 그러나, 그것뿐일까? 단어 그대로만 해석한다면 마치 제삼자의 입장처럼 결과물을 고객에게 단순(?) 전달만 하는 단계로 보인다. 주로 하는 서비스디자인의 경우에는 실제 구현(양산)되기 전에 품질 및 RFP를 최종측정해서 파이로트 화한다는 개념이다. 가장 주요한 개념은 바로 프로토타입이라는 것이다. 


프로토타입(Prototype).

이 단어는 양산을 위한 최종단계를 의미한다. 거의 RFP는 양산에 준한다는 것이다. 자체적인 목표품질에도 출고가 가능할 수준으로 정리되었으며, 시장에 나가서 고객을 필드에서 만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종류의 디자인 결과물이 그렇듯이 필드로 나가면 생각하지 못했던 사례를 만나게 된다. 그런 시장에서 고객의 반응과 시장의 평가 등은 디자인 결과물에 대한 새로운 품질육성의 기초가 된다. 적어도 시장의 평가에는 클라이언트의 결과물(제품 혹은 서비스)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경쟁자(사)의 디자인도 여럿 있을 것이고, 또한 시장상황 및 트렌드, 소비자나 고객의 트렌드 등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오로지 디자인으로만 승부하는 것이 아닌 만큼 예상되는 결과, 예상 못한 결과 등이 뒤섞이게 된다. 어려운 일이다. 최소한 시장에 출시되기 전에 할 수 있는 최대 평가를 거쳐야 한다. 이때 다시 RFP와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 과정은 최초 레벨 맞추기(Leveling)에서 감정을 배제하고(전적은 아니다), 정량적인 조건과 수준을 맞추는 것과는 반대로 정서를 나눠야 한다. 완전 우리와는 반대되는 서구의 마인드셋이라 할 수 있다. 이 과정은 얼핏 보면 감정 없이(?) 디자인 결과물을 시장에 선보이는 느낌의 "전달하기(Deliver)"라고 쓰여있지만, 모든 이해관계자가 두근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마치, 아이가 어느덧 커서 어린이집에 첫 등원하는 것처럼, 긴장되고 걱정되고 디자인 의도대로, 계획 및 RFP대로 시장에서 잘 통할까 하는 마음인 것이다. 그래서, 이 단계를 개인적으로는 "전달하기(Deliver)"보다는 "공유하기(Share)"라고 불렀으면 한다. 디자인 결과물은 살아있는 유기체는 아니지만, 디자이너나 프로젝트 이해관계자들에게는 생명체나 다름없다. 특히, 제품디자인처럼 출시까지 소유되는 예산의 규모가 큰 프로젝트는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등에게는 생존의 어젠다를 가지고 있다. 단순히 RFP와 비교해서 달성도를 퍼센티지(%)로만 따져서 숫자로 치환하는 개념은 아닌 것이다. 


또한, 이런 감성적인 부분이 포함되는 단계는 그에 못지않은 냉철한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다. 주로, 소프트웨어나 애플리케이션, 웹사이트 등에서는 사용성테스트라는 형식으로 작동품질을 평가하기도 한다. 제품디자인은 목업을 통한 1차 사용성테스트를 거치지만, 의미가 크게 없다. 실제 금형을 통해 개발된 양산품 프로토타입이라야 진정한 의미의 사용성을 테스트할 수 있다. 여기에서 주요한 사용군으로 설정된 실험군을 샘플링해서 초기 설정한 RFP의 달성 정도를 분석한다. 여기에는 t-test나 ANOVA 같은 상관분석 기법이 사용된다. 최종단계에서 행해지는 데이터 수집활동의 주요한 포커스는 여기에서 행해진다. 자칫 초기 RFP의 수준에 못 미친다면 차라리 이것을 보완하고 시장에 조금 늦게 출시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이런 피드백 활동은 필드에서 아주 흔하게 행해진다. 근래에는 컴퓨터와 소프트웨어의 발달로 이런 상황을 미리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어서 아주 편리하다. 그러나, 최종 마무리는 아직까지 사람의 손을 거치고, 직접 실험군의 관찰 및 인터뷰 등을 통해 도출해야 한다. 다만, 이런 전통적인 전달하기(Deliver) 과정에서 서비스블루프린트나 시나리오 기법은 어떤 디자인 분야를 막론하고 아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평가한다. 정책이나 제도, 시스템 같은 분야에서는 서비스블루프린트, 제품이나 상품영역에서는 시나리오기법이 고객의 행동경험을 미리 판단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효과적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어디까지나 디자이너 개인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 이 말은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말이다. 사용성테스트와 시나리오기법은 함께 가야 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오픈마켓의 고객평가도 별점을 이용해서 리커트 방식의 평점시스템을 운영한다. 항상 긍정적인 피드백만 존재하는 시나리오 기법은 안 하느니만 못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도 초기 정의하기(Define) 단계처럼 평가와 판단을 내려야 한다. 정해진 프로젝트 기간에서 최대한 효율적인 마무리를 해야 하지만, 언제나 생각만큼 일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프로젝트 기간 내내 가이드가 되는 기준이 필요하고, 매 단계마다 조사하기(Discover) 행위가 필요하다. 또한, 평가나 판단의 기준이 되는 정량적 RFP는 일정 수준만 되는 보통의 전문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핵심적인 정성적 기준에 대한 평가는 높은 수준의 전문가의 인사이트(Insight)가 필요하다. 그 판단을 위해서 디자이너의 역량에만 매달리는 것은 위험하다. 또한, 수많은 이해관계자의 말을 모두 수렴하는 것 역시 좋은 판단은 아니다. 


