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기연 Jul 11. 2024

디자인과 생성형 AI

난리다, 난리

디자인은 AI로부터 당분간은 안전한 영역일 거라 예상했다. 창의적 영역에 대한 나이브한 생각은 인공지능의 발전에 가장 먼저 타기팅이 되었다. 현재, 챗GPT를 포함한 다양한 LLM기반 생성형 AI들은 디자인계를 폭격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이미지, 영상 등 시각화된 결과를 만들어내는 AI의 약진은 눈부시다. 이걸 이렇게나 쉽게 만들어낸다고? 몇 마디 프롬프트가 생성해 내는 결과물은 놀라운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물론, 쇼잉용 결과물은 마치 가전제품 매장에서 또렷한 화질을 뿜어내는 대형 TV와 비슷할 것이다. 


그러나, 이른바 창의적 영역에 종사하던 디자인과 예술, 혹은 그 언저리 어딘가에서 일하던 사람들의 충격은 수습불가할 정도다. 부랴부랴 이미지 생성형 AI를 찾아보고, 프롬프트를 공유하고 여기저기 자료를 찾고, 사례를 찾기에 급한 마음을 숨길 수 없다. 이름 있는 연사나 글로벌한 기업의 활용사례를 보고 애써 감탄하고 불안해하고 있다. 유튜브를 보면서 알고리즘에 따라 리스트업 되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새로운 AI툴의 신기함에 감탄사와 걱정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중 좋은 흐름이라고 본다면 디자인의 본질에  대해 말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진다는 점이다. 궁극의 도구나 방법이 발전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여기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전체주의처럼 주류의 목소리에 반하는 의견이 배척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실 지금의 디자인은 너무나 많은 활용분야와 변형된 형태, 방식 등으로 인해 획일화된 정의를 내리기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디자인을 직업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은 이런 춘추전국 시대에는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할 것이다. 예전부터 필자도 들어오던 극단적인 비유는 수그러들지 않는 듯하다. 디자인은 그림만 그리거나, 겉만 예쁘게만 포장하는 것이  니라 본질적으로 수요자 입장에서 문제를 공감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왜 이렇게 극단적일까?


그 누구도 이 시대에 디자인을 '그림'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어느 클라이언트나 일반 대중이 디자인.. 그거 그냥 그림 그리는 거 아니에요?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아무리 문외한이라도, 아니 스스로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도 적어도 겉으로는 절. 대.로 그렇게 표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이 표현을 쓰는 사람의 대부분은 디자이너 들일 것이다. 코리끼를 생각하지 마라고 하면 코끼리가 생각나지 않겠는가? 당연히 현대의 디자인은 그 대상이 산업문제 영역에 속하든, 사회문제 영역에 속하든 단계 별로 문제에 접근하고 가동가능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서 창의성을 부여한 후 이를 실체화해낸다. 겉만 예쁘게 포장한다는 극단적인 개념 역시도 디자이너들이 주로 쓰는 표현이다. 지금 세상에 학부 1학년생들도 하지 않을 생각을 디자이너들이 하는 하다. 혹시, 일부 몰지각한 클라이언트들이 그런 표현을 할 수 있다. 그게 어때서? 세상에 더 많은 서비스 직종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상상을 뛰어넘는 고객들을 매일 대하고 있다. 클라이언트의 의식이 혹시 그렇다면 스스로 증명해 보이고, 설명하고, 설득하고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그걸 그대로 옮겨올 것이 아니라.


모든 디자인 과정은 아름답지 않다. 계획대로 아름답게 진행되는 케이스는 찾아보기 힘들다. 결과가 아름답게 나오더라도 시장에서의 경쟁은 또 다른 얘기다. 그 험난한 과정을 거쳐서 나온 디자인의 결과물은 디자이너의 손을 떠난다. 이후에는 시장에서 소비자나 경쟁자들에게 노출되면서 승부를 가르게 된다. 산업문제 영역의 디자인 결과물이라면 판매나 매출 등이고, 사회문제 영역이라면 정책이나 서비스 등의 경험일 것이다. 실체화된 디자인 결과물은 물질적이거나 비물질적이거나 아름다워야 한다. 물론, 정해진 기준과 조건 내에서 그렇다. 외형이나 구조를 실체화할 때 아름답지 못하다면 사용자나 소비자 선택의 후보도 안될 가능성이 크다. 제 아무리 문제를 잘 공감하고 이해한다고 해도 이를 시각적으로,  체감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시각을 잡아야 한다. 그게 되어야 본격적인 본선에 가게 된다. 예선이 없이는 본선이 없다. 


다양한 AI의 기능과 가능성으로 디자이너들은 직업이 뺏긴다고 생각하지 말고, 시간여유가 생긴다고 보면 어떨까? 보다 더 깊은 생각과 사고를 할 시간이 더 보장되고, 단순한 아트워크나 변별력 없는 단계는 줄어든다고 봐야 한다. 컴퓨터와 소프트웨어가 발전하고 새로운 장비가 출시되어서 나타난 결과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디자인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시대가 되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디자인을 배운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