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사고의 출발점
디자인은 혁신적이어야 한다.
혁신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디자인은 어느 정도 혁신적이어야 하나? 이 문제는 아주 현실적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디자인은 그다지 혁신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아무것도 없는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하는 디자인은 흔치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디자인적 사고는 혁신적이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혁신은 새로운 시선과 기준이 전제된다.
기존의 틀(Frame)은 그대로 두고, 부분의 개선 정도로 그쳐도 괜찮다. 어차피 모든 실제 프로젝트에서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이나 조건은 한정적이다. 그러나 사고의 틀은 그래서는 안된다. 아이디어를 내는 데는 한계가 없다. 그리고, 의외로 한정된 조건에서 진행하는 디자인에서도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채택되기도 한다. 이런 아이디어는 무에서 창조되지 않는다. 가장 기초는 존재하는 두 개의 아이디어가 이어지면서 시작된다.
변화, 큰 변화를 넘어서면 혁신이 된다.
혁신을 하려면 기존의 체제를 완전히 바꿔서 생각해야 한다. 가능성 여부는 차치하고, 오로지 양으로 승부하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할 뿐이다. 그리고, 그것을 빠른 시간 내에 실체화(시각화)한다. 그런 후에 조금씩 가능성과 세부내역을 적용해 보는 것이다. 그 결과가 기존 체제나 시스템과 완전히 다른데 예산은 줄일 수 있고 효과는 좋다면 최고의 디자인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즉흥적이고 단발적인 아이디어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혁신이 성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성과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연습을 위한 아이디어 워크숍에서 나오는 초기 아이디어들은 그 자체로는 황당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아이디어들이 모이다 보면 그 안에서 실제 혁신으로 이어질만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보면, 고속도로에서 통행료를 징수하던 매표소 시스템을 하이패스로 바꾸면서 도로 위의 정체가 줄었고, 이것은 유류의 절약으로 이어지고 또다시 환경을 보호하는 쪽으로도 확대된다는 혁신은 어떤가?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이런 시스템은 전국으로 확장되고 새로운 고속도로 요금수납의 표준이 되었다. 기존, 사람이 하던 업무를 단순히 효율적으로 시간단축을 하거나 공정을 개선한 것이 아니라, 근간이 되는 시스템 자체를 바꿔놓은 것이다. 아주 편리하게 바뀌었다. 다만, 이 혁신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누군가도 있을 것이고, 퇴출된 부서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손실을 감수하고도 남을 효과가 있었다. 모든 혁신에는 상처가 있는 법이다. 다만, 이 혁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제법 큰 시설투자 예산이 필요하다.
도로와 관련해서 다른 혁신사례가 있다.
회전교차로다. 대도시에도 그렇지만, 지방으로 가면 부족한 지방세 때문에 정식(?) 교차로 제작이 어려운 곳이 많다. 크고 작은 교차도로에 모두 설치하기에는 자원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것을 회전교차로라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해냈다. 비싼 교차로 시스템이 아니어도, 둥글게 만들어놓은 구조물이 이 역할을 대신한다. 사방에서 진입하는 차들은 진입차가 우선이라는 약속 하나만으로도 자기 길을 찾아가기에 충분하다. 혹시, 들어가는 길을 놓쳤다고 해도 다시 한 바퀴를 돌면 그만이다. 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기존 교차로 제작 대비 거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 고속도로와는 다른 성격으로, 이 회전교차로는 그 몫을 톡톡히 해낸다. 대도시의 이면도로에도 이 효율적인 시스템은 빛난다. 난 이 회전교차로가 혁신적 아이디어의 모범이라 생각한다.
회전교차로 외에 또 다른 사례가 눈에 들어왔다.
우황청심환이 독점했던 한방 신경안정제 시장에서 혁신적 아이디어로 삼진제약 '안정액'이 출시됐다. 그동안은 신경안정은 씹어서 복용하는 '환'의 형태인 광동제약 '우황청심환'이 상식이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 복용방식이 후각, 촉각, 미각 등에서 그리 보편적이지 못했다. 이 상식적인 시스템에 반기를 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마시는 방식이고, 젊은 배우를 모델로 해서 불안, 초조, 건망, 신경쇠약 증상에 대해 보다 가벼운 마음을 들게 했다. 기존 환 제품은 약의 이미지가 강해서 치료에 가까운 이미지였고, 마시는 이 제품은 '생활안정 솔루션'이라는 이름으로 보다 편하게 접근했다. 사실 살면서 얼마나 많은 긴장이나 불안 정도(?)의 상황에 맞닥뜨리는가? 그것을 무겁지 않고 가볍게 접근했다는 점에서 칭찬할만하다. 이렇게 새로운 표준이 만들어지면서 후발주자들이 서둘러 유사품을 출시하고 있다. 단순히 복용방식을 바꾼 것이 아니다. 시장의 세스템 자체를 바꾼 모범적인 혁신인 것이다.
혁신은 거대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기존 질서를 바꿔서 생각하고, 순서를 뒤집고, 사고를 전환하면서 두 가지 이상을 연결하는 것이다. 초기 모든 혁신은 황당하다. 그러나, 진정한 혁신을 이룬다면 효율은 물론이고, 시장에서 모든 순서를 뒤바꿀 수 있다. 개인이나 조직, 단체나 회사에서도 이런 혁신적 사고를 위해 디자인 마인드를 고취하면 좋다. 방법이 어렵다면 잘 되어 있는 사례를 서로 나누고 의견을 주고받다 보면 조금씩 혁신적 사고가 만들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