명확한 기준과 믿을 수 있는 데이터. 

이 두 가지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살펴본 디자인프로세는 서양에서 들여온 형태, 문자 그대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우리 문화와 상황에 맞게 고쳐 쓰는 게 어떨까 한다. 물론, 방법론(Methogology)과 방법(Method)은 명확하게 구분해서 혼용하지 말고 사용해야 한다. 더블다이아몬드 프로세스는 방법론이다. 어떤 디자인 분야이든, 혹은 디자인이 아닌 다양한 분야에도 통용되는 과정이다. 누군가 이를 특정 디자인분야 혹은 다른 과정에 특화해서 방법(Meohod)으로 사용해도 무난하다. 어차피 사고의 형태를 확산과 수렴의 개념으로 나눈 것이어서 의견을 수렴해 나가는 일반적인 과정으로 볼 때 그렇다는 것이다. 


결국 디자인이라는 행위(Activity)는 크게 볼 때 특정한 문제를 디자인 관점에서 해결한다는 것이다. 다른 관점도 물론 무수히 존재한다. 우리는 특히, 디자인이라는 도구를 사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데, 사전 여러 활동인 레벨을 맞추고, 조사하고, 정의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구체화하는 과정에 시각화 능력을 가장 잘 활용하는 산업분류인 것이다. 그래서, 모든 디자인 활동은 대동소이하다. 1,000원짜리 볼펜을 만드는 것부터 우주선을 만드는 것까지 거의 대부분 인간의 활동이 여기에 포함된다. 누군가는 디자인만의 독특한 프로세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은 오해다. 많은 부분에서 인간은 이런 사고과정을 거쳐서 의사결정을 한다. 


우리는 문명화된 사회에서 살고 있다. 너무 많은 가치들이 있고, 우리는 그 속에서 수많은 의사결정의 단계를 만난다. 사소한 점심메뉴부터 전문적인 디자인 개발까지 그렇다. 특히, 직업적 활동영역인 디자인에서 경험 많은 베테랑들은 자칫 길을 잃지 않기 위한 방향과 위치를 알기 위해, 경험이 아직 부족한 주니어들은 다음 단계와 지난 단계를 기억하기 위해 프로세스를 활용한다. 시간의 흐름이라는 큰 전제하에 프로세스는 존재한다. 프로세스는 방법론이기도 하고 방법이기도 하다. 끊임없는 사고의 반복과 의사결정을 위해 프로세스를 활용하고 큰 틀의 방법론이 작은 틀의 변화무쌍한 방법을 만날 때 가장 효율적일 수 있어야 한다. 


모든 디자인방법이나 프로세스는 마치 다중우주(Multiverse)와 같다. 같은 디자인분야라고 해도 온전히 동일한 프로세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큰 틀인 방법론의 틀에서 수많은 경우의 수에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바이블처럼 프로세스나 방법을 신봉하는 것은 옳지 않다. 더군다나, 각 단계를 게임퀘스트처럼 뒷 단계를 위한 해결의 대상으로 보는 것 역시 우려스럽다. 우리는 방법론이나 방법 자체를 잘 따라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디자인을 잘하는 것이 최고 목적이다. 잘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어떻게 평가되는가? 이건 어느 정도 잘 한 디자인인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것의 기준이 RFP에만 존재하는가 하는 사상은 주관적이다. 그러나, 모든 도착점은 하나로 귀결된다. 굿디자인.






전달하기(Deliver)에는 공유하기(Share)의 감정을 녹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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