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
K-문화 위상은 코로나와는 상관없는 것 같습니다. BTS는 이제 논의할 것도 없고,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미나리의 윤여정 배우 등 사람 못지않게 콘텐츠의 파급력 역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언젠가 할리우드의 저명한 영화감독이 미래 우주를 그리는 영화에서 우리 한복을 모티브로 의상디자인을 준비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미지의 다른 문화는 신비감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당당한 선진국의 문화로서 어필하는 시기가 된 것 같습니다.
세계 190개국에서 동시에 방영된 넷플릭스 첫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인 '킹덤'은 조선시대 워킹데드라는 별칭만으로는 부족한 많은 이슈를 낳았습니다. '아신전'을 기다리는 지금 역시도 계속 회자되고 있지요. 배우들의 열연이나 스토리의 탄탄함과 함께 이후 코리아 좀비물의 본격적인 시초가 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화려한 미장센만큼이나 드라마의 인기에 혁신적인 공을 세운 것은 다름 아닌 갓입니다. 많이들 들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조선을 배경으로 하는 이 글로벌 코리아 좀비 스토리는 전 세계 약 1억 4,000만 명에게 동시에 공개되면서 많은 화젯거리를 만들었습니다. 극 중 주인공인 세자 역의 주지훈과 조학주 대감 역의 류승룡은 각 상황마다 서로 다른 갓을 쓰고 나왔고, 이른바 핫한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비록 코로나로 인해 세계적인 관광산업이 침체되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이런 인기와 산업의 부활은 예고되어 있는 듯합니다.
이방인의 눈에 조선의 전통 갓, 정자관, 사모, 전립 등은 상당히 매력적인 모습으로 다가간듯합니다. 많은 해외 시청자들은 킹덤에 등장한 한국 전통의 멋진 모자에 많은 관심을 가졌고, 발음 역시나 神을 뜻하는 God, Got 등으로 불리며 유명세를 몰았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양반이 쓰는 흑립(黑笠)은 말총을 엮어서 만드는 데, 은근히 속이 드러나는 소재가 더욱더 멋스럽습니다. 또한, 각 직급, 상황 등에 다양한 쓸 것이 등장하는 데 디자인 관점에서 보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의 활용이 가능한 아이템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코로나 이후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는 관광기념품의 관점에서 매력적인 것이 갓입니다. 한복과 함께 K DNA를 확실히 대변해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관광 상품화된 갓은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산업용 재료 등을 활용해 체험해 볼 수 있는 형태로 제작되어서 유통됩니다. 대량생산보다는 국악용 소품이나 관광기념풍 정도의 수준으로 제작되지만, 이 역시도 품질이나 상품성을 위한 목적으로 제작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몇몇 크리에이터들이 저마다 변형이나 현대화를 시도한 흔적들은 웹 상에서 만나볼 수 있기는 합니다. 왜, 이런 핫 아이템이 아마존 등 해외 온라인 사이트 등에서 히트를 치지 않고, 단순한 관심 정도에서만 머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호미, 찜기 등은 신선한 이슈몰이를 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딱 여기서 세계적인 온라인 시장에서 발목을 잡는 것이 외부 포장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온라인 배송이 불가할 만한 사이즈 때문에 박스 2개를 이어 붙이거나, 택배 배송을 한다고 해도 중간에 파손의 위험이 너무 많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빈 공간이 많아서 적재 시 불리할 거라는 생각은 했습니다. 간단한 아이디어를 낸다면 갓의 윗부분을 접을 수 있게 하는 구조나 재료 등을 적용한다면 제품의 Height는 낮아질 수 있고, 그렇게만 된다면 유통, 배송에 굉장히 유리한 상품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갓이 가지는 DNA를 크게 훼손하지 않은 선에서 전 세계에 쉽게 유통할 수 있는 구조와 아이디어가 더해진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산업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겠지요. 또한, 특별한 날이나 목적에만 쓰는 이른바 코리아 코스프레용 소품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쓰기 편하고 멋스러운 패션 아이템으로의 변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자칫 머뭇거리다가는 우리 전통 콘텐츠인 갓 역시 김치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봅니다. 해외에서는 한국산 김치보다 일본이나 중국 김치가 더 유명하다는 말을 더 이상 듣지 않아야지요.
바로 여기에 디자이너들의 역할이 있다고 봅니다. 애초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 못지않게 기존 콘텐츠를 잘 활용하는 것도 디자인의 중요한 분야입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습니다. 코로나 방역이나 콘텐츠 및 선진국 진입으로 현재 대한민국의 세계적인 위상은 계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그리고 디자인에서 한글, 김치, 비빔밥, 케이팝의 뒤를 이어 '코리안 갓'이 전 세계인의 머리 위에 올라갈 날을 상상해 봅니다.