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에 우선 충실하자
가끔 심사를 하는 상황이 생긴다.
보통, 1차 서류평가는 큰 결격사유가 없으면 통과된다. 진검승부는 2차 발표평가에서 결정된다.
가격입찰 등 통상 10% 이내에서 결정되는 사안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발표평가다. 이런 발표평가를 너무 무겁게 혹은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만 충실해도 입찰경쟁에서 승리자가 된다. 하나씩 갖춰야 할 사안을 생각해 보자.
1. 사업에 대한 이해
보통 가장 먼저 나오는 평가영역이다. 공고문이나 RFP에 나와 있으니, 이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통상 공고문에 나와 있는 내용을 반복하는 제안사들이 많다. 눈에 띄는 우수한 제안사는 기본적으로 제시된 사업에 대한 이해를 넘어 확대를 한다. 미리 발주기관의 이후 사업이나 연계되는 방향에 이르는데 도움이 되는 내용을 포함한다. 당연히,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출발하는 계기가 된다. 잊지 말자.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다.
2. 평가항목 순서대로 배치
하고 싶은 말이 많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평가자(심사위원)의 점수표는 정해져 있다. 발표평가를 하는 제안사는 이 순서대로 해야 한다. 의외로 많은 제안사가 이 순서를 지키지 않는다. 하고 싶은 얘기를 하고 싶은 순서대로 말한다. 누구도 간섭하지 않지만, 결과는 낮은 점수로 나타난다. 설사, 발표내용이 우수하다고 해도 평가는 순서대로 진행된다. 왔다 갔다 하면서 하는 평가는 제대로 진행되거나 적절한 평가를 받기 어렵다.
3. 배점이 많은 순서대로
모든 발표항목에 힘을 준 수는 없다. 강조해야 할 부분과 힘을 빼야 할 부분, 즉 강약조절이 필요하다. 보통은 배점이 높은 항목이 기술 수준, 설비, 인력, 이력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자사 소개에 너무 힘들이지 말라는 얘기다. 보통은 제안사를 숨기는 블라인드 발표를 하지만, 회사명 정도만 말하지 않으면 자기소개에 너무 많은 배정을 하지 말아야 한다. 주로 배점이 높은 항목에 힘을 주자. 그러나, 여기서도 명심할 사항이 있다. 제안에 참여하는 회사들은 크게 다르지 않고, 비슷비슷할 경우가 많다. 즉 변별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4. 낮은 배점에서는 무조건 최고 점수
일반적으로 낮은 배점을 가진 항목이 있다. 관리나 AS, 유지보수에 관한 항목인데 대부분의 사업이 서로 유사하다. 그러다 보니, 이 부분을 의외로 소홀히 다루는 제안사들이 많다. 이 부분은 변별력이 없는 만큼 조금만 페이지 내 내용을 충실히 하면 항상 만점을 받을 수 있다. 기억하자, 항상 당락은 1~2점 내에서 결정된다.
5. 킬러 콘텐츠나 기술 확보
제안사들의 내용이나 수준이 비슷할 때는 참 곤란하다. 딱히, 누구 하나가 도드라지게 뛰어나지 않다면 승부는 킬러 콘텐츠에서 발생한다. 예전에는 추가제안이라고 해서 덤으로 이런 것을 하겠다는 점이 강조되었으니, 근래에는 주어진 RFP 내에서 확실한 콘텐츠를 가지는 것이 좋다. 모든 콘텐츠를 동일한 비율로 강조하지 말고, 주가 되는 것과 부가되는 것을 나누는 것이 좋다. 이때, 강조하는 주요 킬러 콘텐츠는 제안사가 이전에 수행한 경험과 호평을 받은 이력 혹은 보유 중인 특화된 기술을 강조하면 좋다.
6. 제안서 페이지 구성은 빈틈없이
여백의 미를 살릴 수 있는 것은 대가들 뿐이다. 우리 보통의 사람들은 여백을 남기면 잘해야 본전이다. 그 말은 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백은 남은 곳 없이 꽉 채우자. 글자가 안 들어간다면 그림이나 배경도 좋다. 그렇다고 해서 발표자료를 일반 서류자료처럼 글자를 빼곡히 쓰라는 것이 아니다. 글보다는 도식, 그림이 훨씬 내용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나다.
7. 목소리나 말투는 편안하고 겸손하게
발표자는 정해진 시간 내에 많은 일을 해야 한다. 물론, 해당 분야에서는 전문가일 것이다. 그러나, 심사를 하는 사람들 역시 발표자 못지않은 전문가다. 단지, 역할이 서로 바뀌어서 누구는 발표를 하고 누구는 심사를 할 뿐이다. 그래서, 상호 존중해야 한다. 설사, 의견차이가 있더라도 정해진 발표시간 중에는 제안사와 심사위원은 서로 전문영역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특히, 제안사 발표자는 편안하고 겸손하게 발표해야 한다. 편안하지 못하고 긴장된 말투와 진행은 자칫 전문성이나 자신감에도 오해를 받을 수 있음을 명심하자.
8. 질의응답시간의 활용
보통 마지막 질의응답시간은 자투리 시간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시간은 미처 발표하지 못한 내용이나 다소 미흡했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다시 강조할 수 있다. 자칫 심사위원들에게서 받은 질문이 생각한 것과 다르다 해도 정확하고 선명하게 대답하고, 추가로 강조하고 싶은 것을 다시 말하자.
9. 적절한 시간배분
발표시간이 15분이라고 하면, 앞에 필요 없는 자기소개나 인사 등으로 1분 이상을 허비하기도 한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 중 강조해야 할 부분과 간단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을 서로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전문 성우나 아나운서처럼 감정의 강약을 조정하라는 것이 아니다. 정해진 발표시간에는 기승전결이 있어야 한다. 강조나 변화가 없는 발표시간은 심사위원들에게는 따분함을 주고, 발표자와 다르게 서류를 보게 만들 수 있다.
10. 연습, 또 연습
평소 언변이 좋은 사람들은 별도의 연습이 없어도 말을 잘할 수 있다. 그러나, 정해진 시간에 해야 하는 발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위의 9번처럼 정해진 시간 내에 하는 발표는 강약, 배분, 강조 등 다양한 부분에서 신경 써야 하는 영역이 많다. 말을 빠르게 막힘없이 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내용에 대해 경쟁사와의 차별요소를 드러내면서,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 실제로 많은 제안사의 발표를 접하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발표자가 여러 번의 연습을 했는지, 혹은 임기응변으로 말하는지가 구분된다는 것이다.
발표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요소 10가지를 살펴봤다.
물론,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제안사의 능력과 준비, 성실한 태도 등일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갖췄어도 겉으로 드러나는 형식을 그에 맞게 준비하지 못한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철저하게 파악된 사업의 이해와 제안사의 능력, 의지를 효과적으로 드러내서 정당한 승부가 된다면 혹시 사업에 떨어지더라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제안서를 작성할 때마다 더욱더 성장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