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디자인이 어렵다고 느껴지는 것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됩니다.
디자인 전공 여부와는 큰 상관없이, 정리를 잘 못하는 사람과 기존 디자인 방식에 너무 익숙해져 있는 사람 입니라고 생각합니다. 같이 한 번 생각해볼까요?
반대로 정리를 잘하는 수렴형 디자이너들은 본능적으로 그룹핑을 잘합니다. 이것은 디자인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잘 드러날 거라 생각합니다. 약속시간이나 스케줄 관리 등도 잘 표현되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컴퓨터 파일 정리입니다. 본인만의 업무 스타일이 존재하겠지만, (맥은 조금 UI가 다르지만) 컴퓨터 바탕화면에 별다른 기준 없이 파일을 생성되는 대로 놔두는 타입입니다. 이와는 달리, 컴퓨터 파일이나 폴더명도 날짜나 프로젝트 등에 맞는 기준으로 정리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마 책상 주변도 마찬가지로 깔끔할 겁니다.
서비스디자인은 정성적인 개념이 많고, 조사나 진행을 하다 보면 다양한 이슈가 많이 도출됩니다. 딱히 명쾌하게 떨어지는 데이터가 아닌 경우가 많아서, 이를 체계적으로 그때그때 잘 정리해놓지 못하면 머릿속의 자료나 생각들은 뒤죽박죽 되기 쉽습니다. 또한, 중복되거나 모호한 개념들은 컴퓨터 파일이나 종이로 된 물리적인 자료와 수많은(?) 포스트잇까지 뒤엉킨다면 그야말로, Wicked Problem이 여기 있게 됩니다. Affinity Diagram의 첫출발은 서비스디자이너의 책상에서부터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 부류는 기성세대일 가능성이 높겠지요. 대충 서비스디자인에 대해 듣거나 찾아보면 딱히 별도로 배우거나 익히지 않아도 될 것 같이 보입니다. 대부분 해오던 디자인 방식이나 프로세스와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나중에라도 서비스디자인을 하게 될 일이 발생할 때 잠깐 들여다보면 될 것 같은 생각입니다. 그런데, 막상 서비스디자인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애매해지는 겁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확신이 안 서는 거지요. 그렇게 잠깐 고심하다가는 마음에서 멀어지게 해 버립니다. 머리로는 받아들여지지만, 마음에서는 굳게 문을 닫아버립니다. 그리고는 애써, '서비스디자인은 실체가 모호해. 기존에 하던 거랑 뭐가 달라. 나도 충분히 수요자 중심으로 디자인하고 있다고' 정도가 아닐까요.
제가 생각하기에 서비스디자인은 전통적인 디자인 분야라고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물론, 서비스를 디자인한다는 개념에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많은 디자인 분야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베이스 사고 같습니다. 마치 밀가루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밀가루로 할 수 있는 요리는 매우 많습니다. 종류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킬을 가진 전문 요리사부터 가정주부, 자취생에 이르는 다양한 사람뿐 아니라 개인, 식당, 기업 등에 이르기까지 활용하는 주체는 너무 다양합니다.
디자인 분야 역시 산업디자인 진흥법으로 구분된 분야뿐만 아니라 너무도 많은 곳에서 '~디자인'이라는 표현이 보통명사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제품, 시각, 환경, 포장뿐만 아니라 건축, 패션, 디지털, 게임 등 수를 헤아릴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서비스디자인은 이들 중 하나(one of them)가 아니라, 이 모든 디자인 분야의 근간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식재료인 밀가루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합니다. 제품은 제품대로, 포장은 포장대로, 아이덴티티는 그 목적에 부합하는 기본적이고 궁극적인 사고로 "서비스디자인"을 활용해야 합니다.
그것이 디자인으로 보면 제품으로, 포장으로, 아이덴티티로, 환경으로 진행될 것이고 행정과 만나면 정책으로 태어날 것입니다. 밀가루가 라면으로, 수제비로, 짜장면으로도 변신하고 일류 요리사에게서는 최고의 만찬으로, 자취생에게는 고마운 한 끼로, 기업에게는 엄청난 비즈니스 기회의 원천으로 활용 가능합니다.
여러분은 서비스디자인을 어떻게 요리하실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