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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기연 May 20. 2024

비콘 그라운드, 기본으로 돌아가자

Turn to Basic, 사람이 오고 싶은 공간으로

비콘그라운드는 지난 2011년 11월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도심 속 유휴부지를 새롭게 바꾸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졌다. 국비와 시비가 약 90억원이 들어갔고, 운영비로 약 29억원이 사용됐다. 매 해 약 8억원이 운영자금으로 투입되고 있다. 블록 형태로 만들어진 이곳은 단일 콘테이너를 활용한 공간으로는 전국 최대 규모로 사람과 지역, 예술과 연결, 경제, 문화, 청년 등 그야말로 다양한 콘텐츠를 복합적으로 구성하고 실현하기 위한 공간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이런 초기 기대와는 달리 현재는 그야말로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 이르고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활성화 아이디어 및 시도가 이어졌다. 물론, 코로나라고 하는 돌발변수가 있었지만 운영기관 및 전문가들이 기획한 계획은 거의 물거품이 되고 있다. 이에 지자체와 언론, 이해관계자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활성화를 위한 연구용역이나 시민 아이디어 수집도 하고 있으나, 다시 한 번 원래 기획에 걸맞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지는 계속 의문이다.      


위탁관리기관의 문제일까, 콘텐츠의 문제일까, 여러 산적한 문제들이 켜켜이 쌓여 있어 총체적 부실상태에 놓여 있는 것은 확실하다. 더군다나 공공기관 통폐합으로 관리기관이 기존 시설관리공단으로 바뀌면서 혼선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시의회 김형철 의원(국민의 힘, 연제구2)는 골든타임의 중요성을 지난 2023년 제 314회 부산시의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피력했다. 공감한다. 비콘그라운드의 시도는 단순히 부산의 도시재생 사업의 실패가 아니라, 로컬 활성화의 중요한 지표가 된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거시적 환경 속에서 외부 에너지의 강력한 개입이 없으면 미시적 무질서는 증가하며, 방향은 비가역적이다. 우주의 질서가 그렇고, 도심 속 비콘그라운드 역시 그렇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에 대한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 디자인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서 작용한다. 근래,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경험 디자인은 공공영역에서도 범위를 넓히고 있다. 공공서비스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문제정의’이다. 여기에서는 일반적인 문제가 아닌,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문제가 명확하게 정의되면, 다양한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그래야 해결을 위한 가이드와 방향이 명확해진다. 


문제해결 방식은 크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나뉠 수 있겠으나, 근본적인 문제, 즉 비콘그라운드의 존재이유를 알아야 한다. 복합생활문화 공간이라는 것은 존재와 콘텐츠들의 합을 통해 드러나는 최종 이미지다. 기초가 튼튼하면 어떤 콘텐츠가 오더라도 상관없다. 복합이라는 말 자체는 다양한 콘텐츠의 어우러짐이다. 활성화를 위한 아이디어로 이런 콘텐츠, 저런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모래로 성을 쌓는 것과도 같다.     


비콘 그라운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우선 사람이 와야 한다. 콘텐츠가 사람을 유인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콘텐츠가 아니더라도 유인할 수 있는 요인이 필요하다. 사람이 올 명분만 있다면 콘텐츠는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다. 


비콘그라운드는 태생 상 약점을 가지고 있다. 소음과 분진. 이 두 가지를 배제하고는 어떤 콘텐츠도 사람을 끌어들일 수 없다. 근래에 다시 불거진 미세먼지 이슈나 기후변화로 인한 하절기 온도상승의 문제는 사람을 유인하기 위한 어떤 공간이라고 해도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비콘 그라운드라면 어떨까?     


비콘그라운드는 도심 속에서도 소음과 분진에 열악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 실제로 현장을 방문해 보면, 콘텐츠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의 문제가 더욱 크다는 것을 실감할수 있다. 이 현상을 역발상으로 진행해 보면 어떨까. 한 번 상상해 보자. 수영구 망미동 로터리는 수많은 차로 인해 환경은 좋을 수 없지만, 반대로 너무 좋은 공간이라면?     


주민들이 벽이라고 부르는 비콘 그라운드 공간으로 들어가면, 그 안은 연중 적절한 온도와 숲 속에 있는 것 같은 상쾌한 공기, 외부와 차단된 조용한 백색 소음만 존재하는 마치 뉴욕의 센트럴 파크같은 곳이 되는 것이다. 상상해보자. 만약 그런 곳이 된다면 삭막한 도심에서 힐링을 하고 싶은 사람이 시간을 들여서 교외까지 갈 필요도 없다. 비콘 그라운드 공간속으로만 들어가면 해결된다. 공기 좋고, 상쾌한 온도에 생각보다 시끄럽지 않은 공간이라면, 별다른 목적 없이도 이 곳 방문을 할 명분이 생긴다.      


아이와 함께 가족이 오고, 연인의 데이트 공간이 되기도 한다. 문화를 즐기고 쇼핑을 하고, 모임을 하기 위한 공간으로의 매력이 생긴다. 한 마디로 갈만한 명분이 생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폐쇄형 공간이 되어야 하지만, 벽은 강화유리로 마감해서 안이 들여다 보이게 해서 전시효과도 노릴 수 있다. 입구에서는 에어샤워를 한 후 들어가게 하고, 실내온도를 조절하는 에어컨디셔너와 공기정화를 지속적으로 하기 위한 대형설비는 24시간 가동되고, 보조로는 공기정화 식물을 갖춘 도심 속 정원도 된다. 상부 수영교의 교통소음은 방음제 및 백색소음으로 막는다. 이런 시도가 비콘 그라운드에서 실현되거나 최소 테스트베드로 시험할 수 있어서 눈에 보이는 정량적인 결과로 입증할 수 있다면, 비콘 그라운드는 벽이 아닌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광장으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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