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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기연 Jan 16. 2024

디자인 프로세스에 대한 단상-9

ep 09. 발전하기(Develop)는 RFP를 기준으로 한다.

이제야(?) 디자인다운 행위를 하는 단계가 되었다. 이른바, 아트워크.

수많은 조사와 분석을 통한 콘셉트가 결정되고 나면, 그동안 근질근질했던 본격적인 디자인 작업을 시행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본격적인 디자이너로서의 발산능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이것 하나를 명심한 상태에서 출발해야 자원의 낭비가 없다. 잠시만 기다리자.


RFP.

RFP는 초기 레벨 맞추기(Leveling)에서 조율하고, 정의하기(Define)에서 확정했던 콘셉트의 MECE한 세부내역이다. 이것이 본 프로젝트가 나아가고자 하는 전략의 구체적 전술목록이 되겠다. 그래야, 이후 전달하기(Deliver) 단계에서 제작되는 프로토타입에 대한 정량적 검증을 할 수 있다. 명확한 기준이 된다. 물론, 디자인을 하는 입장에서는 어떤 디자인이 최선이 될지 모르는 입장에서는 초조할 수 있다. 그래서, 이 단계에서 이른바 물량공세를 퍼붓기도 한다. 초기 시안단계에서 최종 디자인에 이르는 과정은 물론 가능성을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클라이언트에게 PT 혹은 회의를 통해서, 초기 디자인 시안을 공유하는 과정이 있다. 이 과정은 디자이너의 입장에서는 본인(회사)의 능력을 최초로 공개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되기 때문에 엄청난 부담감이 존재한다. 어떤 이는 노력의 결과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시안을 보여주는 것을 선호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서로 다른 100개의 디자인 시안을 만들 수 없다. 물론, 디자인 영역에 따라서 디자인 시안 하나를 만들어내는데 소요되는 물리적 투자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너무 많은 디자인 시안을 만든다는 것은 오히려 자신감의 결여 같다는 생각은 든다. 디자이너 혹은 핵심 이해관계자들 간 아이디어 발산과정에서는 물론 숱한 시안이나 생각들이 도출된다. 이것을 하나하나 제시가능한 수준의 아이디어로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디자이너들이 밤샘작업을 밥 먹듯이 한다는 것은 대부분 이런 단계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유사한 시안들의 숫자를 늘리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지만, 그만큼 가치는 떨어진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디자이너라는 전문가 역할은 클라이언트를 대신해서 고민하고 결정해 주는 것이라 본다. 아이디어를 제시하기까지 검토되거나 발산된 전체 내용을 보여주는 것은 좋지만, 보여주기 위해서 수많은 디자인 시안을 만드는 것에는 반대한다. 나쁘게 본다면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일 수 있다. 디자인에 대한 고민은 클라이언트가 하는 것보다 디자이너가 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단계 별 선택을 위한 판단 역시 그렇다. 그 역할을 전문가인 디자이너가 하는 것이다. 마치 의학적 고민과 판단을 전문 의료진에게 맡기는 것과 같다. 다른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라고 본다. 


아무튼, 이 단계에서는 폭발적인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와야 한다. 이것은 수많은 리서치를 통한 데이터 확보, 통찰력 등이 베이스가 된다. 거기에 쌓여온 경험도 큰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아예 새로운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본질적으로는 가치와 데이터들이 서로 다른 형태로 조합되면서, 새로운 형태가 되고 이것을 디자이너가 다듬고 보완하면서, 영감과 존재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또 하나의 기준이 있다면 디자이너가 모든 삼라만상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모든 프로젝트는 그에 맞는 한정된 자원 속에서만 존재한다. 딸기 패키지디자인을 하더라도, 명확한 고객과 시장, 제품기획이 존재한다. 길거리 노점에서 판매하는 딸기와 백화점 고급매점용은 그 쓰임새가 다르다. 물론, 전체 상품기획이 프로젝트의 주요 과제라면 거기에 맞는 등급구분을 통해 RFP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이것이 개발초기원형인 프로토타입이 나왔을 때 제대로 개발되었는지 검증하는 정량적 기준이 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제한된 조건 내에서 아이디어를 발산한다는 것은 전혀 제약이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하는 것에 비할 수 없이 어렵다. 그 어려운 일이 디자이너의 몫이다. 




"제한된 RFP조건에서 최대한 아이디어를 발휘하고 그 결과에는 자신감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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