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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행위

아주 오래도록 살아남은 존재

by 송기연

인류는 기필코 살아남았다.

호모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과 다르게 오로지 생존만을 위한 전략으로 현생인류로 발전했다. 이중에는 다양한 요인이 존재했겠으나, 공동체 의식이라는 개념도 중요했으리라 본다. 함께 특정한 목적을 나누는 것이 영장류만의 고등능력이라면, 이 수단은 무엇일까. 글이 존재하지 않았을 때에는 비언어적 몸짓이나 음성 등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깊은 동굴 벽에 새겨놓기도 했다.


우리는 생각하면 살아간다.

의식적인 생각, 무의식적인 생각을 모두 포함할 때 항상 머릿속에는 생각이나 사고를 통한 의사결정을 하고, 그 내용을 함께 다른 사람과 나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개념을 생각해 내고, 이를 서로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인류는 폭발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다. 이것은 종교, 사상, 가치관 등으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원시 시대와 현재가 다른 점은 이런 생각을 글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에 있다. 아주 오래전 이런 생각을 말 혹은 음성이나 몸짓으로 나타낼 때에는 오류나 왜곡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물론, 현대에도 문자텍스트로 된 표현에 대해서도 여러 견해가 다를 수 있음을 생각하면, 구체적인 의사공유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인류는 그래서 글을 발명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야 글은 보편성을 가지게 되었다. 오랫동안 글은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었다. 기술이 발전하고 시대가 변하면서 누구나 글을 쓸 수 있고, 그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 등을 표현하고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어찌 보면, 단순히 글을 쓴다는 행위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인터넷 등 IT환경은 이제 글을 쓰는 행위에서, 글을 공유하는 행위도 자유롭게 만들었다. 다양한 곳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나눌 수 있다. 현재 구글 번역기는 100개 이상의 언어를 지원하고 있다. 마음만 먹는다면 전 세계의 누구와도 나의 생각과 감정을 글로 나눌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글을 쓰는 것을 문자텍스트를 남기는 것 정도가 아니다.

그 문자텍스트가 함의하고 있는 글쓴이가 담겨있는 것이다. 비단 문학적 글이 아니어도 좋다. 기술글쓰기도 글을 통해 전하고 싶은 콘텐츠가 그 안에 오롯이 담겨있다. 현생인류로 발전하기까지 치열하게 살아남았을 우리의 원시 선조와, 고대와 중세, 근대를 통해 변해온 언어와 글 속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글은 참 파란만장한 과거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인류가 글을 쓴다는 것은 쉽게 이뤄낸 것이 아니다. 앞으로도 글을 쓰는 것은 어찌 보면 선택이 아닌 필수 선택이다. 거창하게 인생의 족적을 남기는 것을 넘어서, 찰나의 나의 존재가 지속적으로 남기는 흔적들의 집합이다.


그래서, 오늘도 이 우주에 글을 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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