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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게 좋은 거다?

그런 거 없습디다

by 송기연

좋은 게 좋은 거다.

이런 말 살면서 몇 번 들어봤을 것이다. 혹은 해보기도 했을 것이다. 말 자체로만 보면 아주 당연한 논조다. 그리고 심플하다. 그러나, 이런 표현들이 오가는 상황은 그리 심플하지 못하다. 원래 계획이나 약속과 다른, 심플하지 못한 복잡한 상황이란 것이다. 보통은 뭔가 일정한 수준이나 상태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사용되지 않았던가. 즉, 한쪽은 "좋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보통은 상호 관계자가 존재한다. 약속이나 계획 같은 개인적인 영역도 있고, 계약 같은 공적인 영역도 존재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공공영역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좀 더 살펴보자.


<개인적인 관점>

개인적으로는 보통 대인관계가 여기에 해당한다.

2인 이상의 친구나 가족, 지인 등 가까운 사이에서 심각하게 발생한다. 약속이나 금전거래가 있을 수 있지만, 더 큰 것은 주로 입을 통해서 나오는 말이다. 알게 모르게 한 뒷담화 같은 사례는 흔하게 발견된다. 친구끼리, 가족끼리, 동료끼리, 지인끼리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항상 선은 존재한다. 이 개념이 희박한 사람이 어디에나 존재한다. 가깝다는 이유로, 알고 지낸 시간이 길었다는 이유로 종종 선을 침범한다. 그런 갈등이 생길 때, 흔히 듣는 조언이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라는 거다. 그럴 리가 있나. 이미 안 좋은 상황(뒷담화 등)이 발생했는데, 그걸 유야무야 넘어가는 것이 어떻게 좋은 것이냐는 말이다. 결과가 좋으려면, 과정이 좋아야 할 확률이 높다. 자칫, 크지 않을 수 있었던 일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럴 때는 반드시 풀거나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 존재했던 일이 아무것도 없던 일이 될 수 없다.


<공적인 관점>

주로 계약 같은 행위에서 발생한다.

이해관계자 중에서 갑과 을이 존재한다면 주로 '갑'에서 이런 표현이 사용된다. 예를 들면, 원래 계약조건에 있지 않은 추가 내용을 요구하는 경우가 그렇다. 디자인계에서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지금은 조금 줄었다고 할 수 있지만 아주 없어지지는 않은 듯하다. 이럴 때 갑의 담당자는 을에게 좋은 게 좋은 거니, 너무 따지지 말고 이번 한 번만 넘어가자고 말한다. 이번 일만 잘 마무리되면 다음 계약, 혹은 주위에 또 추천을 해주겠다는 식으로 달랜다. 명확하게 이런 경우에 을이 좋은 게 뭐가 있는가? 불공정한 계약주체인 갑의 입장에서만 오롯이 좋은 것이다. 즉, 좋은 게 좋은 게 될 수 없다. 당연히.


<공공영역>

심각하다. 앞서 말한 개인적인 관점, 공적인 관점이 두루 섞일 수 있다.

특히, 공적 자금으로 운영되는 계약, 용역, 발주 등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이것 역시도 조금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긴 하다. 다만, 속도가 한국인 관점에서는 좀 더디다. 이건 당사자 간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이와 연관된 불특정 다수에게도 영향이 있다. 안전이나 편의의 영역에서는 더욱 문제가 된다. 적절한 수준이 아니라 완벽에 가까워야 하는 영역에서도 이런 '대충주의'가 생긴다면 얼마나 큰 일인가.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말은 단순하다.

여기에는 일이나 관계에 있어서 너무 각박하게 굴지 말고 서로 사정도 함께 잘 살펴보자고 하는 아주 인간적인 면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는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속에 인류애도 충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의미를 곡해해서 대충, 강압, 무사안일주의로 팽배해져서는 안 된다. 개인영역이든, 공적영역이든 마찬가지다. 또한, 이런 말을 쓰는 상황은 아주 복잡하다. 복잡한 상황은 미래예측도 어렵거니와, 혹시 별일이 생기지 않는다고 해도 마음이 긴장되고 걱정되지 않은가. 서로 복잡한 상황보다는 단순하고 정직한 것이 낫다.


올해는,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말은 깔끔하게 일이나 관계는 잘 정리되고 난 뒤, 단순히 인간적이고 감성적인 면을 돌아볼 때 사용했으면 한다. '좋은'이란 좋은 품사가 좋게만 활용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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